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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분노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 빚 속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너무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잘사는 사람은 아주 소수고 나머지는 거의 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데 그것이 많은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줄 것입니다.”

즐거워야 할 입학식 날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한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신입생의 발언이다.

1월 29일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며 본관을 점거한 한국외대 학생들 ⓒ사진 제공 김영운

올해 4년제 사립대학 60여 곳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지난해보다 37퍼센트나 줄었다.

입학금도 올라 고려대, 동국대, 한국외대 등은 입학금만 1백만 원이 넘고 입학할 때 총 5백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동국대 대학원이 등록금을 14퍼센트 인상하는 등 대학원 등록금도 올랐다.

경제 위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노동자·서민 가계에 더욱 큰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3.3퍼센트, 임시·일용직 노동자 임금은 7.2퍼센트 하락했다(통계청).

“학교가 발전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논리다. 그러나 대학이 기업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될수록 교육의 질은 나빠지고 학생들의 고통도 커졌다.

한양대 유예슬 총학생회장은 “학교 당국은 ‘학교가 발전하려면 연고대처럼 등록금이 높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재단은 전입금 법정 비율도 지키지 않았다. 적립금은 8백억 원 넘게 쌓아 두면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등록금을 2.8퍼센트 인상한 학교를 비판했다.

등록금이 4.9퍼센트 오른 성신여대의 정진경 총학생회장도 “올해 등록금 인상분이 30억 원인데 학교는 60억 원을 적립했다. 학교가 적립만 안 했으면 충분히 인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들끓는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여러 대학 학생회가 투쟁하고 있다. 학생들의 지지도 높다.

얼마 전 숭실대 총학생회장과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새내기들아 등록금 동결시키지 못해 미안’, ‘등록금을 얼려라’라는 펼침막을 들고 입학식을 진행하던 장충체육관 무대 앞에 섰다.

입학식이 어수선해지는 돌발 상황이었지만 많은 학생들은 지지를 보냈다. “학생회장단이 시위를 마친 후 퇴장할 때, 갑자기 체육관 곳곳에서 환호와 큰 박수가 나왔다.”

숭실대 총학생회 배유진 집행위원장은 등록금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소개해 줬다.

“총학생회 이메일로 응원 메일이 50여 통이나 들어왔다.”

“포털 사이트에서 입학식 시위 기사를 본 수학과 08학번 학생이 ‘베플(베스트 리플)이 되면 1인시위 하겠습니다’ 하고 리플을 달았고 이 학생은 3월 2일 개강날 1인시위를 하기로 했다.”

성신여대 정진경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인상 때문에 학생들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다. 등록금 인상을 비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리플도 50~1백여 개씩 달린다. ‘우리가 먼저 싸우겠다’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총학생회는 ‘등록금 납부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이미 방학중에 학생 1백여 명이 참가해 본관 점거투쟁을 했고 개강 후 투쟁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성신여대, 숭실대, 한국외대, 한양대 총학생회는 3월 말~4월 초에 학생총회를 열 계획이다.

대학에게서 양보를 얻어 내려면 학생들의 행동을 확대해 대중적 점거 같이 학교를 직접 압박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고 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을 담합하는 만큼 여러 학교 학생들의 연대 투쟁도 더 확대해야 한다.

최근 교육의 상품화, 대학의 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등록금 인상뿐 아니라 서울대 법인화, 중앙대 구조조정 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적 권리 탄압도 벌어진다.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시도에 맞서 다양하게 벌어지는 투쟁이 연결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