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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인터뷰:
“민주당은 동맹 대상이 아니라 감시 대상입니다”

지난 2월말에 취임한 후부터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 시도와 ‘조중동 방송’ 만들기에 맞선 투쟁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이강택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을 만나서 최근 현안들과 언론노조 투쟁의 과제에 대해 들었다. 이강택 위원장은 급진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의 여러 다큐멘타리를 만든 PD로도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노조의 투쟁에 대해 단순히 패배했다는 식의 비관적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강택 위원장은 당선한 뒤 한 인터뷰에서 조합원들에게 “쫄지 말자?”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개 객관적인 정세하고 주체적인 준비의 정도가 조응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가끔은 간극도 벌어지죠.

사실 객관적인 정세는 진척이 돼 있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거의 파탄지경으로 가고 있잖아요. 저들의 정치적 균열은 날이 갈수록 틈이 더 벌어지고 있구요. 저는 어느 시점에선가 겉잡을 수 없이 마치 봄이 어느 한 순간에 오듯이 올 거라고 보는데 그에 비해서 특히 언론노동자들을 보면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느껴요.

사실 싸울 만큼 싸웠어요. 특히 MBC 보면 제가 그런 얘기를 자주 하는데 이명박 정권 하에서 네 번이나 파업한 작업장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라. MBC가 임금이 좀 비싼데 그정도 손실 입은 작업장 있으면 나오라고 해라 하구요.

그래서 저들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어요.

그런데 권투에서 맞더라도 눈 뜨고 맞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러지 못하니까 내상이 깊어진 것 같아요. 뒤로 물러나다보면 옆에 다른 동료들을 못 보고 스크럼이 풀리는 거죠. 그러다보니 소통이 잘 안 되는 문제도 심해졌구요.

반격의 기회를 마련하려면 서로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얘기해서 대열을 유지해야 하는 데 이 상황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머리로는 알면서도 심리적으로는 그 불이 자기 앞마당에 오기 전까지는 나머지는 팔짱 끼고 있는 관성이 강해졌어요.

적어도 활동가들은 어떤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 전체적 의미에 대해 판단하면서 싸움에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해 줘야 하는데 대중이 위축돼 있다는 핑계로 그런 걸 회피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이 있어요.

이명박 정부가 무리수를 둬서 두어 걸음 밀어붙였을 때 우리도 반격으로 한 대 때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자본가들이 놀래가지고 수습하려고 하면 거기서 수습해버린다 말이에요. 전체적인 조망 없이 말이에요.

우리 내부가 그렇다 보니까 기회주의적이고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당 같은 세력이 맘대로 하고 있는 거죠.

“판을 보면 참 기회는 좋아요. 그런데 우리 상상력이 마비돼 있는 것 같아요.”

민주당과 그들의 추천을 받아 공직을 맡고 있는 이들은 보신에 급급하고 어떤 자리에 누가 가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 문제를 전부 나눠먹기 식으로 해요.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에 김충식이라는 사람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데 이 사람은 방송 쪽에 대해 전혀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인데 느닷없이 임명됐어요. 내막을 보면 호남 지역, 인맥 이런 걸 통해서요. 다른 한 사람은 또 그 내에서 그런 영향 하에 있다보니까 지금은 거의 보신주의가 딱 굳어있어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에요. 심지어 자기들 자리라고 생각해서 시민사회 진영에는 알리지도 않고 자기네 민주당 홈페이지에만 작게 공지하고 끝이에요. 그러다 뒤늦게 발각됐죠.

반면 한나라당은 공안검사 출신을 딱 둘을 임명했다구요. 비교가 안 되는 거에요.

지금 방송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데 이건 한마디로 방통위 직원들이 방송사에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여러가지 조사를 할 수 있게 돼 있어요. 방송위를 언론 검찰로 만들겠다는 거에요.

처음 명분은 공정거래 위반을 조사하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 안에 보면 방송의 다양성, 공정성과 관련해서도 할 수 있게 돼 있어요. 이게 ‘PD수첩’ 관련해서 검찰이 수사하려다가 방송사 안으로 못들어가고 그랬을 때 직후에 발의된 거구요.

문제는 민주당이 이게 상임위에서 이를 전혀 막지 않은 거에요. 한나라당이 막판에 밀어넣었고 민주당은 “이거 지금 의결 안하면 내일 또 회의 소집해야 하는 데 다들 내일 약속있으시죠?” 이런 식으로 넘어간 거에요. 이게 3월 11일에 있었던 일이에요.

취임 이후 토론회 등에서 민언련과 언개련 등을 언급하며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셨는데 단결은 언론운동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정말 벼랑 끝에 안 몰려봐서 아직도 배가 부르구나 이렇게 생각해요. 분열의 근원은 상당부분 노무현 정권 시기에 이른바 좌파 진영 일부가 자유주의 정권에 선별적으로 수용되면서 심해졌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정권이 넘어지자 그 뒤에는 그 반대 진영의 비판이 강해지면서 실제로는 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감정적 요인 등이 결부되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좀 과격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건 아직도 우리가 과거에 사로잡혀 있고 뚜렷한 비전을 갖지 못하는 것의 반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때만 되면 정치권 물갈이 얘기하잖아요. 사회운동, 시민운동에서도 이제 그런게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해요.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충원되야 하고 좀더 책임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은 보인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들에 대해서 좀더 우리가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성장을 촉진하고 그런 게 필요하다는 거에요. 새로운 운동들을 고무하고 이런 게 중요하죠. 예를 들면 청년 실업 운동 같은 게 대표적이죠.

