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성균관대 강사님들의 강사료 자진 삭감 제안에 부쳐:
양보는 우리가 아니라 학교가 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구독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얼마 전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한테서 공감을 얻은 김예슬 씨 대자보의 첫 구절이다. 청년실업과 무한경쟁뿐 아니라 높은 등록금도 대학생들을 짓누르는 한 요소임을 드러낸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사기나 치고 취업 후 상환제는 누더기로 만든 이명박은 “등록금이 너무 낮으면 질이 떨어진다”며 높은 등록금을 정당화한다.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데 도대체 얼마나 더 높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다니는 성균관대학교의 비정규직교수노조 임성윤 분회장이
이런 강사 선생님들의 마음은 정말 고맙게 받고 싶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학교가 등록금은 인하하지 않으면서 강사료만 삭감하는 명분으로 이번 일을 이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의 진정한 원인은 대학이 기업화하면서 이윤논리가 대학을 지배하는 데 있다. 대학들은 다른 대학교와 경쟁에서 이기려고 앞다퉈 적립금을 쌓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1월 31일치
성균관대 강사료 총액이 약 57억 원
학교가 적립금을 쌓고 펀드 투자를 한 것은 “대학 강사들과 수많은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것”
이렇게 “절감된” 비용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수강 인원이 무려 1백70명인 전공심화과목이 존재하는 등 교육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렇게 강사와 학생들에게 형편없는 대우를 하면서도 학교는 뻔뻔하게 매년 등록금 협상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로 강사료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는 등록금 인상의 진정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마치 학생과 시간강사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듯이 보이게 만들려는 시도다. 만약 이번에 성균관대학교분회에서 등록금 인하를 목적으로 강사료를 자진 삭감한다면 의도치 않게 이런 학교의 논리에 말려들 위험이 있다.
우리도 학생과 강사, 학내 노동자들이 함께 등록금을 낮추는 동시에 강사료와 임금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하며 학교의 이윤논리에 저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