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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우경화’ 노선: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결별해야 한다

얼마 전 7·28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이명박의 정치 위기에서 아무런 반사이익도 얻지 못하며 패배했다.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 패배 후에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반민주 정책을 조금치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차명진과 외교부 장관 유명환의 막말이 이어지며 반MB 정서는 여전히 부글부글 끓었다.

계급 연합 NO, 계급 투쟁 YES 민주대연합의 진정한 문제는 민주당의 눈치를 보며 노동자 운동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이 집권 기간에 보여 준 무능과 배신, 최근의 동요를 잊지 않았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안 됐다.

상황이 이럴진대,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번에도 ‘정치 거간꾼’처럼 반MB 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는 “[진보정당의]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대표의 말과는 달리 참담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고 민주당의 옷자락에 매달리는 동안 서울에서 진보진영의 존재감은 더 희미해졌다.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지 못했다. 사회당의 협소한 지지 기반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너무 적은 표다.

자화자찬

물론 민주노동당이 광주 남구에서 민주당과 경쟁해 44퍼센트의 지지를 받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전국적 수준에서 민주노동당은 반MB민주연합 노선을 채택했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정치·경제 권력이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는 서울에서 민주당과 단일화하며 후보를 사퇴한 것은 전국적 수준에서 계급 연합 전략이 우선했음을 보여 준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당 아류로 보이게 해 광주에서도 감표 요인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향한 비판 한마디 없이 더 강력한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7·28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승리”를 거뒀고,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야권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의 차이가 “작은 차이”일 뿐이라는 이정희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한술 더 떠 민주노동당이 서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야권연대의 원칙을 더 깊게” 했고 “국민들이 이제 단결의 주도세력으로 민주노동당을 주목”했다며 자화자찬한다. 그리고 이를 발판 삼아 “더욱 단단하고 폭넓은 야권연대를 선도해 2012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지만 진보·개혁 대중은 민주당을 마땅치않게 여긴다는 것을 7·28 재선거는 보여줬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전략은 10년 동안 힘겹게 성장해 온 진보 정치의 존재감을 약화시키고, 진보·개혁 대중의 정치 대안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방침은 노동계급의 진정한 단결을 외면하고 부르주아 자본가 정당에 진보 정치를 ‘종속’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유연한 진보”를 주창하며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의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즉,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슬그머니 내려놓아 “유연”함을 갖추고 부르주아 야당과 계급적 “차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우파 정부의 공세, 광범한 반MB 정서를 들어 이런 계급 연합 전략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정치를 염원하는 노동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혼란과 분열을 낳았다.

무엇보다 계급 연합 전략으로 말미암아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한하거나 노동자 투쟁을 단속·자제시켜야 하는 모순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주장이 민주당과의 연대를 위해 노동계급의 보험료 인상을 수반하는 것으로 나아갈 위험성이 있다.

1930년대 스페인과 프랑스의 민주연합(당시 용어로는 인민전선)은 20세기 좌파 역사에서 가장 재앙적인 경험 중 하나였다. 당시 두 나라 공산당은 인민전선 내에서 자본가 정당에 정치적으로 종속됐고 노동자 투쟁을 가로막는 구실을 했다.

민주당과 ‘공통분모’를 강조하는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역사적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이들은 “야권연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의 옷자락에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이는 노동계급 정당의 외연을 넓히기는커녕 노동계급에 내린 뿌리마저 얕아지게 만들 것이다.

연막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8월 5일에 ‘최고위원 워크숍’을 열고 “2012년 총선 전에 빠르면 2011년 연말까지 진보대통합을 실현하고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정희 대표도 부쩍 ‘진보대통합’을 강조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대통합을 선언하긴 했지만 그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진보대통합 발언은 2012년 계급 연합 전략을 더 잘 추진하기 위한 연막이거나 좌파의 비판을 피하려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민주당과 선거연합에 들인 노력의 10분의 1도 진보대통합에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아래로부터 계급투쟁이 벌어져 그 압력 때문에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정책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인민전선 전략에 근거해 우경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우경화는 노동계급 대중의 열망과 지지로 10년간 성장해 온 진보정당을 후퇴시킬 뿐 아니라 노동자 정당과 자본가 정당(민주당)의 차이를 “실개천” 수준으로 전락시켜 놓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결별하라. 그리고 계급 연합을 위해 노동계끕의 투쟁과 요구를 자제시키려는 우경화를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