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유엔의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세계 각지에서 자국 정부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고 난민을 환영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계속되는 경제난 속에서 주류 정치권과 언론은 고통의 책임을 이주민·난민에게 떠넘겨 왔다. 그 결과, 인종차별을 내세우는 우익 포퓰리즘 또는 파시즘 세력이 부상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더 강도 높은 인종차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지에서는 파시스트가 중핵을 이루는 정당들이 원내에 진입하거나 연정 하위파트너로 부상했다.

그런 점에서 5년째를 맞이하는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이 과거보다 지리적으로 더 많은 곳에서 벌어진 것은 큰 의의가 있다. 저변이 확대된 데에는 유럽에서 더 많은 활동가들이 인종차별 반대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한 점이 특히 중요했다.

이런 공동 행동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결코 다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인종차별·파시즘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영국 런던에서 인종 차별과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보수당 정부에 맞서 2만 명이 모였다 ⓒ가이 스몰만

가장 많이 모인 영국 런던에서는 2만 명이 모여서 보수당의 인종차별, 무슬림 혐오 정책에 반대하고 난민을 환영한다고 외치며 행진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에 500명이 모이는 등 전국 25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90여 석을 확보하며 원내에 최초로 진출했다.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많은 활동가들이 새롭게 공동 행동에 나서면서 전보다 훨씬 많은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난민을 환영하고 파시스트 황금새벽당에 반대해서 1만 명이 모였다. 이들은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을 터키로 강제 송환하도록 한 유럽연합-터키 합의, 리비아 무장세력에게 난민 단속을 맡긴 유럽연합-리비아 합의를 모두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제2도시 테살로니키 등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시위대가 모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이주민 괴롭히기와 살해,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사냥’ 등 국가에 의한 인종차별을 중단하라고 소리 높였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이 분출하면서 파시스트 자유당을 위기에 빠뜨린 바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8000명이 시위에 나섰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4000명,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도 2000명이 시위에 나섰다.

이 밖에도 스페인, 카탈루냐, 터키 등지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3월 25일 주요 도시들에서 난민 환영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3월 18일에 이주민과 연대단체 등 300명이 정부의 인종차별 정책에 항의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고, 그리스 시위대와 연대 메시지를 교환했다.

독일 25개 도시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조직됐다. 사진은 베를린 시위대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Aufstehen gegen rassismus)
유럽연합이 난민 유입을 차단하려고 터키, 리비아와 맺은 합의를 규탄하는 그리스 시위대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주민을 상대로 한 국가 폭력을 규탄한 프랑스 시위대 ⓒ반자본주의신당(N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