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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중국 공정여행

나는 국제민주연대에서 주관한 중국 귀주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은 “착한 여행”을 모토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수민족이나 한족들에게 관광의 혜택을 돌려주려는 것이다.

귀주는 중국에서 둘째로 가난한 지역이다. 하지만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농촌, 이런 자연으로 인해 고립된 삶을 살면서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된 소수민족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여기서 생기는 관광수익과 석회석, 삼림 자원으로 인해 귀주는 중국에서 넷째로 소비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귀주 곳곳에 "멋진 관광 도시를 만들자!", "돈 있는 자는 창업하고, 국가는 잘 건설하고, 인민들은 열심히 일하자", "창업과 건설을 병행하는 것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등 공산당 지부에서 만든 배너가 있었다. 그들은 소수민족들의 마을을 관광지로 만들어서 많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관광수익의 대부분이 소수민족보다는 좀 더 좋은 경제적·정치적 조건 하에 있는 한족들이 경영하는 호텔과 식당에 들어가는 듯했다. 이로 인해 생길 소수민족들의 불만을 막기 위해서인지 다른 지역보다 “당의 기층을 강화하자”,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라는 내용을 강조하는 배너를 많이 걸어 놓았다.

공정여행단은 소수민족들이 최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소수민족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다른 관광객들은 가지 않을 험한 오지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소수민족들이 판매하는 기념품을 많이 사고, 소수민족 초등학교에 펜 등의 학용품과 여러 과자들을 기증했다.

한국의 1970년대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열악한 농촌의 현실을 접하고, 한 달에 하루밖에 쉬지 못한다는 중국인 웨이터들이 나눠 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 한국인 여행단이 소수민족들에게 분명히 일시적으로나마 이익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한 숙소에서는 소수민족들이 지역 공산당 관료를 영접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또, 단지 소수민족이 운영할 뿐, 한족들이 운영하는 곳과 다를 바 없는 숙소에서 묵었다. 이런 경험을 하며 우리 관광객들의 선의가 결국은 평범한 소수민족이 아닌 한족 자본가들 못지 않게 잘 사는 자본가가 되고자 노력하는 소수민족 중간계급에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여행의 의의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다.

함께 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가 말한 것처럼 이 여행이 “‘이익’을 얻는다는 생각보다는 손해를 감수한다는 취지”로 조직됐기 때문이다.(충분한 참가자가 모집되지 않아서 출발부터 적자였다.)

일반 패키지 여행에 참가한 일부 관광객들이 “왜 더 좋은 호텔에서 잘 수 없느냐”고 가이드에게 항의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공정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은 소수민족을 도와준다는 선한 취지로 ‘불편’과 ‘손해’를 감수했다. 근본적인 사회 변혁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인 세상에서 자신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소수민족을 돕기 위한 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의 선한 의도를 폄하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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