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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 선거 평가:
이명박 심판 투표의 열기를 이제 투쟁 건설로 이어가자

4월 27일, 분당에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한 젊은 직장인들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인 이들 ‘넥타이·하이힐 부대’는 이명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바쁜 출퇴근 시간을 쪼개서 빗속을 뚫고 투표장을 찾았다. 이 때문에 재보선치곤 기록적인 투표율(분당 49.1퍼센트, 강원도 47.5퍼센트)이 나왔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은 철저하게 참패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텃밭’이라던 분당과 강원도에서도 완패했다. 특히 '다른 곳을 다 져도 여기만은 질 리가 없다'던 분당에서 패배는 치명적이다. 분당 선거 결과는 내년 양대 선거에서 승패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 없었다. 분당에서 한나라당 후보 강재섭은 “지금은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 때와 같다”며 우파의 결집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반이명박 세력의 결집만 낳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패배를 면한 김해에서 김태호가 당선한 것조차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며 필사적으로 한나라당 색깔을 가린 덕분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진행된 경제 위기 고통전가, 부자 감세와 4대강 죽이기, 민주주의 후퇴에다가 근래의 전셋값과 물가 폭등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고, 이것이 이번 선거 결과에 반영됐다. 선거 기간에 벌어진 저축은행 부당 인출 사건과 건강보험료 ‘폭탄’ 사건,선거 패배에 직면한 한나라당이 발버둥치다가 본색을 드러낸 ‘불법 콜 센터’ 사건 등은 유권자들의 불타는 적개심에 부채질한 격이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서 이번 선거에서도 반이명박 정서의 수혜를 입었다. 손학규는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잡게 됐다. 물론 이것은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크다. 그래서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할 경우 승리는 한낱 모래성이 될 수 있다."(〈한겨레〉 4월 28일치 사설)

평소 민주당과 손학규가 얻었던 지지율과 이번 선거에서 얻은 투표율 사이의 격차는 민주당의 기반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가 한 달 반 만에 7·28 재보선 때는 참패한 바 있다.

한편, 국민참여당은 김해에서 고배를 마셨다. 온갖 추문으로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했던 김태호가 살아난 것은 정말이지 짜증나는 일이다. 김태호가 교활하게도 한나라당과 거리를 둔 데다가, 민주당과 갈등을 겪고 있는 참여당이 반MB층을 흡수할 충분한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진보 후보의 약진

고무적인 것은 반이명박 진보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 준 진보정당들의 성과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 1명, 구청장 1명, 도의원과 시의원 각각 1명을 배출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당선하지 못한 진보정당 후보들도 대체로 높은 득표를 하며 선전했다.

"호남 진보 국회의원 1호"가 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약진했지만, 야권연대에 주력하는 것은 투쟁을 전진시키는 데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들의 성공적인 ‘계급투표’ 속에 호남에서 최초로 진보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노동자 후보가 대재벌 정몽준 세력을 거꾸러뜨리며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다. 비록 이 두 사례마저 민주당과 손잡은 야권연대의 일부라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야권연대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 됐는가?'를 보시오.)

반면 전북버스 파업 해결을 주요 요구로 내세운 진보신당 황정구 후보(전북 전주 도의원 선거)는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항해 꽤 많은 득표를 했다(36퍼센트).

이 사례들은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도 아닌 진보적 대안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그런 진보적 대안을 더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전망과 과제

내년 양대 선거의 전초전에서 참패한 만큼 이명박은 더 깊은 레임덕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미 이번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분열 위기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선거 직후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청와대 참모진도 사퇴의사를 비쳤다. 침몰하는 배에서 서로 자기만 살겠다는 이상득계, 이재오계, 친박계, 소장파의 이합집산과 아귀다툼은 더 심각해질 듯하다.

이명박은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명박은 ‘친서민’, ‘공정사회’를 말하면서도 친기업·불공정 정책을 포기한 적이 없다. 불안정이 심화하는 경제 상황과 그의 기반(부자와 기득권층) 때문에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반민주적 억압을 지속하는 이명박의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선거 참패 바로 다음날 국회 외통위에서 한·EU FTA를 강행 처리했듯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도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지방선거 승리 이후에 그랬듯이, 계속해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노동자 정책에 타협하고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반이명박 정서의 수혜가 계속 민주당으로 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의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개혁 염원 대중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은 투쟁 건설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선거 결과 그 자체가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이명박 참패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투쟁으로 연결시킨다면 이명박의 반동적 정책을 저지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와 개혁을 염원하는 노동자·청년·학생들이 당장 이명박에 맞선 강력한 행동에 나설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급진화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명박을 심판하자며 당장의 투쟁 과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민주당과 손잡으려고 투쟁의 요구를 낮추거나 타협해서도 안 된다. 지금의 급진화와 자신감 회복을 투쟁 건설로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