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설 연휴 전날 강남역 신문 판매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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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목적지에 다가가자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호소하는 팻말들이 보였다. 더 가까이 가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하는 주장이 판매대 옆 나무에 붙어 있었다. 판매대에서는 파병반대 서명을 막 마친 듯한 사람들이 신문을 구입하고 있었다. 판매대 한쪽에서는 이명박의 언론 탄압을 규탄하고 교사와 공무원 정치활동 탄압이 노리는 바를 큰소리로 주장하며
지하철 안에서 했었던 망설임과 걱정은 더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가판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가판대에서 호소하는 주장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나도 자신있게 신문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문을 구입하지는 않더라도 신문의 주장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이날 거리 판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판매대에서 신문 한 부를 들고 적절한 위치를 잡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판매대에서 크게 울리는 주장에 맞춰
나는 이날 거리 판매에 30분이 채 못되게 참가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판매대에서 울려 나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며 사람들의 달라진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판매대 주변의 팻말과 신문 헤드라인을 유심히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거리 판매에 참여한 바로 그때쯤 한 중년 남성이 판매대에 커다란 발렌타인데이 빵 상자를 놓고 갔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따라간 사람에게 자신은 공무원이라, 서명은 못했지만 너무 고마워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 사람은 신문을 구입하면서, “나도 민주노동당 당원인데, 정말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어떤 사람은 1만 원을 내고 거스름도 받지 않겠다며 신문을 한 부 구입했다.
거리 판매에 함께한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교사와 공무원 탄압에 어이가 없어 했다”는 말을 했고,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했다.
내가 참가한 이날의
이날 거리 판매 후 뒤풀이에 참가해 토론하면서 비판 언론 탄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진실을 숨김 없이 주장하는 신문을 거리에서 공공연하게 판매하는 행위가 변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느꼈다.
이러한 정치적 행위가 불규칙적으로 들쑥날쑥 진행되기보다는 정기적으로 꾸준히 진행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강남역에서 일곱 달 가까이 그 자리 그 시간에 늘 해 온 거리 판매를 어느 날 갑자기 주최측이 “오늘은 다른 일이 있으니 가판 날짜를 다른 날로 옮기자”하고 임의로 시간이나 장소를 옮긴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비록 신문을 사지 않던 사람일지라도 그 자리에서 신문을 판매하면서 했던 주장을 관심 갖고 지켜본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 “MBC도 탄압받더니, 여기서 가판하던 사람들도 힘들어졌나 보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
그리고 평상시에 거리 판매에 시간이 되지 않아 참가하지 못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있을 텐데, 거리 판매가 불규칙적으로 진행된다면 나처럼 어쩌다 한 번 또는 우연히 참가하는 경험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거리 판매가 정해진 시간에 늘 규칙적으로 진행된다면 평상시 거리 판매에 함께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한 달에 한 번이나 두세 달에 한 번, 그것도 아니면 일년에 한두 번이라도 가판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