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노무현의 사기극

노무현은 파병 계획을 발표한 10월 18일까지 파병 문제를 놓고 마음을 정하지 못해 자못 고뇌에 차 있다는 듯이 처신했다. 이제 이것이 가증스러운 연기였음이 드러났다.

노무현은 10월 17일 오후 “[지금껏 파병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그러나, 국무총리 고건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실토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일찌감치 파병 쪽으로 방침을 잡아 두고 있었다. 10월 17일 이전에 이미 “세 차례 장관급 회의를 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운영위를 네댓 차례 가졌으며 [10월] 10일 모임 이후에 공감대가 조성됐다.”

10월 10일은 노무현이 재신임 카드를 들고 나온 날이었다. 재신임은 “[최도술 때문에] 눈 앞이 캄캄”해진 노무현이 파병 가닥을 잡고 그의 지지층과 좌파에게 ‘나 아니면 대안이 있느냐?’하고 협박용으로 던진 카드였던 셈이다.

노무현은 여론을 수렴해 파병 문제를 정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노무현이 고려하겠다는 ‘여론’은 조지 W 부시 일당과 국내 자본가들과 보수 우익들만의 견해인 듯하다.

노무현은 시민사회단체들을 “여론 수렴” 모양새를 위한 들러리로 이용했다.

파병 문제가 재신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관측했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 심지어 재신임 문제와 연동해 노무현을 개혁 쪽으로 “견인”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주요 시민단체들은 노무현에게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노무현 정부를 믿을 수 없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비전투병은 전투병 파병 은폐용

 

노무현의 사기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파병의 성격과 규모 등 세부적 내용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마치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 등은 국민 여론이 결정할 수 있는 완전히 열려져 있는 문제인 것처럼 연막을 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게 파병 문제는 미국과만 협의할 사항이다. 방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뒤에 공개된 언론 발표문에는 애초 회담 해설 자료에 포함됐던 문구 ― “이라크 파병 문제를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 조차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나종일은 “미국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부시 정부는 한국 전투병 1만 3천여 명을 내년 2월까지 모술에 파병해 달라는 입장이다. 미국에게 비전투병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파병 결정으로 드러났듯이 노무현 정부의 ‘여론’ 촉수는 제 나라 국민들에게는 둔감한 반면 부시 정부에는 매우 민감하다.

짜인 각본이든 아니든, 스스로 의식하든 않든, 연막치기 역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청와대 내 일부 386세력과 ‘열린우리당’(통합 신당)내의 일부 반전 국회의원들이다.

파병 결정 전에도 청와대 유인태와 박주현 등이 파병 반대 입장으로 시민사회단체를 현혹하는(의도치 않았을 지라도) 동안 노무현 정부는 파병 계획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었다.

최근에 파병 반대 단식을 시작한 열린우리당의 임종석은 “국민 불신이 커진 것은 외교 안보 강경 라인에서 마치 전투병 파병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밀어붙인 데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외교 안보 라인이 흘린 왜곡 보도에 속아 쓸데없이 분노했던 것인가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는 사이에 논점은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로 슬쩍 옮겨갔다. 이런 사태 전개에는 이제 와서 파병 자체를 왈가왈부하는 게 그리 현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근한 암시도 담겨 있다. 아니나다를까 열린우리당 원내 대표 김근태 등은 비전투병 파병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정부는 비전투병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전투병을 파병하려 할 것이다. 비전투병은 전투병 파병의 은폐용이고 여론 조작을 위한 끼워넣기일 뿐이다.

반전 운동은 ‘반전 국회의원’들을 좇지 말고, 민주주의를 내팽개친 거짓말쟁이 노무현을 공격하는 것을 기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