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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이티의 진정한 해방이 가능할까?

아이티는 놀라운 저항의 역사를 가졌다. 그러나 더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마크 토마스는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도 노동계급이 사회를 변혁하는 혁명적 운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티 민중은 역사적으로 영웅적 항쟁들을 벌였다. 1790년대 노예 반란에서 1980년대 폭군 ‘베이비 독’ 뒤발리에[뒤발리에 가문은 독재 체제를 세습했는데, 아버지 뒤발리에는 ‘파파 독’, 아들 뒤발리에를 ‘베이비 독’으로 불렀다]를 몰아낸 운동까지, 그들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다른 곳의 민중과 공통점이 있다. 가난한 나라의 민중이 혐오스런 정권을 몰아낸 사례는 꽤 많다.

그러나 그들은 그보다 좀 더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미국 제국주의를 패배시키고 혁명을 성공시킬 가능성은 없었던 것일까?

어떤 이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설사 혁명이 일어나더라도 아이티 ― 소말리아나 방글라데시 ― 같은 곳은 너무 가난해서 사회주의 사회를 발전시킬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혁명가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의 조건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는 그전 사회와 비교해 훨씬 더 많은 부를 창조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전 세계 빈곤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식량, 주거지, 옷 등을 생산한다.

동시에, 자본주의는 노동계급이라는 새로운 계급을 낳았다. 그들은 대규모 작업장에 집중돼 일해야 하며, 이들의 집단적 생산은 자본주의의 놀라운 부의 원천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동자들은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노동자 없이는 버스나 기차가 다닐 수도 없고, 강철도 만들 수 없다. 사실상 대부분의 생산이 중단된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계급 없는 사회주의 사회를 창조할 힘을 가진 집단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에는 아이티처럼 노동자가 전체 인구 중 소수밖에 안 되는 나라 ― 어떤 나라에서는 극소수다 ― 가 많다. 그렇다면 그런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자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여 왔다. 그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 있는 분석들을 남겼다.

19세기부터 자본주의가 서유럽에서 북미로 확산하면서 나머지 지역들도 점차 자본주의 세계시장으로 흡수됐다.

영국, 프랑스, 나중에는 미국 같은 자본주의 열강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나눠 먹었다. 그밖의 독립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또 열강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급속한 공업화를 추진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의 자본주의 발전 형태는 한 세기 전 영국과 프랑스의 발전 형태와는 달랐다.

일부 전통 산업들은 파괴됐다. 예컨대, 영국의 기계화된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 값싼 의류 때문에 한때 번영하던 인도의 직물 생산자들은 몰락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낡은 도구를 가지고 땅을 경작하는 수많은 농민들 사이에서 선진적인 산업의 싹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20세기 초반 러시아가 그랬다.

서유럽의 경쟁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싶었던 러시아 차르 정권은 1880년부터 현대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러시아의 신생 산업은 종종 당대의 최신 기술을 활용했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푸틸로프 군수공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고 최신식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인구 대부분은 여전히 농민이었다.

옛것과 새것의 만남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이 상황 ― 옛 생산방식과 새로운 생산방식이 결합하는 상황 ― 을 ‘불균등 결합 발전’이라 불렀다. ‘불균등 결합 발전’은 21세기 자본주의에서도 주요한 특징이다.

오늘날 중국 연안 지역은 세계시장에 엄청난 양의 소비재 상품을 공급하면서 세계 자본주의의 대공장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농촌에서는 열악한 전력 공급 때문에 전체 가구 중 30퍼센트만이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콩고에서 휴대전화 사용자 수는 1백만 명이 넘는다. 콩고의 전력 공급은 문제가 많지만 노점상들은 자동차 충전기를 사용해 휴대전화를 충전해 준다.

이렇게 최근에야 산업화하기 시작한 나라에서는 자본주의가 그동안 거쳐 온 발전 과정을 답습하지 않고서 바로 최신 기술을 채택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계급도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어떤 이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사회주의를 쟁취할 주체가 되려면 그 사회에서 다수를 점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차르에 맞선 투쟁을 노동자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아직 러시아 사회에서 수적으로 소수였지만 말이다.

