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결정된다.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선정 기준이고 보육료 지원, 긴급복지지원 등 많은 복지제도 운영의 기준선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한나라당 의원 차명진의 “황제의 식사” 1년 내내 그렇게 먹어 봐라.

그러나 올해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50만 원, 4인 가구 1백36만 원에 그쳐 ‘죽지 않을’ 수준밖에 안된다.

한국통계학회가 발표한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분석 최종보고서〉를 보면 극빈층의 월평균 의식주 비용이 65만 원이다. 결국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은커녕 극빈층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래서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최저생존비라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최저생계비는 지난 10년 동안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로 배열할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소득수준) 대비 45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곤두박질쳤다.

아까워

정부는 이조차 아까워서 어떻게 해서든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를 줄이려 한다. 부양을 하지 않아도 수입이 있는 자녀가 있으면 수급자에서 탈락한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국가의 책임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는 것이다.

그래서 수급자는 10년째 전체 인구의 3퍼센트밖에 안되고, 빈곤층인데도 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4백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4퍼센트에 이른다.

정부는 3년마다 소득·지출 수준과 생활실태 등 계측조사를 통해 최저생계비를 정하고 그렇지 않은 해는 물가인상률만 반영한다. 올해는 계측조사를 하는 해로,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려면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2007년 계측조사 당시 정부는 양말 1년에 4켤레, 운동화 2년에 1켤레, 팬티 3년에 6매만을 인정했다. 정부가 제시한 한 끼 밥값은 2천1백 원이다. 인간다운 삶은 고사하고 하루하루가 ‘무한도전’인 것이다.

최저생계비 체험 캠페인에 참가한 한나라당 의원 차명진은 하루 식비 6천3백 원으로 “황제의 식사”를 했다며 “돈 몇 푼 올린다고 될 것이 아니”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지배자들이 하층계급의 삶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심지어 경멸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구성을 봐도 그렇다. 정부는 최저생계비 인상을 주장하는 진보단체들을 배제했다. 대신 ‘자유시장 경제 실현’을 목표로 하는 바른사회시민회의나 양성평등실현연대 같은 보수단체로 바꿨다.

이들은 최저생계비를 아까워하거나 마지못해 베풀어야 하는 시혜쯤으로 여긴다. 부자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감세를 해 주면서 최저생계 유지를 위해 쓸 돈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돈은 있다. 그 돈을 부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 최저생계비를 인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