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말 파병 방침을 발표한 지 20일 만에 현지 실사단과 국방연구원의 보고서를 받아 들고 파병 예정지와 규모를 조율하고 있다.

정부가 언론에 흘린 파병 규모는 자못 충격적이다. 1개 여단급인 약 2천 명 수준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정부는 특전사 위주로 3백여 명을 꾸려 1개 주(州)를 전담하겠다고 했지만, 돌연 “파병부대의 자체 안전을 위해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 2천 명은 비(非)나토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크고, 나토회원국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그러나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증파하기로 마음을 굳힌 오바마도 과연 이를 통해 이 지역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점령이 저항을 낳는 딜레마 속에 각국 정부들은 쉽사리 증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사지(死地)에 한 명이라도 더 보내려고 안달나 있으니, 이 정부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또 파병 예정지로 수도 카불 주변 파르완 주를 언급하며 “이미 많이 안정화가 된 지역”이라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한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탈레반이 상시적으로 출몰했고, 평균 1주일에 한 번 이상 적대행위가 일어나는 곳”(중동지역 싱크탱크 국제안보개발위원회(ICOS))이 “안정화”했다고 하는 것은 기만이다. 사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20퍼센트 지역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된 지역을 찾겠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파병 결정 자체가 죽음의 씨앗을 안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씨앗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지난 8월과 10월, 11월 저항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현지에서 고용된 직원 한 명이 죽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계획 중인 병력과 비슷한 2천8백여 명을 아프가니스탄에 보낸 캐나다는 지금껏 약 1백30여 명의 전사자를 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아래로부터 저항이 분출하는 계기가 될까 봐 두려운 정부는 파병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 바쁘다.

11월 14일 정부의 재파병 방침에 항의하는 첫 대중 시위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을 제멋대로 ‘불법 집회’로 규정해 해산을 종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오바마 방한에 맞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 단체 연석회의’가 연 기자회견에서는 단지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대학생 나눔문화 회원 2명을 연행했다. 11월 18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는 경찰이 반전평화 촛불문화제를 공격해 18명을 연행해 갔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권당 시절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던 전력이 있는 민주당은 파병 반대 당론조차 못 정하고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기회주의 정당답다.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없고 끔찍한 비극만을 낳을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저지하는 데 평화와 민주주의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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