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인 미국의 탈북자 수용론

정진희

부시 정부가 북한 압박용으로 탈북자를 미국에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7월 16일에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수천∼수십만 명의 탈북자들을 미국에 받아들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그 동안 미국 정부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아 탈북자들의 망명 요청을 거부해 왔다. 지난해 중국에서 9명의 탈북자들이 미국 망명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바 있다.

부시 정부가 검토하는 탈북자 수용론은 폴 월포위츠 같은 공화당 우파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탈북자 수용을 통해 탈북을 유도해 북한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9년 동독 주민들의 대량 탈출이 동독 붕괴로 이어진 경험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탈북자를 수용하자는 주장은 그 동안 미국 정부와 의회 내에서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부시 정부 내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한 수단으로 탈북자를 수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북한난민구호법안이 상원을 통과했고 현재 하원에 계류중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움직임이 탈북자들에게 “큰 희망”이라고 칭찬했다. 탈북자 수용은 이유야 어찌됐든 오갈 데 없는 난민을 구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주의” 얘기는 미국이 자행해 온 대북 경제 제재를 볼 때 역겨운 위선일 뿐이다. 미국은 북한이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데도 지난해부터 북한에 공급하던 중유 50만 톤을 끊었다.  이것도 모자라 재일본조선인총연맹의 대북 송금을 제한·금지하려 하고 있다. 식량 지원도 미루고 있다.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던 1995∼2002년 내내 고작 1백91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고서 말이다.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한 해에만 2백만 톤이 넘는다.

북한의 식량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식량농업기구는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천3백 만의 북한인들이 영양실조라고 발표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한다 해도 받아들일 북한 난민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법상 망명 신청은 미국에 도착해야 가능한데, 고위 관료 출신이 아닌 평범한 탈북자들이 자력으로 미국에 도착하기란 불가능하다.

부시 정부는 갈수록 난민 판정을 까다롭게 하고 이민 통제를 강화해 난민 신청자들과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있다. 이런 자들이 아무 가진 것 없는 수십만 명의 탈북자들을 구하기 위해 거액을 들일 리 없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 때 쿠바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해마다 최소 2만 건의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지만, 올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고작 2천2백 건의 비자만 발급했다.  

부시 정부가 검토하는 북한 난민 수용책은 냉전 시절 동구권에서 그랬듯이 고위 관료, 과학자 등 엘리트들의 망명을 도와 이데올로기 투쟁에 이용하려는 것일 뿐이다. 중국을 떠돌며 비참한 생활을 하는 수많은 탈북자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노동자·민중이다. 노동자 운동은 모든 탈북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를 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