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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영끌’, ‘빚투’ 청년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일 뿐

빛 좋은 개살구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청년들 환심만 사고 싶어하는 문재인 정부. 지난해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청년들 ⓒ조승진

12월 23일 정부가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정부 유관 부처들과 청년 단체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합동으로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 참여 등 5개 분야의 청년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청년 단체들을 끌어들여 이런 대책을 마련한 이유는 정부에 대한 싸늘한 청년층의 마음을 돌려 보려는 것일 테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보다 낮다.

같은 날 문재인은 SNS에 “정부의 의지를 믿고 과감하게, 용감하게 도전하길 바랍니다” 하고 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은 믿음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본계획의 대부분은 기존 정부 대책을 묶어 놓은 수준이다. 대학 입학금 폐지나 여러 창업 지원책 등 각 부처가 이미 실행하던 정책들이 마치 새로운 대책인 양 들어가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정책의 모음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게 무색하다.

무엇보다 일자리 대책이 너무 부실하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청년층 실업이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청년층(15~29세) 확장 실업률*은 24.4퍼센트로 지난해 대비 4퍼센트나 증가했다(2020년 11월). 청년 중 약 116만 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2021년에만 55만 5000명의 일자리를 지원(창출이 아니라!)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은 없다. 자세히 뜯어 보면 볼수록 무책임하다.

공공기관에서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2만 9000명 수준인데, 그중 2만 3000명은 겨우 30일 업무 체험이라 일자리라고 보기도 어렵고, 나머지 6000명도 3개월 인턴이다. 대선 공약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던 일이 무색하다.

우파 정부 시절 취업률 지표를 높이려 고안된 청년 인턴 제도와 다를 바가 없다.

겉만 번지르르

일자리 정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021년부터 시행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저소득층 청년(10만 명)에게 6개월 동안 50만 원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13만 명에게는 취업 지원 상담, 교육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직촉진수당은 기존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가 이름을 바꾼 것인데, 수급 요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물론 이런 지원금은 생계 유지가 힘든 청년 일부에게 당장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기본계획의 일자리 정책은 중소 기업의 고용을 촉진하고 청년을 그쪽으로 유도하려는 기존 정부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데 그런 일자리들은 대체로 조건이 좋지 않고, 정부의 한시적 지원금이 끊기면 이후 고용이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청년디지털 일자리(5만 명)와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2만 6000명) 확대 또한 민간기업이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정책인데, 대체로 영세 사업장들이라 일자리 질이 열악하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돼 왔다. 최근 탄력근로제 개악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 조항 면제를 통해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시도는 이런 일자리 계획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기업이 청년 신규채용 시 임금 일부를 정부가 3년간 지원)도 실효성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이 장려금보다는 고용을 늘리지 않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1년이 제도가 종료되는 해라서 지원금이 연장되지 않을 시 고용 유지가 우려된다.

청년내일채움공제(중소기업 2년 이상 재직 시 정부·기업이 1200만 원 지원)는 청년층의 일자리 불만으로 인한 이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래 이 제도는 입사 후 6개월이 되기 전에 이직하면 지원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열악한 조건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규모와 혜택이 더 줄어들었고, 이직 규정은 더욱 빡빡해졌다. 이제 1년 동안 근무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안 주도록 개악된 것이다(휴·폐업시는 제외). 규모는 13만 명에서 올해 10만 명으로 축소됐고, 1인 당 지원금도 2년 재직 시 16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삭감됐다.

공공임대 주택 대폭 확대?

청년층의 커다란 박탈감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주택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부족한 대책을 내놨다.

기본계획이 제시하는 청년층 주택 대책 방향은 대체로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결국 빚이 되므로 조삼모사 대책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라 할 수 없다.

기본계획은 2025년까지 청년층에 청년특화주택 27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약간 늘리는 것이긴 하지만 226만 명에 이르는 청년 전월세 임차가구 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미흡하다.

또한 2020년 3월 문재인 정부는 청년 맞춤주택을 2025년까지 35만 호로 확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서, 오히려 계획이 후퇴한 것이기도 하다.

더구나 청년특화주택 중 4분의 1가량 되는 7만 호는 공공임대 주택이 아니라 민간임대 수량이다. 이런 민간임대 주택은 시세의 90~95퍼센트가량으로 너무 비싸서 입주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민간 주택공급 업자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느라 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자리와 주택 문제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시장과 민간 기업을 일부 지원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건 청년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도 없이 재정만 낭비하는 짓이 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들의 환심은 사고 싶어도, 시장주의 원칙을 고수하느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니 청년 대책이 나와도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책은 노동소득으로는 결코 내 집 마련과 미래 계획이 불가능하다는 좌절을 겪으며 ‘영끌’과 ‘빚투’ 등에 이끌리는 청년들에게 결코 희망을 줄 수 없다.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과감하고 용감하게 도전”해야 할 대상은 정부의 우선순위이다.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저렴한 공공임대주택과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