여론조사를 해 보면 항상 나오는 게 ‘지지 정파 없음’ 그런 식이잖아요. 기성 정당이 가지고 있는 흡수력이라는 게 거의 없어진 상황, 마지못해 반사적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죠. 지금 정말 중요한 건 상상력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진보정당이 분열한 뒤에는 요즘은 합당 외에는 어떤 실험도 기획도 없어요. 저는 이게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판을 보면 참 기회는 좋아요. 그런데 우리 상상력이 마비돼 있는 것 같아요. 관성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용적으로도 준비가 안 되고.

강원도에서 전직 MBC 사장 둘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언론운동 내에서 관심이 클 듯한데요.

최문순 후보는 초대 언론노조 위원장이었고 국회의원으로서 한나라당의 공세를 막기 위한 노력도 해오셨던 분입니다. 이런 분이 지자체 선거에서 당선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자체 차원에서 향후에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강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많은 미디어 관련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지를 보냅니다. 20일에 언론노조가 공식 지지 선언을 할 겁니다. 잘 되도록 해야죠.

그런데 최문순 후보의 행보에는 아쉬움도 있어요. 반한나라당을 내걸고는 있지만 이광재 동정표 흡수하는 걸 초점으로 삼으려면 굳이 최문순 후보가 아니어도 됐겠죠.

한나라당의 개발주의 토건 공약과 선명한 대비를 보이지 못한 것도 아쉬워요. 출마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협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로지 민주당 내의 법칙에 따라 결정한 거구요. 그렇게 해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민주당은 동맹의 대상이 아니라 감시 대상입니다. 조금만 한 눈 팔면 딴짓하니까요. 동맹이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선거연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찌보면 필연적으로 그렇게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어떤 내용을 가지게 될 것인가 하는 거죠.

정당끼리 연합을 안 해도 사실은 연합이 되잖아요. 사표방지 심리라는 게 그런 거 아니에요? 실제로는 투표하는 사람들이 연합을 시키는 거죠. 다음 대선까지는 현실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대안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사회운동 진영이 민주당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고 우리들에 대해서는 과소평가 한다고 생각해요.

민주당이 지금 가지고 있는 정치적 지위는 사실은 반사적인 게 크잖아요. 따라서 연합을 이루는 데 있어서도 우리가 가진 장점을 잘 보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헤게모니를 누가 구성하도록 할 것이냐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민주노동당 지도부 등은 연립정부 구성까지 얘기하고 있는데요.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그게 의미있게 만들어질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몇몇이 입각하는 그래서 사실은 저쪽에 투항하는 식의 연립정부라면 이미 숱하게 한 거 아니에요. 비판적 지지의 전통인거죠. 마찬가지로 연립정부라는 타이틀을 걸고 그걸 계승하는 것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상층의 몇몇이 수용되는 이런 게 아니려면 정말로 중요하고 까다로운 조건들이 필요할 거에요. 그런데 연립정부 하자는 사람들도 그 조건들에 대해서 별로 얘기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대중의 정치적 진출을 위한 조처들, 사회적으로 핵심적인 고통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는 데 그런 것들이 짚어져야 하죠.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지만 언론 운동 쪽으로 본다면 표현의 자유를 혹독하게 탄압하고 방송을 통제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해체’ 같은 조건을 내걸 수 있을 겁니다. ‘실질적인 표현의 자유 보장’ 같은 것도 연합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민주당은 방통위 인정하고 자기들 몫 몇 사람 확보하는 식으로 가고 있거든요. 진보정당들은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상태에서 저는 사회운동이 성장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해요.

향후 역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것들을 조건으로 내걸어야 유의미한 연합이 될 겁니다.

언론노조 앞으로 투쟁 계획은?

지금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 방송 즉, 종편을 일단 잉태는 시킨겁니다. 조금 있으면 출산 시기가 다가올 거구요. 그런데 지금 그 애를 키우는 데 무슨 무상 귀족 보육을 하겠다는 태세잖아요. 그런 물적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게 일차적 목표일 거구요.

그리고 KBS와 연합뉴스를 확실하게 관영 블록화 하려 하구요. 마지막으로 MBC를 포함해 비판적인 혹은 비판적이었던 언론들을 압박하고 해체하는 세 개의 축으로 진행할 겁니다.

우리는 종편 특혜를 저지하고 더 나아가서 시민사회로부터 고립시켜 나가고 동시에 정당성도 없는 KBS 수신료 인상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조건부 반대지만 내용적으로는 반대죠.

MBC는 지역본부를 강제로 통폐합하고 본사와 분리를 추진하고, 구조조정 압박, 저널리즘 압박을 진행되고 있는데 이 MBC를 건강하게 지켜내는 문제까지 해서 3대 축으로 싸울 거에요.

이들이 4월에 일차 공세를 시작했어요. 지역 MBC 통합을 이달 안에 4월 27일 선거가 끝나는 시점 쯤에 처리하려 하고 있구요. 이걸 저지하는 게 중요하죠.

이 일차 공세를 저지하고 나면 6월 임시국회에서 총공세가 있을 겁니다. 하반기에는 선거 부담 때문에 날치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 때 2차로 큰 싸움에서 막아내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시간은 우리편이다.

아직 단결력이 미흡하고 하니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 이번에 ‘종편 특혜 저지 및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를 만들어서 단일 대오로 싸우기로 했어요. 다음 주에 출범식을 하구요. 총력 대응 태세로 상반기를 보낼 예정입니다.

인터뷰 장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