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6월 10일 집중 촛불시위:
거리를 휩쓸며 ‘이명박 OUT!’을 외치다

6월 10일,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를 뚫고 1만 5천여 명이 서울 청계광장에 운집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주요 도시에서도 촛불시위가 열렸다.

청계광장에 다시 밝혀진 촛불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집중 촛불시위에는 1만 5천여 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10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집중 촛불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0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집중 촛불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청계광장은 수업을 끝내고 무리지어 참가한 학생들로 붐볐고 활기가 넘쳤다. 학생회 대열로 참가한 학생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합류한 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노동자들도 촛불을 함께 들었다. 민주노총 일부 노조는 촛불집회 참가를 공식 지침으로 내렸고, 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야간노동 철폐’를 요구하며 파업 중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상경했다.

특히, '야간노동 철폐’를 요구하며 파업 중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상경했다. 여성연맹 소속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도 주먹밥을 나눠주며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직장을 마치고 삼삼오오 참가한 미조직 노동자들도 보였다.

집회 연설자들은 ‘반값 등록금’이 단지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청년·학부모·청소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만적인 등록금 정책을 성토했다. 서울대 법인화 반대 투쟁, 비리 사학재단에 맞선 투쟁, 최저임금 투쟁 등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해방감

무엇보다, 이날 촛불시위의 백미는 거리행진이었다.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구호를 외치고 행진을 하며 동참을 호소하자 금세 거대한 행진 대열이 형성됐다. 오랫 동안 행진의 자유를 빼앗겼던 사람들은 서울 도심을 한참 동안 활보하고 목청높여 구호를 외치며 지난 4년간 쌓인 울분과 분노를 터트렸다. 비록 규모는 2008년 촛불운동에 미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당시 느꼈던 해방감을 다시 맛봤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학생들과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쳐보이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의 위기는 우리의 기회다"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면서 ‘이명박OUT!’을 외치고 있다.
거리 행진을 하고 있는 흰 가운을 입은 한의대생들 이날 집회는 ‘반값등록금’ 뿐만 아니라 의료공공성 실현 등 다양한 요구가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흥분과 투지가 넘쳤고,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OUT!',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수백 명이었던 시위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등록금에 대한 엄청난 불만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만이 깔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값 등록금 요구를 넘어 '제2촛불’이 되길 기대한 이유다.

하지만 '6·10 집회'는 이런 총체적 불만들이 결집되고 표출되는 장이 되기에는 다소 아쉬움도 있었다.

우선, 집회가 충분히 개방적이고 협력적으로 건설되지 못했다. 6월 10일 집회의 모든 기획은 한대련과 등록금넷 일부 활동가의 폐쇄적 논의 속에 결정됐다. 집회 사회자가 야4당과 등록금넷, 한대련이 공동주최라고 했지만, 심지어 등록금넷 소속 단체들조차 집회 기획을 미리 알지 못했다.

투쟁의 요구를 확대하고 노동자들의 동참을 끌어내서 이 투쟁을 더 심화·발전시키려는 시도가 부족한 것도 매우 아쉬웠다.

특히, ‘야간노동 철폐’를 요구하며 파업 중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연대를 호소하는 발언을 간청했지만 주최측이 이것을 끝내 거절한 것은 유감스럽다. 레임덕에 몰린 정부에 맞서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급한 요구와 투쟁을 연결하는 것이 정부를 압박하는 데도 훨씬 효과적인데 말이다.

아쉬움

이 시위가 단지 한대련 학생들만이 아니라, 광범한 대중의 참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지는 여러 투쟁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집회 연단에서는 등록금 문제만이 압도적으로 강조됐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조차 집회 대열 맨 앞에 앉아 있던 유성기업 노동자 등을 뻔히 보고서도 연설에서 등록금 문제만 주로 언급했다.

반면, 사전 집회 격으로 열린 야4당 연설회에서 집회 사회자가 민주당 대표 손학규를 소개할 때 나열한 찬양은 듣고 있기 불편했다. 민주당도 고액 등록금 문제를 만들어 낸 책임자 중 하나인데 말이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는 거리행진 도중에 더 많은 시민들이 행진에 동참하면서 대열이 불어날 수 있었지만, 이번 집회는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이런 기회를 다소 놓친 점도 있다. 게다가 집회를 마치면서 주최 측은 거리행진을 공공연하게 호소하지 않았다. 다행히 일부 단체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거리 행진을 호소하며 행진을 이끌어 집회 대열 대부분이 참가하는 위력적인 행진을 할 수 있었다.

이날 집회는 정권에 대한 높은 불만을 보여 줬고, 특히 과감하게 꽤 규모 있는 거리행진을 감행함으로써 투쟁의 열기가 어느정도 유지될 수 있게 됐다. 한대련 지도부는 매일 촛불시위를 계속하고 매주 금요일에 집중 촛불시위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으로 운동의 요구를 실제로 성취하려면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요구 확대, 개방적인 운영, 거리행진을 늘리기 위한 시도, 투쟁의 연결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의 국회 협상에 기대 투쟁을 종속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이 저축은행 비리와 집권당 분열 등 최악의 레임덕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이 우리에게는 놓칠 수 없는 투쟁의 기회다. 6월 10일의 열기가 계속 유지·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