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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노동자들의 요구는 우리 모두의 요구다:
임금을 인상하라

공공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 소속 고려대(와 고려대병원)·연세대·이화여대 미화 노동자들이 103주년을 맞는 3·8 세계 여성의 날에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하루 파업을 벌였다.

그동안 미화 노동자들은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의 계약 여부에 따라 고용 승계 여부와 노동조건이 바뀌는 불안정한 상태에 내몰렸다. 노동자들은 ‘계약 해지’ 당하지 않으려고 쓴소리 한 번 못한 채 온갖 설움을 견뎌야 했다.

3월 8일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미화 노동자 공동 파업 승리 결의대회

병원이든 공공시설의 건물이든 가장 어둡고 잘 안 보이는 곳이 미화 노동자들의 휴식 공간이라 봐도 틀리지 않는다. 대체로 그 공간은 낡고 비좁고 불편하기 일쑤다.

이를 개선하려고 미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단결된 힘으로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이런 투쟁들이 승리로 이어지다가 이제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미화 노동자들의 집단 교섭과 공동 파업으로 전진했다.

미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절박하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박명석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장바구니 들고 시장 가기 두려운 시대에 미화 노동자들은 하루에 아홉 시간, 열 시간 일하고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휴게 공간조차 없이 유령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너무나 소박합니다. 적어도 먹고살 만한 생활 임금, 즉 한 달에 1백만 원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휴게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대접해 달라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보면, 미화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 총액(76만 5천 원)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고, 심지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작업장이 전체의 80퍼센트를 웃돈다는 통계도 있다.

이영숙 고려대 분회장은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가난한 생활을 더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 들은 미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4천3백20원) 이상은 안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한 게 명백한 상황에서, 이것은 미화 노동자들에게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하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미화 노동자들은 진짜 사용자인 대학 당국이 직접 노동자들과 협상하고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명석 공공노조 서경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학 당국은 뻔뻔하게도 진짜 사용자가 아니라며 용역업체와 대화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용역회사는 수시로 대학 당국과 연락하면서 조율합니다. 또, ‘원청인 대학 당국과 최저임금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것만 봐도 진짜 사용자가 누구인지 명백하지 않습니까?”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에 세 대학 학생들의 지지가 매우 뜨겁다. 지지 서명에도 무려 학생 4만여 명이 동참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지지하는 셈이다.

대학 미화 노동자 투쟁 - 승리의 행진은 계속돼야 한다

김지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은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려대는 적립금만 2천3백억 원이 넘을 정도로 부자 대학입니다. 그런데도 올해 등록금을 2.9퍼센트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월 1백만 원과 휴게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미화 노동자들의 소박한 요구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문제가 절대 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노동계급인 우리 부모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학생 들의 아름다운 연대 나흘간 세 대학에서 진행된 지지 서명에 무려 학생 4만여 명이 동참했다

“사회 정의를 가르쳐야 하는 대학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최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모는 것에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대 당국에게 등록금을 올릴 것이 아니라 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동의 적인 대학 당국과 싸우고 있습니다.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과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결합해 함께 승리해야 합니다.”

세 대학 미화 노동자들은 3월 8일 하루 경고 파업을 했는데도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가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면 3월 15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박명석 공공노조 서경지부장은 이 투쟁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유령처럼 살아야 했던 수많은 미화·경비 노동자들의 희망 투쟁”이라고 했다.

이 투쟁이 승리하면 곧 이어질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에도 큰 힘이 될 것이고, 나아가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물가 인상 때문에 고통받으며 임금 인상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에게도 커다란 자극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 즉 단호한 투쟁과 강력하고 폭넓은 사회적 연대를 더욱 확대하면서 승리의 행진을 이어나가야 한다.

교직원들의 연대도 필요하다. 얼마 전 고려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학교 직원들을 [미화 업무에]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세 대학의 교직원 노조는 대학 당국의 대체인력 참여 강요를 거부하고 미화 노동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 미화 노동자 투쟁이 승리한다면, 향후 교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회나 교수노조로 조직된 진보적 교수들도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