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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진보 후보 지지가 이후 저항에도 이롭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와 심판. 많은 사람들이 이제 보름도 안 남은 지방선거의 핵심을 이렇게 본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용산에서 보금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끔찍한 고통 속에 불에 타 죽게 만든 죄. 쌍용차에서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음식과 물까지 끊긴 생지옥으로 몰아넣은 죄. 4대강에서 생명을 파괴하며 죽음의 삽질을 계속한 죄. 오로지 재벌과 부자들만을 위하며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민중에게 떠넘긴 죄.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을 가로막으며 공기처럼 소중한 민주주의를 걸레로 만든 죄.

이런 범죄적 정책들이 자행된 지난 2년 반은 빨리 깨어나고 싶은 악몽과도 같았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는 노무현 실정의 반사이익을 얻은 이명박이 승리했지만, 지금은 반이명박 반사이익 덕분에 친노 정치인들이 떠오르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경제 살리기’의 실체와 쓴 맛을 본 많은 사람들이 성장과 개발보다 복지에 더 큰 호응을 하고 있다. 그래서 4대강 개발에 보내는 지지는 작고 무상급식에 보내는 지지는 크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천안함 북풍 몰아가기에 애쓰고 있고, 전교조 대 반전교조, 촛불 대 반촛불로 편 가르기에 열심이다. 어차피 잡지도 못할 산토끼들이 도망가더라도 집토끼만은 확실하게 챙겨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산토끼들이 갈 곳이 없다는 점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높은 반감 속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정체했다. 사람들은 민주당을 반이명박의 대안으로 썩 미덥게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명박 집권의 예고편이던 민주당 집권 10년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년 반 동안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에 맞서 제대로 싸우기보다는 줄곧 타협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한명숙은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지내며 무상급식을 반대한 장본인이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유시민은 노무현 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의료민영화와 국민연금 개악을 추진한 장본인이다. 지난 연말에도 민주당이 타협하고 방조한 덕분에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과 개악 노조법을 날치기 통과시킬 수 있었다.

진정한 동력

이명박이 50퍼센트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도 이런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관계 있다. 경제도 회복됐다고 하고, 민주당이 딱히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일단 이명박을 지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이 개혁적으로 여기는 민주당(국민참여당) 후보에게 비판적 투표를 할 수 있다. 민주당이라는 차악을 찍어서라도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싶다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뛰어넘어 민주당과 무비판적인 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민주당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우리의 요구를 낮추는 이런 무비판적 동맹은 계급투쟁의 발목을 잡으며 결국 민주당에게 뒤통수만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 재앙의 길로 접어들었다. 부르주아 양당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노동자 정당 건설이라는 대의를 내팽개친 채 민주당 선거운동원들로 전락해 버렸다.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과 선거 연합을 추진하는 진보신당도 비판을 비켜갈 수는 없다.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MBC 노조에게 파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이 민주당과 동맹하는 데 매달리면서 노동자 투쟁을 자제시키는 구실을 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투쟁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을 막아낼 진정한 동력이다. 민주당과 동맹하려고 이 진정한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완전한 본말전도다.

따라서 좌파는 이명박 정부에 맞선 독립적 노동자 투쟁을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서 우선 진보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예컨대 그리스 급진좌파는 지난 대선 때 우파인 신민주당 정부에 맞서 사회당을 지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좌파 대안을 제시했다. 이런 정치적 독립성이 지금 사회당 정부의 공격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는 아마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명박이 너무 싫어서 민주당이라도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면 한나라당이 패배할 것이다.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도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 한나라당이 가까스로 패배를 면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무엇이든 이명박 정부와 그 정책에 분노와 반감이 크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선거 후 이명박 정부의 공격이 더 본격화할 것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따라서 이에 맞선 대중투쟁을 건설한다는 우리의 과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