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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한나라당에 ‘친서민’ 덧칠을 해 주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친서민’을 내세우면 사람들 대다수는 역겨움을 느낀다.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친서민’ 정책이 사실은 ‘친재벌·반서민’의 다른 말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우려스럽게도 한나라당의 ‘친서민’ 시늉에 일부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진보적 덧칠을 해 주고 말았다. 지난 10월 19일 참여연대와 민변, 등록금넷 등이 스스로 요청해 한나라당 ‘서민특위’(위원장 홍준표)와 정책간담회를 한 것이다.

이런 식의 대화가 과연 누구에게 이익일까?

가뜩이나 ‘무늬만 친서민’이라는 비판에 곤혹스러웠던 한나라당은 “참여연대와 (한나라당) 서민특위가 지향하는 지점이 모두 친서민 정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반가워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한나라당에 호응해 줬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기대 이상의 진지한 논의의 장”이었다며 호평했고,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도 “한나라당 서민특위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많이 들었”고, “서민의 구체적 쟁점을 많이 접하고 고민하는 걸 보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지난 시절 노사정회의나 정부·여당과의 협의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한나라당은 곧바로 뒤통수를 쳤다.

정책간담회 직후 한나라당이 진보진영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한 채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법안 중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의 ‘분리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의 ‘동시 통과’를 주장해 온 대부분의 진보진영은 ‘분리 처리’가 사실상 상생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시간 끌기’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결국 한나라당 홍준표가 “한국의 대표적 진보단체가 한나라당과 [정책] 협의를 했다는 것 자체의 의미가 크다”며 한껏 우려먹는 동안 참여연대 등은 뒤통수만 맞은 것이다.

반대로 얼마 전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명박이 초청한 청와대 오찬을 거부하는 결단을 내렸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붙이고, KEC·기륭전자 등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단식과 농성으로 항거”하는 상황에서 “명분도 실리도 없”는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한 옳은 태도였다.

참여연대 지도부처럼 자본가 계급 정당과 대화하며 ‘친서민’ 덧칠을 해 주는 방식으로는 결코 작은 개혁도 따낼 수 없다. 특히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서민의 삶을 개선하려면 지배자들에게 양보와 타협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단호한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