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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좌파는 우파의 선동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조합비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옳다

기아차 우파 ‘현장조직’들이 금속노조 탈퇴를 노리고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다.

기노련(기아노동자연대), 전민투(전 조합원의 고용복지 희망을 여는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등은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조합비 인상’ 결정을 “용납 못한다”며, 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조합원 총회소집 요구 서명을 벌였다.

기노련은 ‘노조 지도부가 사측에게 상집간부 임금을 반납해 놓고 대신 조합원의 임금을 갈취하고 있다’ 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조합원들을 현혹시키려 한다.

그러나 조합비 인상이 “임금 갈취”라는 이들의 주장은 사태를 왜곡하는 거짓말이다.

기아차 조합원들은 이미 지난 9월 2일, 전임자 임금 지급을 위해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별도 수당을 추가 지급한다는 임단협(이면 합의안)을 가결했다. 그리고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해당 수당을 전임자들에게 지급하기 위한 조합비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성한 노동조합에서, 조합비로 노조를 운영하듯 그 일을 전담하는 사람들의 생계비를 조합원들의 돈으로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이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통제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측이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던 이전 방식보다는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식이다.

더구나 이를 위한 별도 수당 지급까지 사측에게 양보받았으니, 조합원들의 조합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기노련, 전민투 등은 ‘조합원의 이익’을 들먹이고 있지만,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데 관심이 없다. 이들은 탄압에 맞서 노동조합의 권리를 방어하길 회피한 채 임단협 과정에서 타임오프 교섭을 분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타임오프는 진정한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파 ‘현장조직’들은 지금 “기아차 노조를 패가망신시킨 장본인이 금속노조”라며 금속노조 의무금(조합비) 납부를 중단해 그 비용으로 전임자 임금을 충당하자고 주장한다. 금속노조를 탈퇴해 조합비 지출을 줄이자는 얘기다. 이것이 이들의 진정한 의도다.

그러나 금속노조 탈퇴는 기아차 노동자들에게 절대로 이로운 길이 아니다. 당장에야 금속노조에 납부하는 조합비를 줄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다.

왜냐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단결하는 것이 기아차 노동자들의 고용·임금·노동조건 등을 방어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파 ‘현장조직’들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금속노조 탈퇴’와 ‘좌파 지도부 흔들기’다.

기노련 등은 그동안 금속노조의 정치투쟁, 연대 투쟁, 전투성 등을 문제 삼으며 줄기차게 ‘금속노조 탈퇴’와 ‘정치투쟁 타파’를 외쳐 왔다. 사실상 ‘단결’과 ‘투쟁’이라는 소중한 무기를 내려 놓자는 것이다. 이런 우파 ‘현장조직’들의 준동을 보며 뒤에서 웃고 있는 게 누구일지는 뻔하다. 정부와 기업주들이다.

이들의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KT를 떠올려 보라. KT 노동자 수천여 명이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한 우파 노조 지도자들의 방기 속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에서 쫓겨 났다.

기노련은 금속노조의 ‘정치투쟁’을 맹비난하지만, 정부의 반노동·반민주 정책에 맞서는 것은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일이다. 예컨대, 2007년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파업은 노동유연화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려는 시도에 맞선 중요하고 의미있는 투쟁이었다.

따라서 진지한 노동자들은 조합비 인상을 트집 잡아 이참에 금속노조 탈퇴를 꾀하려는 우파들의 노림수를 꿰뚫어 보고, 그들의 흑색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흑색선동

그런 점에서, 기아차 ‘원하청 공동투쟁단(준)(이하 원하청 공투단)이 노조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원하청 공투단은 이번 임단투가 “무쟁의 원년이라는 불명예를 남겼고, [타임오프] 악법의 굴레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기아차에서 정부와 사측의 타임오프 공격은 실패했고, 전국적으로도 이미 많은 작업장에서 타임오프는 무력화하고 있다. 기아차 임단협에서 아쉽고 비판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도부가 사퇴해야 할 배신을 저질렀거나 투쟁이 패배한 것은 전혀 아니다.(기아차 임단협 평가는 〈레프트21〉 42호 ‘타임오프를 무력화했다는 평가는 옳다’를 보시오.)

원하청 공투단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에는 전임자 임금 지급방식에 대한 잘못된 입장이 깔려 있다. “[기아차 집행부가] 조합원의 피와 땀의 대가를 상집간부 임금으로 충당”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조합비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우파 ‘현장조직’들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일부 좌파의 잘못된 태도가 우파가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셈이다.

사실 원하청 공투단뿐 아니라, 적잖은 좌파들이 ‘사측의 전임자 임금 지급’을 지켜야 할 투쟁의 성과라고 여기고 있다. ‘노정협’(노동자정치협의회), 현대차 ‘민투위’(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노동자전선’ 등은 소식지에서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부담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 지도자들을 회유하거나 포섭하려고 지급하던 전임자 임금의 성격을 애써 ‘투쟁의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측의 전임자 임금 지급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전의 한국노총 시절부터 정부와 사측이 노조 전임자를 통제하기 위해 시행해 온, 청산해야 할 과거의 유산일 뿐이다.

조합원들이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현장 조합원 민주주의와 통제를 확대할 방안으로 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아차에선 비록 타임오프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추가 수당 지급과 조합비 인상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됐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이 전임자들에게 다양한 요구를 제기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고 있다. 조합비를 받아 활동하는 전임자는 조합원들의 요구와 이익을 더 잘 대변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좋은 징조다. 조합원들이 직접 전임자 임금을 지원하는 것이 노조 상근자들을 통제하는 조합원의 힘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노조 민주주의와 자주성은 궁극으로 현장 조합원의 자신감과 투쟁력을 확대하는 데 달려 있지만 말이다.)

기아차지부는 최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우파의 난동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결정했다.

이번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지지를 획득하려면, 무엇보다 우파의 진정한 의도를 파헤쳐 정면으로 반박하고 정치적 논쟁을 벌이길 회피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기아차 지도부는 “노조 안정이 시급하다”는 논리만이 아니라, 금속노조 탈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조합원들이 전임자 임금을 지급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해야 한다.

우파의 위험한 선동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무엇보다 좌파 활동가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화성공장의 ‘금속노동자의 힘’ 활동가들이 우파의 진정한 의도를 들춰내며 논쟁을 이끌고 있듯이 말이다.

이 논쟁이 현장에서 G20 항의 운동을 건설하는 것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 G20에 항의하는 노동자대회와 11월 11일 시위에 기아차 조합원들이 대거 참가한다면 우파의 ‘정치 투쟁’ 비난에 대한 효과적인 반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