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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실업자 330만 명, 기업 특혜 말고 일자리를 늘려라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고 강하게 경기 회복을 하고 있다는 한국에서 실질 실업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사실상 실업자’가 3백29만 9천 명으로 그 1년 전보다 36만 7천 명(12.5퍼센트) 늘었다고 밝혔다.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09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이명박 정부는 구직자들이 눈이 높고 능력이 부족해서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을 전가해 왔다. ⓒ사진 임수현 기자

‘사실상 실업자’는 통계상 공식 실업자에 취업준비생,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쉬었음’에 해당하는 비경제활동인구 등을 더한 수치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실업률 통계에서 배제한다. 그래서 공식 실업률은 3퍼센트대다. 그러나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실망 실업자’는 대폭 늘고 있다.

실업이 늘어나는 건 고용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고용률은 6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지난 10년간 60퍼센트 초반대를 맴돌다 이젠 그마저 무너진 것이다.

단기적으로도 일자리가 줄었다. 지난해 12월 들어서 고용보험 실업급여 신청자가 다시 2만여 명 늘었다. 지난해 25만 개였던 희망근로 일자리를 올해 10만 개로 줄이면서 지난 연말 15만 명이 일시에 정리됐다. 청년 인턴 6만 6천여 명도 대부분 다시 실업 상태로 돌아갔다.

50만 명이 대학을 졸업하는 2월엔 실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일자리가 주는 건 이명박 정부 탓이다. 이명박은 대선에서 일자리 3백만 개를 공약했다.

해마다 일자리 60만 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올해 일자리 예산을 1조 원 넘게 줄였다.

정부는 보건복지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기업 정규직을 자르는 정부가 만드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최저임금 일자리다. 예를 들어, 산모·신생아 도우미,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 가사·간병 도우미 등은 월 1백 시간 넘게 일하는데 월 평균 임금은 64만~78만 원에 그친다. 이런 일자리를 15만 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혼 여성 일자리 대책인 유연노동 확산 계획(‘퍼플잡’)과 맞물려 있다.

실적이 나빠도 자르고 좋아도 자르는

이명박이 부자 감세와 대운하 공약은 지키면서 일자리 공약은 내팽개치는 것은 친기업 신자유주의 정부의 본질을 보여 준다.

올해 복지와 일자리 예산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균형예산론’ 때문이다. 정부 지출을 줄여 정부 예산의 적자를 막자는 균형예산론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최근엔 공기업 ‘선진화’, 교육과 의료의 기업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법 시행령 개악, 퍼플잡 등 노동시장 유연화 추진도 다시 시작했다.

이명박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직후 50조 원이 넘는 긴급 자금을 투입하고 적자 예산을 편성해 정부 구실을 강화하며 기업주·투기꾼들의 이윤을 보전해 줬다. 이제 경기가 외형상 회복세를 보이자 다시 신자유주의 기조를 조금씩 강화하며 노동자·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불안정한 경기 변동과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돈을 벌어도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 지난해 민간부문 일자리는 30만 개가 넘게 사라졌다.

임금과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자는 ‘일자리 나누기’는 그냥 임금만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2008년 3분기부터 전체 임금 총액과 실질임금은 계속 줄었다.

노동시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히려 늘어났다. 부분적인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자 설비투자가 조금 늘었지만 기업주들은 새 일자리 대신 기존 노동자들에게 일을 더 시키는 것으로 대처했다.

경제 위기 와중에도 수조 원대 수익을 남긴 기업들조차 그랬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2조 원 가까이 올린 KT는 연말에 6천 명을 명예퇴직시켰다.

즉, 회사가 어려울 땐 당연히 줄이고, 좋을 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줄이는 것이 경제 위기 시대의 일자리다. 우선 순위는 늘 기업 이윤이다. 이것이 지난 10년간의 “고용 없는 성장”이 이제 “고용 없는 회복”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현상의 실체다.

경제 위기 고통의 뿌리인 체제의 우선 순위에 도전해야 한다.

김문성 기자 | enlucha@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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