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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평화 로드맵 - 평화로 가는 이정표?

중동 평화 로드맵 - 평화로 가는 이정표?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이 마련한 중동 평화 로드맵(이정표; 청사진)을 받아들였다. 6월 초에 중동을 방문할 예정인 조지 W 부시는 팔레스타인 억압 문제가 아랍 민중의 저항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는 것을 우려해 이 중동 평화안을 서둘러 마련했다.

중동 평화안이 발표된 뒤에도 자살 폭탄 테러와 이스라엘 군대의 팔레스타인인 무차별 학살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번 평화안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대를 담고 있지 못함을 반영한다.

사실, 이와 비슷한 중동 평화안이 1993년 오슬로에서 체결된 바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의 원인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0여 년 동안 팔레스타인 민중의 삶은 더 악화됐다. 이것이 2000년 9월 제2인티파다의 주된 원인이었다.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이번 평화안을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정착촌 건설 중단·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권 인정 등의 문제에서는 태도의 변화가 전혀 없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의 원인은 1948년 이스라엘이 미국의 후원을 받아 팔레스타인 민중을 이 지역에서 추방하고 이스라엘 국가를 세운 데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마지막 남은 영토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방을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바람대로 미국의 중동산 석유 이익을 지키는 충실한 경비견 구실을 했다.

1948년 이래로 팔레스타인 난민은 4백만 명이나 되지만 아직도 자신의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확대되면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방의 팔레스타인인들조차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대인들만의 국가를 추구하는 시온주의는 이스라엘 국가의 탄생 때부터 아랍과의 공존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랍인들을 모두 쓸어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국가가 존재하는 한은 ‘두 국가’ 방안은 결코 중동에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 적극 발을 들여놓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중동은 불안정, 저개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미국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정권을 후원해 왔고, 중동의 테러 국가 이스라엘에게는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미국이 중동에서 손을 떼도록 하지 않는 한 중동에서 평화는 없을 것이다. 올해 9월 제2인티파다 3주년을 맞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중동 전역에서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의 일부다. 우리는 미국 제국주의와 그 경비견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에게 국제 연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