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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감호 제도 누구를 위한 사회 보호인가?

보호 감호 제도

누구를 위한 사회 보호인가?

지난 해 11월 초, 월간 〈다함께〉에 글을 쓴 바 있다. ‘보호감호제도의 문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청송보호감호소안에서 집단 단식 이후 보호감호제도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원고 청탁을 받았던거 같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원고 청탁을 받았다. 청송보호감호소 안에서 집단단식 도중에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보호감호자들이 감호소 내에서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수단인 집단단식을 통해 주장하고자 한 것은 보호감호제도의 폐지였다’. 지난 해 썼던 글 중 일부이다. 올해 역시 그들은 두 차례에 걸쳐 집단단식을 하였는데, 이번 집단 단식 역시 보호감호제도의 폐지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와 올해 달라진 것은, 이제 그들의 주장이 담 안에서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전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문제만큼은 아니지만 ‘사회보호법’의 태생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어느 정도 진지하게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격리

사회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는 ‘보호감호제도’는 한마디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상습범을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제도이다.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겠다는데 무슨 문제냐고? 보호감호처분의 대상자는, 이미 형의 집행이 끝났지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재범의 위험성을 누가 알 수 있는가? 막연한 가능성 때문에 누군가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법무부는 보호감호제도를 통해 사회에 위험한 사람을 일정 기간 격리하여 사회화를 시킴으로써 사회를 보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보호감호제도는, 자본주의 사회에 성가신 자들을 일정 기간 눈에 안 보이는 곳에 가두어 사회화의 가능성을 모두 빼앗아버리고 사회무능력자로 만든 뒤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개인의 문제로 떠넘김으로써, 개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변명 거리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너무 심한 표현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청송보호감호소에 있는 수감자는 흉폭하여 사회로부터 격리하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70% 이상이 단순 절도로 들어온 자들이다. 사회보호법페지공대위가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학력수준이 무학이 16.2%, 초등학교 졸업이 34.3%에 해당하여 총 50.5%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중퇴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학업 포기 사유를 물어보니 63.18%가 집안의 경제형편 때문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998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감호자의 입소 전, 하층의 생활수준이었던 사람이 55.7%를 차지하였고, 상층이 1.6%에 그쳤다. 이처럼 이들은 사회경제적 무능력자가 대부분이고, 수동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이 상당수이다.

그러면, 이들이 청송보호감호소에 충분한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일까? 장기간의 구금생활로 가족은 파괴되고(사회보호법폐지 공대위의 조사 결과 감호소 생활 중 이혼했거나 이혼소송을 제기당한 경험이 42.25%, 지난 한 해 동안 가족과 접견한 횟수가 없다고 답변한 사람이 32.88%, 1명이 14.86%, 2회가 20.49%에 불과 ), 학과교육이나 직업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교육내용이 사회에서 거의 쓸모가 없으며, 몇 년간 청송보호감호소 안에서 일을 하더라도 출소할 때 가지고 나오는 돈이 고작 몇 십만원에 불과하여 사회정착금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법을 지키며 사회에 잘 적응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은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청송보호감호소에 2번 이상 들어온 자가 53%씩이나 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교도소로 드나들며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국가 폭력

이제, 보호감호제도에 대하여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보호감호제도는 법무부가 주장하듯 교육을 통한 사회복귀 촉진이 아니라 장기간 성가신 존재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고, 그렇게 기능하였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 이면에는 행형정책의 실패와 사회경제적 무능력자를 국가와 사회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고, 그 모든 것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한 사람을 사회로부터 추방하고 격리하는 것은, 인권침해 그 자체이며 국가의 폭력이다.

우리가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국가의 폭력에 침묵으로 동조하며 막연한 안도감에 젖어 있을 때, 급성 맹장에 걸린 감호자가 감호소의 방치로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