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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진보’ 분칠은 대중 기만용 위장술

6·2 지방선거에서 반MB 정서로 반사이익을 얻은 민주당이 고작 한 달 만에 재보선에서 패배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2.4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지방선거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할 동기를 부여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인물들은 대체로 개혁적이지도 않았고 광주에서는 색깔론을 들고나와 민주노동당의 등에 칼을 꽂았다.

선거 패배로 위기 의식이 커지자 민주당은 ‘진보’ 카드를 내놓았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너도나도 ‘진보’를 말하고 있다.

대중이 민주당의 정책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개혁을 바라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하다.

그러나 이들의 ‘진보’는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위장술 같은 것이다.

복지 개혁

물론 민주당도 어느 정도는 복지 확대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자본가들도 최소한의 복지는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10년 뒤에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노동자들이 무지하고 허약해서는 안 된다. 자본가들의 용어법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박근혜마저 복지국가를 내세울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무상급식 요구에서도 드러나듯 양극화로 고통받아 온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이 아니라 진정으로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는 과감하고 급진적인 개혁이다.

이런 복지 개혁을 하려면 자본가들의 이윤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거둬 들여야 한다. 그런데 시장의 앞날이 불안정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자본가들이 이에 격렬히 저항하기 마련이다. 자본가들에 기반을 둔 민주당은 이런 저항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의 경험이 정확히 그랬다.

민주당은 집권 시절에 복지를 조금 늘리면서 그 재정 부담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조삼모사식 복지를 시행했다. 이것이 ‘생산적 복지’와 ‘참여 복지’의 실체다.

지방선거 직전에 민주당이 내놓은 ‘뉴민주당 플랜’도 자본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장에 더 무게를 뒀다. “우리는 공정한 분배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았다.”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을 이루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낼 것”이지만 “우리가 제안하는 모델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모델도 아니다. 서구의 낡은 복지국가 모델은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다.”

지금도 민주당 의원인 이성남·최영희 등은 노동자들 등치는 데 혈안이 된 민간의료보험 시장 규모를 키우고 보험사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정동영은 “IMF에 굴복”하고 “양극화의 주범”이 됐다며 반성문을 썼다. 물론 그것은 정동영 개인의 “용기” 부족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민주당의 존재 기반 자체에서 비롯한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서구 복지국가들의 경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본가들의 격렬한 저항을 좌절시키고 복지를 확대하려면 거대한 대중운동이 필요하다. 민주당에게는 이런 운동을 건설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그 운동이 자신들을 집어삼킬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복지는 계급투쟁의 산물이고 따라서 자본가 계급 정당인 민주당은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진보를 이룰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시사IN〉과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어쨌든 같이 가야 하는 파트너다” 하며 민주당과 계속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중적 환멸의 대상이 된 민주당에 진보의 색깔을 입혀 줘 진정한 진보를 가져올 계급투쟁을 무디게 만드는 효과를 낼 것이다.

또한, 최근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려면 노동자들이 먼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후퇴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앞서 지적한 민주당식 ‘진보’를 합리화해 주는 효과를 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민주당에 추파를 던지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진정한 진보를 가져올 계급투쟁을 약화시키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진보는 바로 민주당이 진정 두려워하는 계급투쟁의 고양 속에서 이뤄진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진보정당이라면 민주당의 ‘진보’ 분칠을 벗겨내고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