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세금중독성장”, “경제 헛발질 문워킹”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적극적 재정 정책을 쓰기는커녕 이전 보수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균형재정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허수아비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게 감세, 규제 완화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 노골적으로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파와 보수 언론들이 이를 거세게 비난하는 가운데 8월 28일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내놨다.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470조 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9.7퍼센트(41조 7000억 원) 늘었다.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한 명목성장률 전망치(4.4퍼센트)의 두 배 수준이다.

정부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 예산을 10.6퍼센트 인상한 후 최대라며,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예산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반면, ‘소득주도성장론’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장하성 예산’, ‘세금 중독 예산’이라고 비난하고, 대대적 삭감에 나서겠다고 선전포고했다.

보수 언론들도 내년 예산안이 “초슈퍼 예산”이라고 비난하며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했다. 이 언론들은 박근혜 정부 때도 매해 예산안 발표 때마다 “슈퍼 예산”이라고 호들갑을 떤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실제 예산 정책은 재정 지출 규모를 명목성장률 수준으로 묶는 긴축 재정 방안이었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사용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은 2017년 추가경정예산(410조 1000억 원)보다 4.6퍼센트만 늘린 균형재정 예산안이었다.

따라서 우파의 호들갑과 정부의 생색내기를 걷어 내고 그 실체를 살펴봐야 한다.

이번 예산안도 저소득층 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재정 방안이기는커녕 보수적인 균형재정 원칙을 지키는 안이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8퍼센트로 올해의 1.6퍼센트와 큰 차이가 없다. GDP 대비 국가채무도 올해 39.5퍼센트에서 내년에는 39.4퍼센트로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이 예년보다 늘어나는데도 적자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그동안 반영하지 않았던 세입 증가분을 예산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확대] ⓒ노동자 연대

지난해 세입은 265조 4000억 원으로 본예산보다 23조 1000억 원, 추가경정예산안(본예산에 추경예산을 더한 것)에 견줘도 14조 3000억 원이 더 걷혔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세금 20조 원이 더 걷혔고, 올해 전체 초과세입은 34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그래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부의 잘못된 세수 전망으로 34조 원(지난해 14조 원, 올해 상반기 20조 원)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30만 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이 안 되었다’고 비판했다.

올해보다 늘린다고 정부가 홍보한 내년 지출 규모가 41조 7000억 원이지만, 올해 상반기에 이미 4조 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실제로 올해보다 늘어나는 내년 예산 증가 규모는 37조 8000억 원이다. 실제로는 지출 증가라는 게 대략 지난해와 올해의 초과세입분을 더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보수적인 세입 전망을 바로잡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세입을 올해 예산안보다 31조 2000억 원(11.6퍼센트) 늘어난 299조 3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전망한 올해 실제 세입 302조 5000억 원보다도 적은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도 세금이 남을 공산이 상당히 크다.

이처럼 지출 확대를 자제하다 보니 복지 예산 증가가 충분하지 않다.

정부는 내년에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을 조기 인상하기로 했지만, 증액의 상당 부분은 자연 증가분이다. 경기 침체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계층에 대한 지원은 대폭 확대돼야 하는데도 말이다.

일자리 창출도 지지부진하다. 예를 들어, 정부는 2022년까지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내년 예산에는 시범사업 4곳의 예산만 편성됐다. 내년이면 벌써 집권 3년차인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으로 후퇴한 공약조차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1만 7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이는 지난해와 지지난해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일 뿐 아니라, 이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다. 이 때문에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반면, 아직 법률이 통과하지도 않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예산은 편성했다. 의료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의료 영리화를 촉진하는 예산들도 포함됐다. 올해 중으로 의료 영리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국방 예산 증가율도 2008년 이후 최대인 8.2퍼센트(3조 5000억 원)이다.

이처럼 이번 예산안은 소득주도성장 의지를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도 들어온 만큼만 더 쓰겠다는 예산 정책을 고수하다 보니 저소득층 지원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기 힘든 것이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