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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계급연합하지 않겠다는 김영훈 위원장은 옳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민중의 소리〉

3월 17일 상설연대체 준비 대표자회의(이하 대표자회의)(가칭)‘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준비위 출범을 4월 8일로 연기했다. 출범 연기의 핵심 이유는 운영회칙 4조 4항에 있는 “상설연대체는 신자유주의 세력과 계급연합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세력과 계급연합하지 않는다”로 수정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 때문이었다.

그동안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 문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상설연대체가 자본가 계급에 기반한 민주당과 계급연합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진보진영의 광범한 단결과 대중 투쟁의 전진을 가로막는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함께를 비롯한 급진 좌파들의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자주계열의 주요 단체들은 ‘어차피 신자유주의 세력 안에는 민주당이 포함되는 것인데 굳이 문구로 넣어야 하나’거나 ‘솔직히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 연합은 불가피하다’며 ‘민주당’ 문구 삽입을 한사코 반대해 왔다. 자주계열의 이런 태도 때문에 상설연대체 준비위는 급진 좌파들이 빠진 채 반쪽짜리로 출범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3월 17일 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급진좌파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며 민주당 문구를 집어넣는 수정안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상설연대체 준비위 출범을 연기하고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각 단체가 재논의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전농 이광석 의장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수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출범 연기에 반대했다. 그러나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대표, 범민련 이규재 의장 등은 수정안을 지지하며 출범 연기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계급연합에 반대해 왔던 단체들까지 포괄하는 상설연대체 출범을 바라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즉, 진보진영의 단결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의 제안대로 상설연대체 준비위 출범은 4월 8일로 연기됐다.

그런데 〈민중의 소리〉가 이런 상황 전개에 불만을 느끼고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을 비방하고 나섰다. 〈민중의 소리〉는 3월 24일 “김영훈 위원장 갈지자 행보로 파행 겪는 상설연대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갈지자 행보”, “몽니”, “낯부끄러운 짓” 등 격한 문구를 써가며 김영훈 위원장을 비난했다.

〈민중의 소리〉는 “일부 단체가 뒤늦게 불쑥 제기한 안을 붙잡고 다시 토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연대조직 운영 원칙에도 크게 어긋난다”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민주당과 연대연합 문제는 “뒤늦게 불쑥 제기한 안”이 아니라 다함께가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 시작 시점부터 제기해 온 것이다. 이것은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참가한 자주계열 집행 책임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민중의 소리〉는 급진좌파들이 새롭게 민주당과 계급연합 문제를 제기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식으로 비방하고 싶어서 사실조차 왜곡한 듯하다.

사실 왜곡

이처럼 〈민중의 소리〉는 노골적으로 수정안을 반대한다. 즉 민주당과 계급연합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민주당과” 연대는 “이제 흔한 일이 됐”으므로 수정안은 “노동자 농민 대중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을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연대 대상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은 … 한 마디로 낯부끄러운 짓”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언론악법 투쟁에서 진보진영의 뒤통수를 쳤던 민주당, 지난해 연말 KEC 파업과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때 점거파업을 중단시키고 투쟁을 망쳐먹은 민주당, 현재 전북 버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반노동자 태도로 일관하는 민주당과 계급연합하려는 시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최근에도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말하면서도 제주도에서는 영리병원 도입에 함께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중의 소리〉도 이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계급연합은 안 된다는 주장이 “노동자·농민의 투쟁 현실과 배치된다”는 〈민중의 소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이런 현실을 외면하며 민주당과 연대가 “이제 흔한 일이 됐다”며 민주당과 계급연합을 옹호하는 〈민중의 소리〉야말로 ‘노동자·농민의 투쟁 현실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의 소리〉는 또 ‘민주당과 계급연합하지 않는다’는 문구로 인해 “상설연대체가 민주당과 사업을 함께하게 되면 그것이 계급연합인지, 사안별 제휴·연대인지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상설연대체가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설연대체가 불가피한 사안에서 민주당과 제휴를 하게 된다면 매번 참가단체들과 논의해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 불필요한 연대인지 불가피한 연대인지 구분하고 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게 분명하지 않은가.

진보진영은 민주당에 기대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무시하지 말고, 민주당의 주장과 모순을 잘 파악해서 설득적으로 비판하고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불가피한 특정 사안에서 민주당과 제휴, 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비판을 삼가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민주당과 계급연합을 추진해서 스스로 투쟁의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따라서 민주당과 계급연합하지 않겠다는 수정안을 통해 급진좌파까지 포함하는 진보진영의 단결을 우선하겠다는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의 태도는 전혀 비판받을 것이 없다.

진정 비판받아야 할 것은 진보진영의 단결과 투쟁보다는 민주당과 계급연합에 더 매달리면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과 급진 좌파단체들을 비난하는 〈민중의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