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자 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위원이며 본지의 칼럼니스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자 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위원

 이번 한미FTA 재협상은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 봐도 잘했다고 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MB조차 “한미FTA를 전체적으로 평가해야지 이번만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문 관세 철폐로 얻는 이익이 한미FTA로 얻을 가장 큰 이익이라고 선전해 온 정권이 한국이 내는 관세는 5년간 유예하고 미국이 내는 관세는 즉시 내리는 재협상을 했으니 잘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잘했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는 미국 현지생산이 많으므로 관세철폐가 없어도 수출은 잘될 것이란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미FTA는 왜 했단 말인가? 지식경제부가 이번에 내놓은 설명 자료를 보면 자동차 관세 철폐가 없어도 자동차 ‘부품수출’로 얻는 이익이 연 8억 1천만 달러로 재협상 전보다 1달러도 줄지 않는다고 예측한다. 숫자 놀음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지만 정도가 좀 심하다 싶다. 

계산

돼지고기 관세 철폐 유예를 얻어냈다? 2007년에 맺은 협정이니 이제 3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당시 2014년 관세 철폐라고 정한 조항에서 유예기간 2년을 받아 왔으면 1년 손해라고 계산하는 것이 정상적인 계산이 아닐까? 게다가 2014년이 관세 철폐 기한인 삽겹살, 소시지 등 20개 항목은 그대로 남았다. 

의약품 허가특허연계 유예? 2007년 5월에 민주당은 ‘신통상정책’을 통해 의약품 허가-특허연계를 독소조항으로 지목해 파나마, 콜롬비아 FTA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그런데 한국은 3년 유예를 자랑으로 내세운다. 여러모로 ‘참 잘한’ 재협상이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는 윈-윈이라고 한다. 한국 자동차공업협회도 환영 성명을 냈고, 전경련도 “한미FTA가 가져다 줄 막대한 경제적, 정치외교·국가안보적 이익”을 위해 조속히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이번 재협상이 이익의 균형을 깼으므로 문제라고 한다. 그것만 빼면 괜찮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원래의 한미FTA가, 그리고 이제 재협상까지 포함한 한미FTA가 가져다주는 ‘이익’과 ‘국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제 다시 한미FTA를 되돌아보자. 한국 정부와 자본가들이 자동차 관세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를 찬성하는 것에서 잘 보여 주듯이 한미FTA는 단순히 자동차나 관세 철폐를 목적으로 한 협정이 아니다. 

이들의 주요 목표는 오히려 ‘비관세장벽’이며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공익’이라고 부르는 것을 해체하는 것이다. 

한미FTA는 지금까지 공공영역으로 남아 있던 분야를 민영화하고 규제를 완화해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한 영역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우선 한미FTA는 서비스 분야를 포괄적으로 개방한다. 여기에 이른바 “래칫”이라 불리는 역진 방지 조처까지 있다. 즉 한 번 규제를 완화하면 다시는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이른바 ‘낙장불입’ 조항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 분야는 상품 이외의 모든 분야를 말한다. 상하수도·전기·가스·철도·지하철·도로·방송·공항·항구는 물론이고 교육과 의료, 연금과 사회보장, 심지어 교도소와 국가안보까지 모든 부문이 서비스 분야다. 한마디로 우리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모든 생활 분야가 서비스 분야다. 

한미FTA는 이 모든 서비스 부문 중 유보 조항 즉, 보류한다고 적어 놓은 조항 외의 모든 분야는 앞으로 규제를 할 수 없게 만든다. 한마디로 기업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또 보류 조처라고 적어 놓는다 해도 ‘현재유보조항’에 적어 놓으면 지금의 규제보다 더 강화할 수 없다.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국민건강보험이 보장성이 낮아 70~80퍼센트의 가구가 하나 이상의 민영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 규모도 12조 원으로 국민건강보험재정의 40퍼센트에 이른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민영의료보험에 규제가 없다. 민영보험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민영의료보험은 보험료를 1백 원을 받으면 70원은 가입자에게 주도록 하는 지급률 규제가 있고 정부가 정하는 상품을 꼭 팔도록 하는 표준화 규제가 있다. 유럽의 규제는 이보다 훨씬 엄격하다. 

지금 한국에서는 민영의료보험이 보험료를 받아 가입자에게 얼마나 되돌려 주는지, 얼마나 많은 가입 거절과 보험금 지급 거절이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미FTA가 체결되면 앞으로 민영의료보험 규제는 불가능하다. 서비스 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규제하지 않은 분야 그리고 지금까지 개방한 분야에서 규제 강화는 불가능하다. 전기·상하수도·가스 분야에서 이미 많은 부분이 민영화됐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철도를 민영화한 후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 탓에 운영이 엉망이 되자 철도를 재국유화했다. 상수도 민영화 후 재국유화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다. 그러나 한미FTA 협정 후에는 한국이 민영화한 부문을 재국유화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거나 지극히 어렵게 된다. 이것이 누구의 이익이며 누구의 ‘국익’인가.

