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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좌클릭’론은 민주대연합 정당화 논리다

적잖은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민주당이 ‘좌클릭’하고 있다며 이를 민주대연합 논리의 근거로 삼는다. 특히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을 추진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가속됐다.

지난 8월에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시사IN〉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어쨌든 같이 가야 하는 파트너다” 하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실은 민주당의 ‘좌클릭’이 아니라 진보정당들의 ‘우클릭’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민주당은 조금도 왼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민주당에 친화적인 〈한겨레〉조차 “아직까진 말잔치”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포함해 민주대연합을 추진하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민주당의 ‘좌클릭’을 부풀리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에게는 야권연대를 위해 좌선회하라고 주문하고는 — 이를 위해 비판도 곁들이며 — 대중을 향해서는 민주당이 좌선회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편에서는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좌클릭’하고 있다고 포장해 주는 모순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장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그는 민주당의 ‘좌클릭’이 사이비라고 비판한다.

모순

“진보는 반신자유주의에 근거해야 하며 6·15로 표현되는 분단체제 극복, 자주평화통일의 비전이 담겨져야 하는데 민주당은 국민들 사이에 진보적 담론이 확산되자 여기에 편승해 ‘사이비 진보’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레디앙〉, 9월 2일)

그러면서도 범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사이비 정당과 연합하겠다는 말인가? 이런 모순은 단지 말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한미FTA에 대한 태도 문제를 두고 진보연대와 민주노동당 내 일부 지도자들은 민주당을 ‘견인’하기 위해 진보진영의 태도를 ‘전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폐기’에서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도 찬성할 만한 ‘전면 재협상’으로 후퇴하자는 것이었다.

다함께 등의 좌파적 반대에 부딪혀 이런 시도는 무산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전면 재검토’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좌클릭’하기는커녕 되레 운동 내 일부 지도자들이 민주당 입장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 지도부도 이런 문제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보편적 복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연합하자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정동영 등을 염두에 둔 듯하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노동자들의 보험료를 올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정책을 일부 수용했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진보진영의 전통적 원칙에서 자신들이 후퇴해 놓고 민주당이 ‘좌클릭’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대연합을 위해 민주당에 진보적 덧칠해 주기는 운동에 혼란을 부추길 뿐 아니라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후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