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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은 노조 지도부의 파업 철회를 비판했어야

4월 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철도·화물 노동자들이 예고했던 파업을 줄줄이 연기했다. 그 이유는 천안함 침몰로 사망한 46명을 애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나도 군에 강제 징집돼 억울한 죽음을 당한 청년들을 애도하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심장을 걸고 투쟁하겠다’, ‘절대 절명의 순간이다’며 투쟁을 하자고 호소했지만 구체적인 투쟁 계획은 없었다. 지방선거에서 MB를 심판하자고 강조했을 뿐이다.

이를 보면 노조 지도부가 지방선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파업을 철회한 듯하다.

나도 선거 참여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노동자 투쟁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는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을 분리시키고 노동자 투쟁을 부르주아 정치에 종속시키는 노조 지도자들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런데 〈레프트21〉 31호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천안함 사태 초기 이명박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애국주의 선동으로 만회하려 안간힘을 쓰는 시점에 노조 지도자들의 파업 철회는 이명박의 숨통을 열어 주는 구실을 톡톡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레프트21〉에서 비판 기사가 없었다는 점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 계급 세력 관계와 대중 정서를 고려해야

김인식

첫째, 나도 원칙적으로 선거가 노동자 투쟁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거 중심주의가 오히려 선거에도 이롭지 못하다고 본다. 대중투쟁이 뒷받침될 때 진보진영의 선거 도전도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의 선거 중심주의를 비판하다 선거와 노동자 투쟁을 대립시키는 것으로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 물론 김우용 독자는 다행히 그렇게까지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선거를 통해서라도 이명박 정권을 패퇴시키고 싶어 하는 노동자 대중과 분리될 위험이 있다.

둘째, 천안함 장례를 이유로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을 연기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4월 말에 천안함 침몰로 목숨을 잃은 병사들에 대한 국민적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었다. 지배자가 아니라 “강제 징집된” “청년”들이 애먼 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런 추모 분위기에서 철도 노동자들이 예정된 파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공공서비스 부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런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자신감과 투지가 높아 투쟁이 분출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실제 민주노총 지도부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이에 반발하는 기층의 행동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을 연기하지 말고 ‘그냥 돌파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구체적 계급 세력 관계, 노동자들의 자신감 등을 고려하지 않는 주장이다.

따라서 당시 상황에서 〈레프트21〉이 최우선시해야 하는 일은 노동자 투쟁의 ‘고(Go)’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애국주의 선동을 폭로하고 그 칼 끝이 노동자 투쟁의 목을 겨누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레프트21〉 31호는 바로 그 과제에 전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