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해직자에게 다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강령에 ‘정치적 지위 향상’을 되살리는 내용의 규약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9월 안에 규약 재개정을 위한 대의원대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 탄압 속에서 ‘안정적 조합 활동 근거 마련’이라는 이유로 조합원 총투표에서 규약을 개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시국선언을 했다고, 진보정당에 후원을 했다고 한꺼번에 수백 명씩 소환장을 날렸고 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또다시 지부 사무실들을 폐쇄하기도 했다. 십년 투쟁 속에서 따낸 단체협약의 성과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이 속에서 노조 지도부는 ‘규약 개정은 설립신고를 위한 실무용’이라며 전국 순회를 통해 현장 활동가들을 설득했고, 많은 활동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규약을 개정했다.

아마도 많은 조합원들이 살을 잘라내는 아픔 속에서 규약 개정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보란 듯이 끝내 설립 신고를 받지 않았고, 2010년 7월 법원도 정부 손을 들어줬다.

규약 개정도 설립신고용으로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당연히 우리 손으로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강령의 일부를 삭제했던 것을 되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노조 지도부가 지난 규약 개정 때처럼 분명한 주장을 펴며 현장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규약 개정과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지도부가 최근 진행한 현장 순회 간담회 때 발언을 보면, 현장 간부들의 고민이 묻어난다. 규약 개정의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조합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자신감은 부족해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적잖은 간부들은 규약 개정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과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일부에선 ‘조건 없는 근속 승진,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기능직 차별 철폐 등 현장 조합원의 경제적 요구는 팽개치고 웬 규약 개정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건설의 역사를 돌아볼 때, 이런 생각은 현실과 다르다.

이제 곧 10주기를 맞이하는 6.9 창원 대회가 열린 2001년을 생각해 보라. 공무원노조의 전신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은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계속되던 구조조정과 연금개악 위협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노동조합 설립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보수 언론은 ‘공무원노조는 이르다’, ‘국민적 동의가 없다’ 등의 논리로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전공련은 6월 창원대회에 이어 7월 부산 집회, 11월 서울 보라매 집회 등 대중 투쟁을 지속했다. 그리고 결국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직협의 전국 연합체 건설을 인정한 것은 물론, ‘아직은 이르다’던 공무원노조법 제정을 공식 논의하기 시작했다.

투쟁이 이런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2001년 노조 건설을 위한 투쟁은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이득도 가져다 줬다.

2002년 공무원의 임금은 기본급 기준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인 8.5퍼센트를 기록했다. 이것은 그해 민간기업 임금 인상률인 7.6퍼센트를 앞지르는 수치였다.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당까지 따지면 공무원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은 그 어느 때보다 컸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투쟁은 조합원의 경제적 이득과 무관하지 않다. 이 둘은 ‘1 더하기 1은 2’ 같은 산수처럼 명확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복잡한 함수처럼 서로 연관돼 있다.

우리가 처음 노조 설립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것처럼, 정부가 만들어 놓은 법의 멍에를 지지 않고 싸운다면 투쟁에 더 큰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공무원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도 함께 내세우며 투쟁을 확대하는 데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