더욱이 ‘투자자 정부 제소 제도’도 있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를 보자. 여야가 합의해 SSM을 규제하려 했을 때 김종훈 본부장이 한EU FTA 위반이라는 한마디를 던지자 모든 일이 없던 일로 됐다. 한EU FTA에서는 영국 정부가 영국의 테스코를 대신해 한국 정부에게 소송을 걸 수 있지만 한미FTA는 더하다.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직접 제소하면 뉴욕에서 변호사 3명에게 판결을 받아야 한다. 바로 투자자 정부 제소 제도다.    

2004년 4월 캐나다의 뉴 브런즈윅에서 의회가 자치단체 정부에게 공적 자동차보험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보험료가 2백20∼9백93달러까지 줄어든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 브리티쉬콜럼비아나 사스카촨 주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이 이를 정부 조처에 의한 간접몰수라며 소송을 한다고 협박해 이 조처는 시행되지 못했다. 캐나다에서만 온타리오에 이어 두 번째로 일어난 일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한미FTA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떤 FTA에도 없던 조항까지 넣어 놓았다. 한미FTA의 “투자계약”이라는 조항에는 “투자자가 전력 생산과 배전, 상하수도, 통신과 같이 국가를 대신하여 대중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권리, 또는 대중이 이용하는 도로, 교통, 운하의 건설과 같은 기반시설사업권”을 보호해야 할 권리로 못 박는다. 또 정부의 조처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잠식되면 이를 정부의 간접몰수(간접수용)라고 규정한다.  

연평도 사태를 백분 활용해 한미FTA를 처리해버린 오바마와 이명박

한국 정부는 보건·환경·공기업·사회보장 등은 ‘미래유보조항’이므로 정부가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엄청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 때문에 캐나다의 뉴 브런즈윅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는 한 번 민영화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되돌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을까? 암이나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더 올리면 암보험이나 중대상병보험은 손해를 본다. 국민연금을 강화해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보험회사 사장이라면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사회보장 강화는 물 건너가거나 어려워진다. 사회보장 강화를 전제로 하는 복지국가는 당연히 물 건너간다. 

한미FTA를 받아들이면서 복지국가를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FTA는 상업화와 민영화로 가는 편도열차 티켓(one way ticket)일 뿐이다.

투자자 정부 제소를 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라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 SSM 규제를 어렵게 한 한EU FTA에서도 홈플러스는 한국 기업이지만 그 지분을 가진 영국 기업 테스코가 문제가 됐다. 한국의 대기업 중 외국 투자자 지분이 없는 기업도 있는가? 당연히 한국 기업 모두가 한미FTA의 수혜자다.  

한미FTA는 모든 공공영역과 모든 기업규제 조처를 무력화시키는 서비스 분야 포괄 개방, 역진 방지, 투자자 보호 장치와 이를 강제하는 투자자 정부 제소 제도를 갖춘 기업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다. 전경련과 대기업들이 자동차 부문의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공공영역과 규제 조처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를 얻게 되는데 이들이 만세를 부르지 않을 까닭이 무엇인가. 

‘윈-윈 협정’

그뿐만이 아니다. 의약품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강화, GMO 규제 대폭 완화, 금융 세이프가드의 사실상의 무력화 등 한미FTA는 일부 독소조항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민중에게는 재앙인 협정이다. 

2007년 한미FTA 반대 시위

 한미FTA가 윈-윈 협정이고 국익을 위한 협정이라고? 한국과 미국의 자본·대기업에게는 윈-윈이며 그들의 이익을 위한 협정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말은 맞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민중에게 한미FTA는 그들의 ‘국익’을 위한 협정일 뿐이다(한미FTA에 대한 환영 의사를 표현한 미국 자동차노조 위원장이 미국 노동운동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의 ‘국익’을 놓고 벌이는 한판 싸움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재협상으로 인해 ‘이익의 균형’이 깨진 것이 진정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이익’과 ‘국익’은 양국 대기업과 자본의 이익일 뿐이다. 

한미FTA가 철폐해야 한다고 말하는 무역장벽은 바로 사회의 공익이며 민주주의 그 자체다. 더욱이 ‘안보를 위한 한미FTA’라는 해괴한 논리는 한미FTA라는 괴물에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 위협까지 덤으로 얹어 온 것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한미FTA 폐기 없이 복지국가나 민주주의를 말하는 모든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는 자들이다. 

당장 한미FTA 폐기가 안 된다고 해서 일부 조항만 고치자거나, 국익에 손상이 가는 재협상만 문제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회운동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한미FTA 폐기 운동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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