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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반전ㆍ반자본주의 운동의 진로에 대해 말하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의 진로에 대해 말하다

Q.지난해 피렌체 유럽사회포럼과 비교해 파리 유럽사회포럼의 특징은 무엇인가?

A.지난해와 올해 유럽사회포럼은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둘 다 규모가 아주 컸고 젊었다. 물론 올해는 더욱 커졌고 더 젊고 더 급진적이었다.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청중들이 연사들보다 급진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유럽사회포럼은 [지난번] 피렌체와 상황이 다르다. 이번 유럽사회포럼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지난해 유럽사회포럼 이후로 2·15 국제 반전 시위도 있었고, 이라크 전쟁도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반자본주의 운동과 반전 운동의 수렴과 결합의 정도가 훨씬 깊어졌다. 이것이 첫번째 특징이다.

두번째 차이는 프랑스의 정치 상황이다. “복수좌파”, 즉 사회당과 그 동맹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그 반사 효과로 LCR(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처럼 복수좌파와는 다른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극좌파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들이 얻은 인상적인 지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프랑스의 주요 트로츠키주의 조직인 LCR과 LO(노동자투쟁) 간의 선거 연합이 정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자유주의”(social liberalism), “제3의 길” 등의 위기에 대응해서 급진적 대안이 주목받는 프랑스의 정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회적 자유주의”와 급진 좌파의 분열이 이번 유럽사회포럼의 두번째 중요한 특징이었다.

세번째 특징은 두번째 것과 연관돼 있다. “사회적 자유주의”와 급진 좌파의 분열은 부분적으로는 5∼6월의 대규모 노동자 파업의 결과였다. 이 파업은 매우 큰 규모였고 현장조합원들이 주도했다. 그 덕분에 LCR 같은 급진 좌파들의 발언권이 더 커졌던 것이다.

Q.파리 유럽사회포럼은 2004년 3월 20일에 국제 공동 반전 행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또, 반자본주의 공동 행동의 날, 다시 말해서 유럽헌장에 반대하는 유럽 하루 행동의 날(5월 9일)을 채택했다. 이런 행동 결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A.3월 20일로 예정된 전 세계 반전 행동의 날은 이라크 침공 1주년을 맞이해 계획된 것이다. 이것은 반전 운동의 세계적 성장을 반영한다. 세계적 반전 운동은 원래 유럽 규모의 반전 행동을 조직하자는 피렌체 유럽사회포럼의 호소가 2003년 세계사회포럼 이후 전 세계적 호소로 확대되면서 등장했다. 우리는 이미 세계 규모의 공동 반전 행동을 조직한 경험이 있다. 3월 20일 반전 행동은 바로 그러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번에 세계사회포럼에서도 중요한 반전 토론회가 있을 것이다.

두번째 공동 행동의 날인 5월 9일은 그러나 정확한 의미에서 반자본주의 행동의 날은 아니다. ‘유럽헌장’이라는 쟁점은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일련의 스칸디나비아 나라 등 일부 나라에서는 관심의 초점이지만 유럽 전체의 보편적인 쟁점은 아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좌파가 유럽헌장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유럽헌장 반대를 보수당 우파, 다시 말해서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보수당 우파가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반자본주의 운동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전 유럽적인 쟁점은 아니다.

지난 여름부터 “사회적 2·15”,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사유화 등에 반대하는 유럽 규모의 공동 행동의 날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그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들이 자연스럽게 반자본주의 운동에 결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에게 중요한 구실을 맡기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있었다.

그 때문에 오늘(11월 16일) 유럽사회포럼을 마무리지은 ‘사회운동회의’가 “사회적 2·15”를 호소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유럽헌장 반대가 일부 나라에서만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유럽 반자본주의 운동의 미숙한 측면을 드러낸 것이다.

Q.동지가 방금 전에 말한 유럽사회포럼의 급진적 분위기와 정치적 좌경화가 2004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과 국제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에 미칠 정치적 효과를 말해 달라.

A.급진화 자체가 반자본주의 운동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시작된 반전 운동과 수렴한 결과이다.

유럽에서는 유럽사회포럼 전후로 오스트리아·프랑스 등지에서 대규모 파업이 있었고, 독일에서는 슈뢰더의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에 항의하는 노동자 행동이 있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중요한 우편 노동자 파업 승리가 있었다. 이러한 투쟁에 비추어 보았을 때, 반자본주의 운동과 조직 노동계급 사이의 관계를 더 유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1999년 시애틀 시위 이후 이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당시 “팀스터[미국운송노조]-거북이 연합”, 다시 말해 노동조합과 반자본주의 활동가들 사이의 융합은 단순한 에피소드 이상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것은 더는 구호가 아니고 현실이 됐다.

