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레프트21〉 50호에 실린 기사의 축약하지 않은 전문입니다.


한국노총의 버스노조 지도부는 지난해 2월 호남고속 퇴직 기사들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었는데도, 근속 연수와 상관없이 일인당 위로금 1백만 원을 지급하고 소송을 취하하거나 제기하지 않겠다고 사측과 합의했다. 노동자들이 손해본 금액은 근속 연수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

한국노총 지부장들은 자신의 임금을 수십만 원씩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만약 노동자들이 통상 임금을 받으려 한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수년간 소송을 해야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그들을 믿었던 우리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배신과 분노를 폭발시키며 민주노총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수개월간의 교섭 요구, 쟁의 조정 신청과 쟁의 찬반 투표 실시 등을 거쳐 쟁의 발생을 신고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우리의 행동을 “불법 파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 기막힌 일이다. 담당자는 분명히 불법 파업이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다가 더러운 유착관계 속에서 버스 사업주들의 압력에 굴복해 말을 번복했다.

경찰청·전주시청·언론 등은 이런 기만적인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그대로 따랐다. 우리는 이미 파업 일주일 전부터 기종점과 거의 모든 정류장에 선전물을 부착하고 주요 교차로와 승강장에서 시민들에 유인물을 배포했다. 따라서 “기습파업”도 아니었다.

2010년 12월 8일 새벽, 전주 지역 7개 버스회사 노동자들이 연대 파업에 돌입했다. 긴박하고 긴장됐던 파업 전날, 정말이지 두렵고 힘들었다. 춥고 캄캄한 그 새벽, 경찰서장이 사복 경찰과 전투경찰 들을 끌고 왔다. 방패를 앞세워 우리가 모여 있는 곳을 앞뒤에서 압박해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다 잡아갈 기세였다.

우리는 한덩어리가 돼 맹렬히 맞섰다. 어차피 우리에게 내일은 없었다. 동이 틀 무렵 경찰은 모두 물러났다. 환호성이 터졌다. 안도와 환희의 함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지금도 이따금씩 용역 깡패, 사측 직원, 경찰 들과 몸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고 정당한 파업이기에,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며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있다.

지금 우리의 투쟁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는 사측이 오로지 시간 끌기, 버티기로 일관하며 파업 대오가 무너지기만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태의 책임이 오로지 사측에게 있는데도 도청·시청·노동청 등 어떤 기관도 책임있게 나서 사태를 해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주시장 송하진은 파업 초기부터 우리의 행동이 명백한 불법이라고 매도하고 일방적으로 회사 편들기에 바빴다.

그러나 교섭에 임하지 않은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회사였고, 중재를 게을리한 것은 전북 노동청 중재위원회였다.

전주시는 더는 불법 파업이라고 할 수 없게 되자, 지금 마지못해 ‘노조 인정하고 성실 교섭하라’고 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사측을 지원하고 있다. 관광 버스를 대거 투입하고 대체 인력 투입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시는 지금껏 쓰지 않던 차량번호를 허가해 새 차들을 운행시키면서 별도의 주차 공간까지 만들어 줬고, 경찰은 그 주변에서 밤낮 없이 이 대체 버스들을 지켜주고 있다.

수십 년간 지역의 여당으로 군림하고 있는 민주당도 소속 시·도의원, 국회의원 등 누구 하나 사태 해결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거나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도지사는 버스 업체 두 곳한테서 정치 후원금을 받은 것이 들통 났는데, 누구도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지역 신문과 TV는 공정 보도, 사실 보도를 해야 함에도, 사측이나 전주시의 성명서나 자료를 토대로 “불법 파업”, “시민 불편”을 운운하며 버스 노조를 비난하고 사측 편들기에 함께했다.

나는 지역의 자본가들과 행정관청(노동청·시청·도청), 경찰, 시·도의회, 일부 TV와 지역 신문이 철저하게 하나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법과 권력 위에 군림하는 엄청난 자본의 힘에 또 놀랐다.

이번 파업을 하면서 깨우친 또다른 점은, 우리의 파업이 버스 노동자들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업 중에 밝혀진 의문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주시가 수십 년 동안 버스 사업주들에게 지급해 온 보조금은 그 어떤 감사 한 번 없이 어디에 어떻게 얼마만큼 쓰였는지 아직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주시는 ‘시민 불편 해소’라는 미명 아래 전세 버스 증차라는 임시방편만을 내놓고 매일 수천만 원의 혈세를 허비하면서도, 그 책임을 분명히 사주들에게 지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비리 유착관계를 청산하고 대중 교통수단인 버스 정책을 바꿔 진정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시민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투쟁이 승리해야 한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전북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은 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다. 우리 조합원들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다시 노예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투지를 다지고 있다.

전주시는 설이 지나고 개학이 되면 대체 수송수단을 대거 투입해 운행율을 80~90퍼센트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이는 곧 노조 압박, 노조 깨기, 일방적 사측 편들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우리는 시작부터 정당했다. 지금 여기저기서 우리 민주버스 노조가 합법적 조직이며 파업 또한 적법한 행위이므로, 사측은 노조 인정과 성실 교섭을 하라는 주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래서 사랑받는 남편이 되고 존경받는 아빠가 돼 신명나는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동지들과 우리 아들, 딸 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

80만 운수 노동자들과 전국의 1천6백만 노동자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우리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연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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