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국 기업이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성별이나 생년월일 같은 프로필, 거주지, 좋아한 페이지, 게시글 등 개인 정보를 확보해 트럼프의 선거 운동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 운동에 활용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정보를 수집해 판매한 교수가 러시아 대학에서 연구 지원금을 받은 적이 있단다.

페이스북의 DNA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맞춤형 광고 기능 성별, 연령, 위치, 결혼 여부, 학력, ‘여행에서 2주 전에 돌아온 사람’ 등 엄청나게 세부적인 기준으로 분류해 광고를 할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지금 대상으로 한 사람이 대략 몇 명인지까지 알려 준다. [확대]

페이스북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 플랫폼이다. 잘 통제된 공간을 열고 사람들이 이용하게 한 뒤 개인별 맞춤 광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광고비를 받는다. 이것이 페이스북의 DNA다.

페이스북은 이 기업이 “연구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 정보를 미국 공화당 의원 테드 크루즈의 대통령 경선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2015년 12월에 인지했다. 하지만 이 기업에 수집한 정보를 삭제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형식적인 조처만 취했다.

사실 2010~2015년까지 페이스북은 앱 개발자들에게 해당 앱 사용자뿐 아니라 그 친구들의 정보까지 쓸어가는 것을 허용했다. 이번 “유출”이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수많은 앱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했다. 정보를 유출한 교수도 2013년부터 2년간 페이스북과 협력해 대량의 데이터를 제공받고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도 넘기는 정보가 세분화됐을 뿐 페이스북의 작동 원리와 이윤 획득 방식은 동일하다.

이번 사건을 언론이 문제 삼는 진정한 이유는, 트럼프나 브렉시트 같은 쟁점에서 주류 지배자들의 뜻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이런 정보가 쓰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 20억 명의 상세한 정보가 사적 기업의 손에 맡겨져 있고, 이것이 돈 많은 기업과 정치인들의 맞춤형 광고에 이용되는 상황 자체는 문제 삼지 않는다. 사실 페이스북 자체의 광고 도구가 훨씬 정교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데도 말이다.

2014년에는 페이스북 자신이 뉴스피드 조작이 사람들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70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가 반발에 직면했다.

페이스북은 환자 정보를 주요 병원들에 제공하려 했다가 이번 스캔들이 터지자 중단하기도 했다.

IT 기기를 활용한 환자 정보 수집은 의료를 영리적으로 이용하려는 삼성 같은 기업들의 핵심 관심사다. 이미 애플도 “연구 목적”으로 이런 데이터를 수집·제공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도구? 정보 조작의 도구?

2011년엔 아랍 혁명이 SNS 덕분이었다는 호들갑이 있었다. 이번엔 페이스북이 모든 걸 망쳤다고 난리다.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줄 거라 여겼던 기술이 트럼프가 권력을 쥐게 만들거나, 암암리에 부동층을 브렉시트에 찬성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가디언〉).

두 생각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이 대중의 사고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장이고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랍 혁명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오히려 30년간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긴축, 2008년 경제 위기로 주류 질서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주류 정치인들과 언론 자신도 SNS를 적극 활용하는 데다, 그 외에도 영향을 미칠 전통적 수단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30년 동안 이들에 대한 신뢰가 지속적으로 쇠퇴해 온 것이 바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찾게 만든 것이다. 페이스북이 원인이라는 것은 물구나무선 관점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지배계급 다수의 반대가 좌절된 것이었다. 대중이 환멸 속에 서구 엘리트를 거부했음을 인정하길 꺼리는 〈가디언〉과 〈뉴욕 타임스〉가 오랜 취재 끝에 서구 엘리트들이 실패한 원인을 ‘찾았다’. 바로 한 회사가 맞춤형 광고로 가짜 뉴스를 퍼뜨렸던 것이다! 심지어 러시아가 연관돼 있다! 즉, 서구 엘리트들은 신자유주의 때문에 패배한 게 아니었다! 기괴한 음모론이다.

노동계급은 지배적 사상의 영향을 받지만, 자기 경험을 통해 그중 일부를 거부하기도 한다. 특히 집단적 투쟁을 통해 급격히 발전한다. ‘이명박근혜’ 시절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였는데도 결국 거대한 운동으로 박근혜가 퇴진한 것은 지배계급도, ‘음모’도 노동계급의 의식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도 부패한 지배계급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사람들을 조종했다고 보는 것은 과장이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상황에서 SNS를 멀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순 없다. 투쟁 소식, 지배자들을 폭로하는 내용 등은 SNS에서 인기를 끈다. 노동조합들도 폭로와 조합원 조직에 SNS를 적극 활용해 효과를 보기도 한다.

〈노동자 연대〉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사를 공유하고, 〈노동자 연대〉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독하자.

SNS는 (흠이 많지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고, 좌파는 이 도구를 지배자들만 활용하게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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