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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참전 출신자 김영만씨 인터뷰

베트남전 참전 출신자 김영만씨 인터뷰

"이라크에 파병되면 민간인을 학살하게 될 것입니다."

Q 아픈 기억이지만 베트남전에 참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이야기를 좀 해 주세요.

A 내가 군대에 간 것은 동아대 재학 때였습니다. 저는 당시 교복과 교모를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학교에 저항했는데 교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시험을 치를 수 없었습니다. 총학생회에서도 그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 혼자 싸웠죠. 그래서 2학년 1학기까지 학점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군대 갈 생각을 한 것은 그 때문이었죠. 그 당시 해병대는 제대가 빨랐고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저는 해병대에 자원했습니다. 1965년에 입대한 것이죠.

그러다 1966년 10월에 해병 청룡부대에 속해 베트남에 갔고 다음 해 3월 초에 부상으로 귀환을 했습니다. 1계급 특진에 화랑무공훈장도 받았습니다. 상이1급으로 판정받았는데 광대뼈가 부러져 몇 년 동안 입을 벌릴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나는 보상도 안 받았고 훈장도 수령하지 않았습니다.(이 때 표정이 갑자기 침통해지면서 얼굴을 감쌌다.) 이유는 전쟁이 너무나도 악몽 같아서 전쟁에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참전한 전투가 국군 파월 참전사에 가장 큰 단위 전투로 기록돼 있는 짜빈동 전투입니다. 한국군 1개 중대 1백여 명과 월맹 정규군 2개 연대 3천 명이 싸웠습니다. 이 전투는 한국군의 위상을 격상시켜 준 전투였지요.

원래 한국군은 M1이나 카빈밖에 없었는데 이 전투 이후로 미군이 M16을 지급해 주었습니다. 나는 파병하자는 군인들이 말을 할 수 없는 경험이 있습니다. 월남에 파병된 32만 명 중에 전투를 경험한 사람은 실제 10만 명도 안 될 것입니다.

이번에 서울 9·27국제반전공동행동 집회에서 연설을 해 달라고 해서 참전 용사 옷이랑 군화를 다 준비했는데 중간에 취소돼서 안타까웠습니다.

Q 파병을 하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파병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접 전투를 치러 본 분으로서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국익을 이야기한다면 지난 번 태풍 매미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르던 양어장이 부서져서 바닷가 어민들이 통곡을 하고 있는데 그 근처로 낚시꾼들이 몰려온 것이 텔레비전에 나왔습니다. 낚시꾼하고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참 미안하기는 한데 어차피 놓친 고기 우리라도 잡는 게 좋지 않느냐?”

파병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낚시꾼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참전 용사들은 우리가 돈 못 받아도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나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못 받은 돈이 포항제철 같은 데 들어가서 경제 발전하고 이런 것이 사실이 아닙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 파병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까? 일단은 남의 불행에서 국익을 챙기겠다는 생각이 싫습니다.

두번째는, 국익을 생각한다면 파병하지 않는 것이 국익입니다. 왜냐? 이번에는 전쟁 비용을 우리가 다 대야 하지 않습니까? 베트남 전쟁 때는 미국이 돈을 줬습니다. 이번에 서희부대를 파병한 뒤에 미국이 어떤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우리에게 주었습니까?

이번에 파병하면 조 단위로 돈이 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제도 어렵고 매미 피해도 막심한데 무슨 파병입니까? 그리고 지금 미국이 하는 걸로 봐서 설사 떡고물이 있어도 우방에게 줄 것 같습니까?

이번에 이라크에 인간방패 활동을 다녀온 배상현이 그럽디다. 이라크 바그다드 도심에 가면 한국 중고차가 한국 사람 쓰던 그대로 돌아다닌다구요. 그리고 집집마다 한국 가전 제품이 놓여 있더랍니다. 이라크 사람들은 한국에 상당히 호의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 발표가 중동 전체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합니다. 이라크에서는 3일 동안 방송이 됐구요. 그 때 이라크 사람들이 얼마나 비통하고 씁쓸하고 원통해 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한국이 이라크랑 무슨 철천지 원수라고 그렇게 군대를 파병하느냐고 그랬답니다. 그래도 그 때는 비전투병이니깐 그나마 나았죠. 이번에 전투병을 파병하면 이라크뿐 아니라 중동이랑 철천지 원수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전쟁은 명분도, 실리도 없습니다. 대량살상무기도 발견하지 못했고 이라크를 해방시킨 것도 아닙니다. 이미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고 점령군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전쟁 이후에 미군이 죽은 숫자가 많지만 그거 다 발표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알아야 해요. 미군이 한 명 죽으면 이라크 사람은 10명이 죽어야 합니다. 미군이 자기 동료 한 명 죽으면 곧바로 보복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래서 양민학살이 일어나는 거예요.

민간인 학살

이런 게 이번 전쟁이 베트남과 같은 점이고 내가 인터뷰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이라크는 테러형 게릴라 전술을 쓰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미군은 적은 안 보이는데 아군이 죽는 것을 보게 되죠. 전투에서 병사는 누구나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전우에 대한 보상 심리와 피지배 민족에 대한 멸시감이 섞이면 이성을 잃고 민간인 학살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수색을 한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이 대목에서 김영만 씨는 너무나 괴로워했다.)

나는 그런 것을 이미 경험했어요. 마지막 전투를 빼고는 월맹 정규군이랑 한번도 싸워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은 민간인을 학살하게 됩니다. 학살당한 원한은 대를 이어 가슴에 남게 되죠. 이 전쟁에 파병하면 우리는 중동 민족들로부터 철천지 원수로 낙인찍힐 것입니다.

절대로 파병은 안 됩니다. 베트남에서 진짜로 전투를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파병하자고 말을 안 합니다. 참전 용사 중에 파병하자는 사람들은 진짜 전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일 것입니다. 전투를 치러 봤다면 절대 그런 끔찍한 일을 하자고 말 못해요. 그것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참하고 마약한 거 같은데… 전신이 마비되고 이성과 감각이 사라진다구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나쁜 군인과 좋은 군인은 없습니다. 당신 같은 보통 젊은이 누구라도 가게 되면 지옥에 있게 되는 거예요.

나는 요새 생각하는 게 있어요. 누가 우리(참전 용사)에게 악마의 주술을 걸었을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미친 시간’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에 내 이야기가 나와요. (희망연대 홈페이지 희망곳간을 클릭하며) 이게 3년 전에 라디오 부문 방송 대상을 탄 진주 MBC 프로그램입니다. 내 얘기죠. 그래서 37년 만에 전쟁터에 다시 갔다 왔어요.

내 자식이라고 생각을 해 봐요. 누구를 그런 곳에 보내겠습니까?

박동찬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