반전 운동에 노조가 참여하는 정도는 계속 증가해 왔다.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 시위 당시 이탈리아노조연맹은 시위에 참가하지 말라고 조합원들에게 명령했지만 금속노동자연맹(FIOM)은 시위에 참가했고, 피렌체 유럽사회포럼에서도 급진 노조들이 적극 개입했다. 이번 파리 유럽사회포럼은 프랑스 CGT(노동자총연맹)와 더 급진적 노조인 SUD(연대·단결·민주), 특히 교사노조연맹이 적극 참여했다. 내년 유럽사회포럼을 런던에서 열기로 한 결정도 영국 노조의 개입 덕분이었다. 따라서 이것은 앞서 말한 과정[노동조합과 반자본주의 활동가의 융합]이 반영된 것이다.

Q.세계사회포럼은 해를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다. 세 차례 열린 세계사회포럼의 발전 과정을 말해 달라.

A.세계사회포럼은 세 가지 세력에 의해서 시작됐다. 첫째는 특히 아딱(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과 그 지도자인 베르나르 까쌍이다. 둘째는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브라질의 급진파와 지식인 그룹들이다. 셋째는 제4인터내셔널 계열의 조직, 그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의 LCR(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이다. 그밖에도, 1회부터 3회까지 세계사회포럼이 열린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는 브라질 노동자당(PT)의 근거지였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 정부가 주요 세력의 하나로 참여했다.

그러나 세계사회포럼은 이들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어 발전했다. 1차 세계사회포럼은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 대한 최초의 전 세계적 도전을 상징했다.

2002년 제2차 세계사회포럼은 규모도 훨씬 컸고, 의미도 훨씬 중요했다. 그 해 세계사회포럼은 주요 언론들이 반자본주의 운동을 끝냈다고 생각한 ―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으로 판명났다 ― 9·11 이후 최초의 전 세계적 행동이었다.

2003년은 2·15를 국제 반전 행동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했다. 또, 브라질 대통령 선거 직후에 열려 룰라 정부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이 중요한 특징이었다.

만약 브라질 조직자들의 희망대로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에 남았더라면 관료화되고 제도화됐을 것이다.

룰라는 한편에서는 금속노조와 MST(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처럼 세계사회포럼의 중요한 일부인 브라질 내 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자신이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인도에서 열리는 것은 매우 뜻깊다. 왜냐하면 인도에는 다양한 형태의 강력한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스탈린주의이긴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다양한 좌파 정당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이번 사회포럼에는 필리핀·인도네시아·한국 같은 아시아 나라 활동가들이 많이 참가할 것이다. 이것은 진정으로 운동을 세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Q.국제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 운동의 목표와 과제는 무엇인가?

A.반전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의 결합은 단순한 일회성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물론 단순한 에피소드이기를 바란 사람도 있었다. 이번 유럽사회포럼에서 소수파로 몰려 있었지만 여전히 운동의 주요 인사로 꼽히는 동시에 운동 내의 가장 우파에 속하는 까쌍은 이러한 상황 전개를 보고는 반전 운동이 반자본주의 운동을 “납치했다”고 불쾌해 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저항 운동이 성장하고 미국과 영국이 모두 게릴라전에 발이 묶이는 상황에서 ― 나는 미국과 영국이 이기리라고 보지 않는다 ― 앞으로 상당 기간은 “테러와의 전쟁” 반대가 운동을 지속시키는 핵심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반자본주의 운동가들은 반전 운동을 지속시키는 데서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4월 중순 이후 미국이 승리를 선언하자 많은 평화운동가들은 이라크의 상황이 종료됐고 이제 CND(핵무장해제운동) 같은 [선전 위주의 소수파] 운동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자본주의 운동 활동가들은 “테러와의 전쟁”이 많은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공격의 연속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기여 덕분에 반전 운동이 지속될 수 있었다.

