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우선 인상을 주장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 참여 인사들이 그동안 언론에 기고한 글을 모아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 시민의 힘으로 출발》을 펴냈다. 

이 책은 ‘시민회의’를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저자들은 ‘시민회의’를 진보진영이 비판한 것을 두고는 피상적으로만 대응한다. 

7월 17일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출범식 민주당조차 국가·기업의 부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시민회의’의 처지는 군색해졌다. 

대표적으로 ‘노동자들이 먼저 양보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은 답하지 않는다. 

낸 것보다 더 받기 때문에 양보가 아니고, 노동자가 내는 만큼 ‘법적으로는’ 기업과 국가도 낼 것이므로 손해가 아니라는 게 답변이라면 답변이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에 대한 노동자들의 거부감은 보험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건강보험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복지 제도임에도 그동안 노동자들의 부담이 부자들이나 기업주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고 충분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료가 누진율이 아니라 정률로 부과되고 부자들의 납부 탈루가 너무나도 쉽다. 이명박조차 2002년까지 편법으로 보험료를 2만 원씩만 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민간보험’보다는 낫다는 논리로 이런 문제들에 눈감아 버린다. 건강보험은 소득만큼 내고 필요한 만큼 받는다고 과장한다. 이런 제도들로 “사회연대”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부를 기업주들이 착취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득만큼 내고 필요한 만큼’ 받는 복지 제도란 있을 수 없다.

‘시민회의’가 부러워하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의 보장성 높은 의료제도는 노동계급이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지 먼저 보험료를 인상하겠다는 식의 ‘사회연대’ 선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시민회의’는 노동자들의 보험료를 올리는 것을 “혁신적”인 “진보의 패러다임 변화”로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한다. 오건호 위원의 말을 빌리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정치적 권위를 획득했듯이, 진보운동도 모델 사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혁신과 패러다임 변화는 자본가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박형근 교수는 “‘건강보험 하나로’가 현실화되는 것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버지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파에게까지 추파를 던지는 듯한 인상을 줘 영 찜찜하다. 

이런 후퇴와 양보를 전제로 한 ‘모델 사례’는 복지 확대의 원동력인 노동자들의 투쟁과 계급의식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심지어 최근 자유주의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조차 먼저 국가·기업의 부담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하자 ‘시민회의’의 처지는 궁색해졌다. ‘시민회의’가 민주당과 다른 점이 좀더 노골적으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주장한다는 점이 됐기 때문이다.

‘시민회의’ 주도자들은 진보진영이 제시하는 다른 대안들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보험료 우선 인상 철회는 논의할 수 없다고 한다. ‘시민회의’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대의가 아니라 보험료 우선 인상 즉,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보험료 우선 인상을 정당화하는 변명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시민회의’의 군색한 처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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