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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활동가 부당해고에 눈감은 법원:
대법원은 김상진 세종호텔노조 전 위원장 부당해고 인정하라

사측의 탄압에 맞서 수년째 투쟁하고 있는 김상진 세종호텔노조 전 위원장

김상진 세종호텔노동조합 전 위원장과 세종호텔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이 항소심에서 기각됐다. 6월 1일 서울 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한창훈)는 김상진 전 위원장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이같이 판결했다. 김상진 전 위원장은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와 이듬해 1월 중노위는 김상진 세종호텔노조 전 위원장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연이어 기각했다. 지난해 김상진 전 위원장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시작했지만 그해 12월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중노위의 재심 판정이 정당하다며 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10년 넘게 일한 부서 놔두고 하루 아침에 전보

김상진 전 위원장은 2015년 1월 1일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오랫동안 일해 온 홍보 파트로 복귀했다. 1월 12일 사측은 김상진 전 위원장을 연회팀 연회운영 파트로 전보 명령을 했다. 세종호텔노조는 호텔 업무의 특성에 비춰 보면 이런 전보는 사실상 강등 처분이라고 지적한다. 당연히도 김상진 전 위원장은 전보 명령에 항의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고, 김상진 전 위원장은 전보 명령을 거부하며 홍보 파트로 출근했다. 다음해 4월 사측은 김상진 전 위원장을 지휘명령 위반,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징계면직했다.

석 달 뒤, 김상진 전 위원장과 세종호텔노조는 지노위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중노위 재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1심 재판부는 호텔 적자와 높은 인건비를 이유로 전보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1심 재판부가 “경영개선의 노력”이라 부른 일의 실상은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시킨 것이었다. 2013년에 견줘 2015년 인건비는 30억 원 가까이 줄었고, 전체 노동자 중 10퍼센트 이상이 퇴직을 했다. 또한 성과연봉제가 확대돼 연봉 삭감의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도 생겨났다.

많은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일하며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을 느낀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일방적 전보 명령을 받는다면 이를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그간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은 이런 식의 전보를 숱하게 당해 왔다.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룸어텐던트(객실 청소·관리) 노동자들은 새로이 생긴 부서로 전보되기도 했다.

김상진 전 위원장은 이런 공격에 맞서 앞장서서 싸워 왔다. “[사측이] 오랫동안 투쟁을 이끌어 온 김 전 위원장이 복직하면 ‘노동자들이 사측에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낸 것(박춘자 위원장)은 김상진 전 위원장에 대한 해고의 목적이 노동자 저항을 짓밟는 데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세종호텔 사측의 공격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4월 발표한 조사 연구(황수옥 연구위원) 세종호텔 장기 투쟁에 사측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부경대 황선웅 교수는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임금 차별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황선웅 교수는 복수노조 간 임금 격차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지노위와 중노위가 세종호텔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기각한 것이 “사용자의 잘못된 주장을 수용해 … 과실을 범했다”며 노동위원회의 판정 구조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측 탄압에 면죄부 준 재판부

그런데도 재판부는 사측의 인사권 등등을 내세워 김상진 전 위원장 해고가 정당하다 판결했다. 백 번 양보해도 인사권 ‘남용’에 면죄부를 준 반(反)노동 판결 중 하나다. 반면에 며칠 뒤 법원은 노동자들을 폭행한 혐의가 드러난 한진그룹 이명희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최근 드러난 전 대법원장 양승태의 판결 거래 의혹은 사법부가 박근혜의 노동자 공격을 돕는 구실을 해 왔음을 보여 준다. 노동계급의 삶을 짓밟는 데에서 권력자들 모두 한통속이었던 것이다. 밝혀진 문건들은 법원 최고위층이 KTX, 쌍용차, 철도 등에서 노동자 해고를 정당화하는 판결을 의도적으로 내렸음을 암시했다. 이런 사법 농단을 위해 판사들을 사찰한 증거와 정황도 나왔다.

그런데 이 사법 농단을 진두지휘한 양승태의 측근인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은 (세종호텔노조 탄압의 핵심 당사자인) 세종호텔 전 회장 주명건과 사돈 관계다. 주명건은 임종헌이 ‘활약’하던 시기에 사학재단(세종호텔을 소유한 대양학원) 복귀가 걸린 재판과 노조 탄압 관련 재판들에서 모두 이겼다. 최근 폭로된 법원의 행태가 하도 요지경이다 보니, 위 재판 결과들이 사돈 덕이라고 해도 공연스럽지 않을 것 같다.

대법원은 김상진 전 위원장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해야 한다. 세종호텔 사측은 노동자들 누구도 공정성을 믿어 주기 힘든 판결들을 핑계로 대지 말고 김상진 전 위원장을 하루빨리 복직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