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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노조 김상진 전 위원장 부당해고 취소 상고 기각:
노동 탄압에 눈 감은 대법원 규탄한다

9월 13일 대법원(재판장 김선수, 주심 이기택)이 세종호텔노조 김상진 전 위원장이 세종호텔 측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중앙노동위(이하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청구한 상고를 기각했다.

2016년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와 이듬해 1월 중노위는 김상진 세종호텔노조 전 위원장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연이어 기각했다. 2017년 1심 재판부와 올해 2심 재판부는 중노위의 결정이 정당하다며 김상진 전 위원장에게 패소 판결을 했고, 김상진 전 위원장은 즉각 상고했다.

2015년 1월, 세종호텔 사측은 노조 위원장 임기를 마친 김상진 전 위원장을 돌연 생소한 업무인 연회운영 파트로 발령을 냈다. 김상진 전 위원장은 민주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성과연봉제 도입과 강제 전보 등에 맞서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싸워 왔다. 갑작스러운 전보는 이런 저항에 대한 보복이라 할 법했다. 당시 사측은 사악하게도 소수 노조인 세종호텔 노조 조합원들에게 여러 불이익을 주며 공격을 벌이고 있었다. 김상진 전 위원장이 사측 명령에 순응하지 않고 원래 부서로 출근하자, 2016년 4월 사측은 지휘명령 위반과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그를 징계면직했다.

1·2심 재판부는 이 행위가 ‘인사권’(‘경영권’) 행사라며 사측이 민주노조 활동가를 공격한 것을 두둔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런 반노동 판결이 문제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3권 분립?

김상진 전 위원장에 대한 상고 기각 결정이 내려진 날, 한편에서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 합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문재인식 개혁의 한계와 이중성을 보여 준다.

또한 문재인은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온갖 미사여구를 쏟아냈다. 문재인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3권 분립이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법원이 연이어 사법 농단 증거 인멸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도 정부가 ‘셀프 개혁’만을 외치며 손 놓고 있는 것에 대한 정당화였다. 이런 논리는 법원의 반노동 판결들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는 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사법 농단의 주역 중 하나인 임종헌은 세종호텔 노조를 탄압하는 사용자 주명건과 사돈 관계이다.

결국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3권 분립은 노동계급을 적대하는 데서는 한통속인 지배자들끼리의 권력 분점에 지나지 않고, 사법부의 “독립성”은 피지배자들로부터의 독립을 가리키는 것일 뿐이다.

이번 판결의 재판장은 김선수 대법관이다. 그는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 소송을 맡았고, 1990년대에는 국제사회주의자들의 변호를 맡는 등 진보적 노동 변호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급진적 인물이어도 체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체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변하고 만다는 것을 이번 판결이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김선수 대법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오른쪽을 달래려 “민변과의 단절” — 민변은 온건한 개혁주의 단체인데도 — 을 선언한 것은 이런 개혁주의의 한계를 예고한 것이었다.

한편, 황당하게도 당사자인 김상진 전 위원장은 판결문을 받고 나서야 기각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임에도 진행 상황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김상진 전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해결하고자 법원의 문을 두드리지만, 고위 판사들의 노동 경시와 지배 계급 수호적 판결 실상을 보면 억울할 뿐이다. “국민들이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이 법”이라는 문재인의 말도 공허할 뿐이다.

세종호텔 사측은 이런 법원 판결 뒤에 숨지 말고, 하루빨리 김상진 전 위원장을 복직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