러시아 자본가들은 이 혁명을 주도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구체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러시아 농민들은 구체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혁명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기에는 지리적으로 너무 분산돼 있었고 정치적으로 후진적이었다.

다른 한편, 러시아 노동계급은 대공장에 밀집돼 있었고 농민을 이끌 능력이 있었다. 러시아 노동자들은 차르 정권을 무너뜨린 뒤 운동을 멈추고 자신을 착취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국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이 상황을 트로츠키는 이렇게 표현했다. “프롤레타리아의 정치적 주도는 그의 경제적 종속과 공존할 수 없다.”

이것은 즉각적으로 모순을 낳았다. 당시 러시아에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부는 없었다. 트로츠키도 이 점을 인정했다.

이 모순의 해결책은 무엇보다 혁명을 다른 선진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트로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러시아의 경제 상황에서 러시아 노동계급의 사회주의적 정책이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 유럽 프롤레타리아의 직접적 지원 없이 러시아 노동계급은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노동계급이 소수인 나라에서도 혁명은 일국적 수준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노동계급 운동과 결합할 때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이 이론을 ‘연속혁명’이라 불렀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이 점을 증명했다. 당시 러시아 노동자들은 토지를 요구하는 농민 반란과 농민 출신의 사병 반란에 방향을 제시했고 노동자 국가를 건설했다.

이듬해부터 전 유럽에서 혁명의 물결이 일었다. 그러나 이 혁명들이 실패하면서 러시아 혁명이 고립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고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중심지가 등장하면서, 여전히 한 혁명이 다른 혁명을 고무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 게다가, 트로츠키가 연속혁명 이론을 처음 제시한 1905∼1906년과 비교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노동계급은 크게 성장했다.

결정적 요소

아이티 노동계급은 소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아이티 경제는 엉망이 됐다. 그러나 아이티에서도 노동자들이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아이티 지배자들도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부에 의존한다. 그리고 아이티 노동자들은 대중 파업 같은 효과적 집단 투쟁을 벌일 능력이 있다.

아이티 노동자들의 전투적 운동은 토지에서 쫓겨나 도시 슬럼가 ― 공장 지대 근처에 많다 ― 로 흘러든 수많은 농민 출신 집단을 이끌 수 있다.

예컨대, 아이티 최대 슬럼가인 포르토프랭스 변두리의 시테 솔레이유에는 30만 명이 사는데, 이곳의 노동자들은 혁명적 운동에서 농민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티 노동자 운동은 아이티 국경 밖 동맹들의 도움이 있어야 그런 반란을 성공적인 사회주의 혁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티 노동자들은 카리브해 건너편, 즉, 멕시코, 브라질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대국과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계급에게서 동맹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아이티 노동자들이 선진국에서 혁명이 발생하기를 그냥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약소국에서 혁명적 위기가 먼저 발생해 강대국 노동자들을 급진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2000년대에 성장한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의 대중 운동은 비록 사회주의 혁명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라틴아메리카와 그 너머의 투사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아이티에서 혁명이 발생해 미군과 토착 지배자들을 내쫓고 보통 사람이 운영하는 새로운 사회가 건설됐다고 가정해 보자.

19세기에도 아이티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다. 투생 루베르튀르가 주도한 노예 반란의 파장은 카리브해 지역에 한정되지 않았고, 지구적 체제인 노예제에 크게 한 방을 먹였다.

오늘날 심지어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도 자본주의에 맞선 혁명은 엄청난 파장을 가질 것이다.

트로츠키는 연속혁명에 대해 대단히 중요한 점을 덧붙여 말했다. 그는 연속혁명이 궁극으로는 노동자들의 “투쟁 전통, 적극성과 투쟁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살고 있건 사회주의자들은 이것을 촉진하는 데 헌신해야 한다.

출처 영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번역 김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