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가 제주에서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은 예멘 난민 5명에게 출국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 484명 중 단 2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대부분의 예멘인들에게는 인도적 체류 지위(난민 불인정)를 부여했다. 심지어 인도적 체류 지위조차 받지 못하고 단순 불인정 처분을 받은 예멘인이 56명이나 됐다.

그런데 정부는 난민 불인정 결정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일부에게 출국명령을 내린 것이다. 출국명령은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은 나머지 예멘 난민들에게도 확대될 수 있다.

지난 4년간의 전쟁으로 예멘은 생지옥이 됐다. 1만 명 이상이 죽었고, 수백만 명이 아사 직전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출국명령 조처는 이런 곳으로 난민들을 추방하겠다는 잔인한 조처다.

그러나 예멘의 비극에는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 한국 정부는 예멘에 폭격을 퍼붓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 지원을 해 왔다. 12월 7일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 파병연장안을 통과시켰다.

예멘 난민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는 못할 망정, 난민들을 내치는 비인도적 조처를 내린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 심지어 정부는 출국명령을 내린 정확한 사유에 대해서 밝히지도 않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출국명령을 받은 예멘 난민들이 심사 결과 불복 행정소송을 낸다면 일정 기간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소송을 진행해 체류 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출국명령 대상자들에게는 취업이 제한된다고 알려졌다. 출도 제한이 해지된다는 얘기는 없다.

정부는 이들에게 숨 쉴 ‘자유’만을 허락하겠다는 것인가. 아무런 권리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난민들이 스스로 지쳐 나가 떨어지도록 만들겠다는 셈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호를 요청한 난민들을 이렇게 내쳐버리는 것은 난민협약의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이기도 하다.

무책임하고 비인도적인 정부 조처를 강력 규탄한다!

2019년 1월 4일
난민과함께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