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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2라운드가 시작되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은 비정규직 투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기륭전자·동희오토 투쟁 승리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리도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김밥 한 줄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비닐을 덮고 추위와 싸우면서도 25일간 영웅적으로 버텨 냈다. 그리고 이들의 초인적인 투쟁은 지배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비록 노동조합 상층 관료들과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연대 투쟁 회피, 농성 해제 압박 때문에 투쟁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이제부터 다시 투쟁할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자의 학교’라는 파업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이제 투사로 거듭나서 자신들의 투쟁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하고 있다.

“농성하면서 탄압과 압박이 점점 심해졌다. 그걸 보면서 ‘와, 쟤네들이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하고 진짜 놀랐다. 근데 그런 것을 공권력이 아닌 이경훈 집행부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금속노조의 연대가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한 입으로 두말하고 이경훈 지부장에게 휘둘리는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을 보면서 실망했다.”

“진정한 연대라는 의미가 남성·여성,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로 뭉쳤을 때 가능한 것 같다.”

농성장에서 내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달아 각 사업부별 모임 등을 이어가며 재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11일에는 4공장 조합원 50명이 모여 징계·고소고발·손해배상·노조 탈퇴 강요 등 예상되는 탄압을 막고 2차 투쟁을 준비하자고 결의했다. 모임 와중에도 업체 소장이 전화해서 징계위원회 출석을 종용했다. 전화를 받은 한 노동자는 “우리는 교섭에서 고용보장을 약속받았다. 더는 소장님에게 할 말 없다”며 끊어 버렸다. 투쟁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12일 오후 3시 북구 호계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전조합원 결의대회 열어 ‘제2라운드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12일에는 비정규직지회 전체 조합원 결의대회가 열렸다. 6백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쟁취”라고 새긴 투쟁 조끼를 맞춰 입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사측 폭력에 병원에 입원해 있던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심지어는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조합원도 있었다.

공장 내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은 영상을 통해 “우리는 강력한 투쟁을 통해 현대 자본에게 비수를 꽂았다. 25일간 투쟁은 한국 사회에 비정규직의 절박함을 알렸다. 당당히 어깨 펴고 현장에 돌아가 조직을 복원하고 다시금 가열차게 투쟁을 벌여가자”고 호소했다.

이날 비정규직지회 쟁대위는 현대차 사측이 “14일(화) 교섭에서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15일부터 다시금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트1부 동성기업 조합원 복귀 우선 실시와 기존 징계를 중단하지 않으면 사측이 평화적인 교섭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파업을 재개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월·수·금 출근 투쟁과 수요일 저녁 집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문 앞 농성장을 철수하라는 사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아쉽다. 사측이 교섭을 해태하면 공장 안팎에 농성장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

새로운 다짐

결의대회 발언자 가운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은 정규직 활동가들이었다.

11월 17일 4시간 파업 당시 대체인력을 저지하는 데 큰 구실을 한 정규직 허성관 대의원은 “이 역사적인 투쟁을 어떻게 승리로 만들지 지금도 고민 중”이라며 “새로운 다짐으로 현장에 있는 정규직과 함께 정규직화 쟁취하는 날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1공장 정규직 엄길정 대의원은 “다시는 중재안 같은 것 받지 말고 정규직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스스로 농성을 접거나 투쟁을 해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사원증을 받을때까지 투쟁하자”

연단에 선 비정규직 대의원과 현장위원 50여 명도 모두 투쟁을 결의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더 뛰겠다.

“1차전이 끝났다. 몇 차전까지 갈지 모르지만 월요일부터 현장을 더 조직해서 [정규직] 사원증을 받을 때까지 투쟁하자.

“남은 인생 언제까지 하청 생활해야 하나? 지금이 기회다. 다시금 투쟁에 나서자."

4공장 여성 조합원이 발언을 자청했다.

“농성 풀었다고 이 싸움 끝난 것 아니다. 다시 조직해서 파업해야 한다. 몸싸움할 때 여성은 뒤로 빠지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여성도 다른 것을 할 수 있다. 여성들도 조직해서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지금부터 더 많은 사람들을 조직해서 정규직화 쟁취하자.”

13일에 업무에 복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기세를 이어서 각 공장별로 중식 집회를 이어갔다. 2공장 조합원이 〈레프트21〉 기자에게 소식을 전했다.

“오늘 2공장 중식 집회에 3백50명 정도가 참가했다. 우리 투쟁이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다시금 당당히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주간조만 참가한 집회였는데도, 3백50명이 참가한 것은 거의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3공장도 주간조 조합원의 대부분인 60여 명이 참가해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1공장도 1백20여 명이 모였고, 정규직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3공장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번 투쟁을 통해 정규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우리는 더 조직력을 단단하게 복원해 다시금 투쟁에 나설 것이다.

“현장에 복귀하자 업체 소장이 ‘너희들 해고 각오하고 싸우지 않았냐?’며 비아냥대고 징계를 협박했다. 우리는 ‘여전히 해고 각오하고 투쟁할 것이다. 당신이나 똑바로 해라’하고 말하며 당당히 맞섰다. 그러자 소장은 더는 아무 말도 못하고 황급히 우리를 피해 나갔다.”

일부 업체가 징계위에 출석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아 아직 함부로 탄압하지 못하고 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탄압할 틈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정규직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2라운드’에 적극 연대해야 한다. 사측의 탄압에 반대하는 성명서 발표, 출근 투쟁과 집회 결합, 원하청 간담회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기 진작에 힘을 보태야 한다. 투쟁 ‘1라운드’에서 가능성을 보여 준 정규직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