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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십자군 전쟁》

《21세기 십자군 전쟁》, 라울 마하잔, 미토

21세기 시작은 9·11이라고 얘기할 만큼 9·11은 세계 정세를 바꿔 놓았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핑계 삼아 아프카니스탄을 폭격했다.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도 미국과 비슷하게 행동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둔 미국은 이제 이라크를 공격하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거짓말을 쏟아 내고 있다.

《21세기 십자군 전쟁》의 저자 라울 마하잔은 미국의 반전 활동가이자 녹색당 당원이다. 그는 이번 미국 중간 선거에서 텍사스 주지사로 출마해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테러에 대한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국이 퍼부은 폭탄에 죽은 사람은 9·11테러로 죽은 사람보다 많다.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하면서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을 숨겨 주는 나라를 적국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이야말로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을 숨겨 주고 있다. 유니언 카바이드 사 인도 지사장을 지낸 워렌 엔더슨은 1만 5천 명을 청산가리 중독에 빠뜨려 죽음으로 내몰았다. 인도 정부는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지만,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쟁과 테러를 지휘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학살한 헨리 키신저는 미국에서 원로 정치인으로 대접받고 있다. 최근 기밀 해제된 문서를 보면 키신저는 동티모르인 25만 명을 학살한 인종 말살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게 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아이티 암살대 에마뉘엘 콩스탕, 우익 반카스트로 쿠바인 등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을 숨겨 주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은 지금은 ‘서반구안보협력학교’라 불리는 미주 군사 학교를 만들어 테러, 암살 고문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로베르토 드뷔송 같은 끔찍한 학살자나 독재자가 됐다.

‘인도주의를 위한 전쟁’이라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적십자 기지를 두 번이나 폭격했고, 전기와 농업 용수를 공급하는 카자키 댐 근처를 계속 폭격했다. 아프카니스탄은 3년째 가뭄을 겪고 있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부시는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찾아줄 것처럼 말했다. 그는 위선적이게도 이라크 민중에게 후세인에 맞선 봉기를 호소했다. 그런데 정작 북부 쿠르족과 남부 이슬람교도들이 1991년 제2차 걸프전 끝 무렵에 봉기를 일으켜 도시 몇 개를 해방시키자 미국은 폭격을 중단하고 후세인이 반란을 진압하게 용인했다.

서방 언론들은 부시가 벌이는 전쟁을 더러운 거짓말을 하며 도왔다. 〈L.A. 타임스〉는 2001년 11월 24일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이 수십 명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 죽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은 가장 적게 잡은 통계가 3천 명이다. 〈뉴욕 타임스〉는 경찰조차 7천 명이라고 말한 반전 집회를 수백 명이라고 보도했다. CNN 월터 아이잭슨은 직원들에게 ‘아프카니스탄의 사상자나 곤경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뒤틀려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9월 11일 후 미국에는 애국주의 광풍이 몰아쳤다. 전쟁에 반대한 칼럼리스트들은 해고당했고 살해 위협을 받았다. 많은 무슬림들이 보복 공격을 받았다. 미국인들이 단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단결’은 순전히 미국의 정치인들과 사장들을 위한 것이었다. 9·11 테러로 항공사들은 일시적 손해를 보았다. 그것을 핑계로 사장들은 노동자 14만 명을 해고했다. 항공사들은 급박한 상황에 퇴직금이나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인권도 계속 후퇴했다. 작년 10월 26일 미국에서는 애국법이 제정됐다. 애국법은 정보 기관이 ‘자유롭게’ 도청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하고 있다. 9·11 사태 뒤 법무부는 테러를 저질렀거나 혹은 저지를지 모른다는 이유로 1천2백명 이상을 무기한 구금했다. 법무부는 이 사람들이 변호사와 나누는 대화까지 녹음할 수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미국 정부는 9·11 사건을 계기로 고문 합법화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미국이 벌이려는 이라크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또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세계는 야만으로 빠져들 것이다. 미국의 벌이는 전쟁에 맞선 반전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 책은 미국이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늘어놓는 거짓말들을 통쾌하게 반박하고 있다. 또 반전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알아야 할 풍부한 사실들이 적혀 있다. 미국이 벌이는 전쟁이 미국의 경제적 지배를 위한 버팀목이라는 지적은 전쟁과 신자유주의의 관계를 잘 말해 준다. 반전 운동을 건설하려는 사람들은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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