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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국가 대안 논의:
문제는 결국 누가 재원을 부담할 것인가다

〈한겨레〉가 지난 7월 말부터 창간 22주년 특별 기획으로 ‘진보개혁, 복지 국가를 말하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복지 국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무상급식 등 복지 쟁점이 중요한 이슈였다.

진보진영의 대안 논의는 세 가지로 소개됐는데,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역동적 복지국가론’(이상이),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견해라 할 수 있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론’(신동면), 진보신당의 ‘삼차원 복지국가론’(노회찬)이었다(‘복지국가 담론 세가지’, 8월 16일치).

2005년 메이데이 집회에서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요구한 민주노동당 복지 문제의 핵심은 계급투쟁을 통해 국가와 기업주가 재원을 마련토록 하는 것이다.

세 가지 복지국가론에 공통적으로 담긴 ‘보편적 복지’는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복지 정책과도 다른 진보적 대안이다.

예컨대 현행 건강보험 제도하에서는 보험료를 내지 못해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2백만 명이 넘는다. ‘보편적 복지’는 이들에게도 무조건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 등도 이런 보편성 원리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런 보편적 복지를 이루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심지어 박근혜까지 너도나도 복지 국가를 말하지만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로 이 재원 마련 방안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복지 재원 마련은 첨예한 계급적 이해관계 충돌을 낳는다(자세한 설명은 이번 호 기사 ‘자본주의가 복지 국가 없이 유지될 수 있을까?’를 보시오).

예컨대 보수를 대표해 기고한 안종범은 “포퓰리즘적이고 슬로건적인 복지비전 제시로 국민의 눈높이를 올리기보다는 국민 부담과 복지지출을 연결지으면서 복지 실천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보수의 복지’, 8월 22일치). 노동자들이 더 내거나 덜 받으라는 말이다.

반대로 진보진영의 전통적인 대안은 기업주·부자에게서 세금과 보험료를 거두고 국방비 등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자는 계급적 대안이었다.

그 점에서 재원 마련 문제를 회피하는 신동면보다는 “공정한 소득 누진적 조세 체계”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노회찬과 “연대적 누진적 조세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한 이상이의 대안이 진보적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자고 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행보는 계급적 대안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런 후퇴는 몽상에 가까운 국민적(초계급적) 화합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복지 발전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계급투쟁을 가로막는 효과를 낸다.

진보적인

한편 성장이냐 분배냐 문제에서 노회찬 대표는 “추상적인 집단 이익(‘국가’, ‘민족’ 등)이나 수치 위주의 경제 성장보다 [복지를] 우위에 ” 놓아야 한다는 가장 진보적인 관점을 취했다.

이상이는 ‘성장과 분배는 유기적 일체’라며 추상적 태도를 보였는데, 한편에서는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는 복지의 위기이자 동시에 경제의 위기”라고 해 남유럽 경제 위기의 원인이 ‘과도한 복지’ 때문이라는 지배자들의 주장이 스며들 틈을 보이고 있다.

신동면은 복지를 늘리면 “기업 활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자본가적 관점을 더 분명히 보여 준다.

노회찬 대표는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진보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대안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대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재정 문제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마련 비용을 다시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신동면은 ‘근로 연계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해 자신이 말한 ‘보편적 복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근로 연계 복지’는 김대중의 ‘생산적 복지’나 노무현의 ‘참여 복지’, 이명박의 ‘능동적 복지’에 모두 포함된 것으로 노동자들이 힘겹게 일해야 복지를 주겠다는 선별적 복지다.

이상이는 평생교육체계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비용을 기업주들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앞선 문제들이 고스란히 반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