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독자편지 한국외국어대학교:
공금을 유용한 총장을 망신주다

지난 4월 1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진행한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 감사에서 홍보비 1억 원가량이 유용됐다는 사실이 기사화됐다. 교과부는 총장 박철과 보직교수 3인에 대한 경징계를 재단이사회에 요청했다. 마침 외대에서 박철 총장 특강이 예정돼 있었다.

다함께 외대모임은 중앙운영위원회(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 학생회장 등으로 구성된 학생들의 의결기구)에서 특강 자리에 가서 팻말 시위 등의 방법으로 항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시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몇몇 중앙운영위원들과, 총장 특강과 이 문제는 상관없다는 총학생회장의 반대 때문에 학교의 해명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논의가 정리됐다.

하지만 우리는 총장 특강을 이대로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해 진보적 학생회들에 시위를 제안했고, 곧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급박하게 조직했음에도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이 현장에 모였고, ‘공금유용 규탄한다!’, ‘등록금을 인하하라!’, ‘감사결과 공개하라!’ 등의 요구를 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총장이 강연장에 들어가자, 시위하던 학생들은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총장은 학생들을 내쫓기 전엔 강연을 시작할 수 없다고 처장단에게 공개적으로 명령했고, 보직교수들이 우리를 내쫓기 시작했다. 다함께 회원들이 강력히 항의를 했지만 학교의 협박은 계속됐다. 우리는 강연이 지연돼 피해를 받을 학생들을 생각해 팻말을 내리고 공격적 질의를 하기로 다시 결정했다.

특강은 박철 총장 자신의 업적 과시로 시작됐고, 우리 시위를 의식했는지 감사 결과에 대한 핑계가 주를 이뤘다. ‘한해 예산이 2천억 원인데 1억 원은 작은 돈이다’, ‘연간 2백 건의 교수 해외연수 중에 네 건 적발된 것이 대수냐’, ‘노래방, 골프장 등에서 쓴 돈이다’ 라는 발언을 하며 우리를 더욱 분노케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를 비롯한 외대 회원들이 총장 비리를 비판하는 주장을 했지만, 똑같은 이야기만 늘어놨다.

시위와 특강에 참가한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대화가 아니라 투쟁으로 학교를 압박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이번 시위는 비리 문제가 공론화되기를 꺼려하며 슬쩍 넘어가려는 학교 측에 일침을 가한 좋은 기회였다.

또한 이번 시위를 통해 외대 내 진보적 학생회를 포함한 진보적 구성원들과 공동행동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5월 중순에 외대 비상학생총회가 예정돼 있다. 이때 다함께 외대모임은 학벌주의적인 복수전공 반대 안건(〈레프트21〉 53호 이재권의 독자편지 참고)이 아니라 노천극장 철거사태와 총장의 비리 문제를 제1안건으로 상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