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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만한 대학 당국과 싸워서 이기다

지난 3월 30일 연세대학교 환경·경비직 노동자들이 학교를 상대로 투쟁한 결과 식대와 명절수당을 쟁취했다.

연세대에는 3백 명이 넘는 환경직(‘청소 아주머니’)·경비직(‘경비 아저씨’)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2008년에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해 지속적으로 해고와 노조 탄압에 맞서 싸워 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최저임금만으로 살 수가 없다며 식대를 신설하고 상여금을 부활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용역업체와 그 뒤를 봐주는 학교는 식대로 달랑 1만 원만 줄 수 있다고 했다. 연세대 교직원식당 한 끼 가격이 4천5백 원인데, 한 달 식대로 1만 원을 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노조를 조롱한 것이었다.

그래서 3백 명이 넘는 조합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연세대 총학생회, ‘살맛’ 등 학생단체들, ‘다함께’ 서부지구와 같은 사회단체가 번갈아 가며 일주일 동안 교내에서 점심 집회를 하고 학생들에게 직접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려고 결성한 ‘연세대비정규노동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에는 연세대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각종 단과대 학생회들과 학생모임 ‘살맛’ 그리고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서부 비정규센터, 다함께 서부지구와 같은 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올해 등록금 인상의 ‘선두주자’로, 해마다 많은 돈을 적립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는 나 몰라라 한다는 사실에 많은 학생들이 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오히려 직원을 보내 카메라로 점심 집회 참가자들을 몰래 찍어 이들을 위축시키려 했다. 촬영 사실이 발각되자 뻔뻔스럽게 “나도 노조 편”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사진 삭제를 거부해 노조를 지지하는 학생과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결국 학교는 악화하는 학내 여론과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 때문에 점심 집회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줬다. 이번 투쟁의 성과는 노조 조합원만이 아니라 비조합원들에게까지 모두 적용된다. 그래서 투쟁이 승리하자 스무 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했다.

투쟁을 조직한 한 조합원은 명절 수당으로 받게된 상여금을 두고 “그동안 명절 기간에 고작 비누 쪼가리 받아 왔는데, 이번에 받기로 한 수당이면 그 비누 15개는 산다”며 뛸듯이 기뻐했다.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단호한 투쟁과 든든한 연대를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지킬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처럼 노조는 명절 수당을 얻어냈지만 다음번 임단협에서는 이를 공식 정률제 상여금으로 받겠다며 내년에도 투쟁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