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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지도부는 ‘낙하산 사장’ 자체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낙하산 저지는 정권 홍보 방송이 되는 걸 막는 것. 김재철과 싸우는 걸 멈추는 게 아니다.”

“노조 입장은 늑대 두 마리 쫓아 내려고 호랑이 한 마리를 들이는 격 아닌가요?”

3월 4일 저녁 8시 MBC 정문 앞 언론노조의 촛불문화제가 취소된 자리에는 시민 70∼80명이 모여 MBC노조에 의견과 질의를 내놓고 MBC노조 이근행 위원장이 답변하는 자유 발언대가 진행됐다.

이근행 위원장은 “공정방송 투쟁은 끝나는 게 아니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이날 갑작스런 노조의 입장 변화를 크게 수긍하지 않는 듯했다.

낙하산 사장 김재철은 물러가라 4일 저녁 언론노조주최의 촛불집회가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MBC 지키기 촛불을 들었다

이날 아침 MBC노조는 사흘째 ‘낙하산’ 김재철의 출근을 저지했지만, 오전 11시경 이 위원장과 김재철이 사장실에서 전격 회동하면서 새 입장을 내놓았다. 김재철은 면담에서 “윤혁, 황희만 본부장들을 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위원장이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바는 김재철이 “MBC 독립과 자율성을 지키겠다. 정권과 싸우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MBC노조 지도부는 이 약속을 조건부로 받아들였다. 방문진이 임명한 본부장 두 명을 김재철이 해임하면 사장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김재철은 오후 3시에 열린 방문진 회의에 참석해 본부장 두 사람을 교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방문진은 이를 거절했다.

MBC노조는 김재철의 약속이 이행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은 계속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마치 김재철이 노조와 한 편이 돼 싸운 듯한 모양새가 됐다.

이날 언론노조가 주최하기로 한 촛불집회도 취소됐다. 촛불집회가 취소된 줄 모르고 MBC 사옥을 찾은 시민들이 즉석 자유 발언대를 통해 이 사태에 의견을 밝혔다.

“국민들은 MB의 방송 장악을 저지하라고 투쟁을 지지한 것이다. 그게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것이다. 노조의 결정은 당황스럽다.”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김성균 대표는 “결정이 잘못돼도 노조의 진정성은 믿자”면서 혼란스런 감정을 전했다.

촛불집회가 취소된 줄 모르고 왔다는 시민 윤세종 씨는 “‘낙하산 사장’을 임명하는 건 사장 자리가 가장 중요해서 인데, 본부장 두 명 바꾼다고 사장을 인정하는 건 늑대 두 마리 쫓아낸다고 호랑이를 들이는 것 아니냐. 본부장은 얼마든지 또 나쁜 놈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MBC노조 지도부의 결정에 우려를 밝혔다.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과 윤혁을 사퇴시킬시 사장으로 인정할것? 4일 저녁 이근행위원장이 김재철사장과의 회동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MBC노조 지도부는 김재철을 사장으로 인정하더라도 방송 공정성을 위한 투쟁은 계속 하겠다고 밝혔지만, 김재철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을 위한 투쟁이다.

MBC노조 지도부는 김재철을 막기가 힘들다고 본 듯하다. 그러나 이 투쟁에 국민적 지지가 있었던 것은 이 투쟁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에 맞서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김재철이 아니라 방문진이 주적이며 방문진이 임명한 본부장 둘을 잘라야 한다는 노조가, 방문진이 임명한 김재철을 인정하는 것은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재철은

MBC노조가 ‘낙하산’ 자체를 거부하며 방문진에 맞서 싸우는 것이 진정성을 입증하고 언론 자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지지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