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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난민 신청자 단식 농성 지지 기자회견:
우익들의 비방을 규탄하고 난민 권리 보장을 촉구하다

8월 30일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 42곳과 연대체 5곳이 단식 중인 난민 신청자들의 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눔문화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이 한국 정부의 조속한 난민 인정과 난민 심사 과정의 문제점 개선 등을 요구하며 열흘 넘게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8월 30일 이들의 단식 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시민·사회 단체 42곳과 이주공동행동 등 연대체 5곳이 연명해 지지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난민 반대자들이 단식 농성자들을 비난하는 주장들을 낱낱이 반박하며 농성자들을 방어했다. 또한 난민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했다.

난민 반대 집회를 여러 차례 연 ‘난민대책 국민행동’ 등은 지난주에 단식 농성자들을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사회자는 한 난민 신청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를 “가짜 난민”이라고 몰아세웠다. 그가 SNS에 올린 난민 심사 면접조서에 ‘본국에 돌아가도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한국에 체류하며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활동가는 이것이 “명백하게 허위사실이고 [그 난민 신청자는] 면접조서 조작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그는 면접조서가 허위로 작성되는 등 난민 심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악의적인 심사 실태를 고발했다.

또한 난민 반대 우익들은 이집트 난민 신청자 중에 “이슬람 근본주의 극렬 테러 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지지자가 있다며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매도했다. 필자는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이런 이슬람 혐오를 반박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아랍의 봄’의 일부였던 이집트 혁명 이후 대중의 사회 개혁 열망에 힘입어 선거로 집권까지 했던 정당이다. ...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고 모든 미국인이 위험 인물이 아니듯이, 전 세계 무슬림 16억 명 중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은 극소수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의 김영아 활동가는 난민 비방을 근거 삼아 난민법을 후퇴시키려는 정부를 규탄했다. “정부가 난민 혐오 단체들의 선동적인 메시지와 국민들의 불안에 편승하여 예멘 난민과 아무 관련이 없는 남용적 난민 신청자 차단 프레임을 꺼내 난민법을 후퇴시키고 난민을 차단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단식 농성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의 발언은 난민들이 엄청난 혜택이라도 받고 있는 양 하는 난민 반대자들의 주장이 거짓일 뿐임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을 거부하고, 난민을 혐오하는 폭언이나 폭력에 노출됐을 때 난민을 보호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압델라흐만 자이드)

“갓 태어난 아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난민에게 적용하고 있는 법 때문에 내 아들을 출생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아나스 샤하다)

이집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다가 6개월 전 한국에 왔다는 낸시 씨는 싱글맘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혼자서 10살, 5살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나에게 준 G-1비자[임시체류 비자]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하루 12시간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

한편, 모나 씨 부부는 “한국에 온지 2년이 됐는데도 난민 인정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날 새롭게 단식에 돌입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 대표자와 자이드 씨는 대통령비서실의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과 면담을 하고 단식 농성자들의 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관련부처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만 할 뿐 어떠한 실질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적이고 공정하며 신속한 난민 심사 요구에 대해서는 하반기에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답변했는데, 지난 8월 1일 난민 반대 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을 볼 때 난민 인정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결코 기대하기 어렵다.

지속되는 난민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단식 중인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압델라흐만 자이드 씨 ⓒ나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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