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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성균관대 강사님들의 강사료 자진 삭감 제안에 부쳐:
양보는 우리가 아니라 학교가 해야 한다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얼마 전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한테서 공감을 얻은 김예슬 씨 대자보의 첫 구절이다. 청년실업과 무한경쟁뿐 아니라 높은 등록금도 대학생들을 짓누르는 한 요소임을 드러낸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사기나 치고 취업 후 상환제는 누더기로 만든 이명박은 “등록금이 너무 낮으면 질이 떨어진다”며 높은 등록금을 정당화한다.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데 도대체 얼마나 더 높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다니는 성균관대학교의 비정규직교수노조 임성윤 분회장이 〈한겨레〉 3월 29일치에 기고한 글(이하 ‘기고글’)을 통해 등록금 인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사들의 강의료 자진 삭감을 제안했다.(임성윤 분회장은 같은 내용의 글을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로 부착했다.) 정말로 마음 따뜻해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제자들을 위해서 자기 자신까지 희생하려는 모습에서 참다운 스승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학부생의 등록금 동결하는 대신 대학원 등록금을 5퍼센트나 인상하는 조삼모사식 행태를 보인 학교당국과 너무나도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강사 선생님들의 마음은 정말 고맙게 받고 싶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학교가 등록금은 인하하지 않으면서 강사료만 삭감하는 명분으로 이번 일을 이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의 진정한 원인은 대학이 기업화하면서 이윤논리가 대학을 지배하는 데 있다. 대학들은 다른 대학교와 경쟁에서 이기려고 앞다퉈 적립금을 쌓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1월 31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난 10년간 성균관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71.3퍼센트나 되고, 이월적립금 규모는 무려 285.5퍼센트나 늘었다! 학교 당국은 이렇게 쌓은 적립금 중 약 60억 원을 삼성증권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음을 올해 등록금협상 과정에서 시인했다.

성균관대 강사료 총액이 약 57억 원(〈성대신문〉 보도)이므로 펀드에 투자했다는 60억 원만으로도 강사료를 곱절로 올리고 남는다. “대학과 임금 단체협상을 하다 보면, 대학은 재정이 어렵다고 강변”('기고글')했다는데 성균관대 당국이 새빨간 거짓말을 한 셈이다.

학교가 적립금을 쌓고 펀드 투자를 한 것은 “대학 강사들과 수많은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것”('기고글')이었다. 임성윤 분회장님이 밝히셨듯이 성균관대 강사들의 급여는 월 1백만 원에 그친다. 그나마 방학 때는 받지도 못해 “대학에서 강사로 비정규직 교수로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는 우리지만, 정작 우리의 수입으로는 우리의 아이들을 한국에서 대학에 보낼 수 없는” 현실(비정규직 교수노조 웹사이트 www.kipu.or.kr)인 것이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수강 인원이 무려 1백70명인 전공심화과목이 존재하는 등 교육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렇게 강사와 학생들에게 형편없는 대우를 하면서도 학교는 뻔뻔하게 매년 등록금 협상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로 강사료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는 등록금 인상의 진정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마치 학생과 시간강사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듯이 보이게 만들려는 시도다. 만약 이번에 성균관대학교분회에서 등록금 인하를 목적으로 강사료를 자진 삭감한다면 의도치 않게 이런 학교의 논리에 말려들 위험이 있다.

〈레프트21〉 28호에는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강사들의 파업에 학생들이 동참하면서 승리를 거둔 영국 서섹스 대학의 소식이 실렸다. 미국에서 얼마 전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32개 주 1백여 개 대학의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자 강사와 교직원들도 대거 합류해 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27호 기사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우리도 학생과 강사, 학내 노동자들이 함께 등록금을 낮추는 동시에 강사료와 임금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하며 학교의 이윤논리에 저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