두번째로 유럽에서는 반자본주의 운동에 노조들이 더 유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운동의 사회적 뿌리가 점차 깊어지고 있다. 까쌍은 특히 이러한 상황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까쌍은 노동조합 운동이 반자본주의 운동 안에서 소수라고 주장했다. 물론 적극적인 참여라는 면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점에서는 까쌍이 옳다. 그러나 그는 옳은 관찰로부터 잘못된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노동계급을 더욱 깊숙이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은, 까쌍의 주장처럼 우파 노조 지도자들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한 현장조합원 노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세번째로 정당 문제가 있다. 세계사회포럼과 유럽사회포럼의 헌장에는 정당 배제 원칙이 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원칙이다. 이미 정당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에서는 PT(브라질노동자당)가 중요한 구실을 했고, 이탈리아 재건공산당(리폰다찌오네)도 피렌체 유럽사회포럼에서 두드러진 구실을 했다. 이번 유럽사회포럼에는 프랑스의 좌파, 특히 극좌파 정당들이 대거 참가했다. 가장 커다란 토론회 중 하나는 LCR의 가장 유명한 인사인 올리비에 브장스노와 프랑스 공산당 지도자 뷔페가 참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당 배제 원칙이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구체적 전략의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영국에서 두드러진 사례가 있었다.

2월 15일과 3월 18일 일어난 일을 비교해 보자. 2월 15일에는 2백만 명이 전쟁에 반대해서 행진했다. 3월 18일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했는데도 하원은 토니 블레어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다.

거리의 운동은 의회 같은 국가적인 기관이, 특히 노동당 의원들이 자신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 의원은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때때로 약속했음에도 사실 양떼처럼 온순하게 블레어 뒤로 줄을 섰던 것이다.

이것은 반전 운동을 대변하는 정치적 목소리를 발견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전쟁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의제, “사회적 자유주의”, “제3의 길” 등을 거부하는 극좌파 정당들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

유럽의 가장 중요한 극좌파 정당으로는 이탈리아의 리폰다찌오네, 프랑스의 LCR, 그리고 영국의 SWP ― 물론 이들의 역사와 정치적 입장은 서로 다르다 ― 가 있다. 이러한 정당들의 발전이 운동의 원칙과 염원을 일관되게 뒷받침하는 데서 결정적이었다.

Q.일부 좌파들은 유럽사회포럼과 세계사회포럼 등이 인터내셔널이라고 주장한다. 21세기에 새로운 인터내셔널은 어떻게 건설할 수 있는가?

A.다니엘 벤사이드가 《새로운 인터내셔널리즘(국제주의)》이라는 제목의 책을 쓴 바 있다. 대중행동과 토론 등이 조직되는 정도는 이미 국제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 우리는 국제적 운동 세력을 보고 있다. 유럽사회포럼 준비 과정이 그 예다. 두 달에 한 번씩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활동가들이 다음 번 유럽사회포럼을 어떻게 조직할지 논의한다. 이 속에서 우리는 서로 알게 되고, 정치적 대처 방식과 관심사를 공유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변화이다. 따라서 국제적 운동이 존재한다. 이것은 유럽에서 가장 발달해 있지만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부분적으로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행동을 조율하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미 과거의 어떤 인터내셔널보다 앞서 있다.

그러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인터내셔널 문제라면 얘기가 다르다. 마르크스주의적 인터내셔널은 아직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과거 인터내셔널의 경험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이번 유럽사회포럼 때 파리 거리에서 제5인터내셔널을 결성하자는 전단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내셔널은 선언하는 것으로 건설될 수 없다.

인터내셔널은 운동에서 유기적으로 성장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훨씬 커다란 노동자 투쟁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굉장한 급진화를 보고 있지만 마르크스주의를 대안적인 정치적 전통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이것은 소련 붕괴나 스탈린주의의 영향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가 대안적 정치 전통으로 받아들여지려면 노동자 투쟁이 크게 성장해서 자신감을 더 갖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서로 다른 정치 전통에 속한 조직들이 함께 활동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Q.거대한 운동의 부활 속에서 좌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또,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A.나는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좌파가 할 일은 내가 지금까지 말한 쟁점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파주의를 경계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치적 주장을 강화하는 것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운동 내에서 정치적 분화 과정이 급속히 진행됐다. 이것은 맨 먼저 반자본주의 운동이 등장하고 운동의 제도화가 앞선 프랑스에서 가장 눈에 띈다.

나는 우리가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운동 내 좌파와 우파가 서로 정치적 토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포괄적인 전략 문제에 관해서 토론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운동 내 좌파와 우파를 대립시키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운동을 손상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