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권과 탄압 카탈루냐 독립 쟁점은 스페인의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주요 갈등 중 하나다. 2017년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 ⓒ출처 Roser Vilallonga

스페인 사회당(PSOE)의 총리 페드로 산체스가 의회를 해산하고 4월 28일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체스 정부의 2019년 예산안이 [2월 13일] 의회에서 부결된 이후의 일이었다.

산체스는 이 예산안이 “역사상 가장 사회[주의]적인 예산안”이라고 주장했다. 좌파 개혁주의 정당 포데모스와 공산당이 주도하는 좌파연합(IU)이 구성한 선거연합 ‘우니도스 포데모스’는 이런 주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 예산안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비율은, 우파 정당인 국민당(PP) 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정부가 제출했던 어떤 예산안보다도 낮았다. 사회당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몇몇 상징적 개선을 하긴 했지만, 유럽연합(EU)의 긴축 정책을 지속해 왔다.

산체스는 9개월 전에 집권했다. 전임 라호이 정부는 심각한 부패 스캔들과 거리 시위에 밀려 물러났다. 사회당, ‘우니도스 포데모스’, 바스크와 카탈루냐의 정당들이 라호이 내각 불신임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신임 산체스 정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꿨다. 

예컨대, 사회당은 집권 전에는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환영한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그러나 [집권하고 나서는] 지중해에서 벌어지는 난민 구조 활동을 가로막는 입장으로 후퇴했다.

산체스의 조기 총선 실시 발표는, 스페인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최신 사건이다.

불안정

그러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조기 총선 후에도 불안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카탈루냐 독립 쟁점과 2008~2010년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가 지속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쟁점이다.

현재 스페인에서 핵심적 분열은 민족 문제를 두고 벌어지고 있다. 카탈루냐 인구의 약 80퍼센트가 민족 자결 문제로 주민투표를 시행하기를 바란다. 카탈루냐가 스페인 국가에 남을지, 아니면 독립할지를 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2017년에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독립 요구를 탄압했다. 정부는 주민투표를 중단시키려 했고, 운동의 지도자들을 구속했다. 이때 구속된 사람들은 현재 스페인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사들은 있지도 않았던 “폭력적인 봉기” 운운하며 높은 형량을 구형했다.

국민당과 신생 우파 정당 ‘시우다다노스’, 사회당 일부는 스페인 국가주의를 완강하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 쟁점과 함께 국민당이 여전히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는 것은 신생 극우 정당 ‘복스’(Vox)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복스는 국민당에서 오른쪽으로 분화하며 형성됐고, 2018년 12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주(州) 선거에서 11퍼센트를 득표해 주의회 의석 12석을 차지했다.[스페인에서 극우 정당이 당선한 것은 프랑코 군부 독재 종식 이후 최초다.]  전국 득표율은 6퍼센트에 그쳤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 경각심을 갖고, 인종차별과 극우에 맞선 연대 운동을 스페인에서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 카탈루냐에서 활동하는 연대체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선 연합’(UCFR)이 복스에 맞선 운동을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극우의 부상을 저지해야 한다 기성 정치의 위기 속에 군부독재 이후 최초로 스페인에서 극우 정당 ‘복스’(Vox)가 부상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의 또 다른 뿌리는 경제 상황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당시 총리였던 사회당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와 그 후임인 라호이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전가했다.

이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은 구제하면서도, 복지를 삭감하고 해고를 손쉽게 했다. 경제 위기는 공식적으로는 끝났을지 몰라도 노동계급은 주류 정당들이 만들어낸 병폐 속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좌파적 대안은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생긴 지 5년밖에 안 된 포데모스는 창당 초의 급진적 공약들을 폐기하고 사회당을 거의 비판하지 않으며 그저 기성 정당들 중 하나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 산체스는 원본인 사회당 대신 복사본인 포데모스에 투표할 이유가 있겠냐는 주장을 펴서 포데모스로 옮겨간 사회당 지지표 중 다수를 다시 가져올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대안은 아래로부터의 운동 건설이다. 그런 운동은 조직 노동자 투쟁, 공공 서비스를 지키는 광범한 운동들, 국민연금 개악 반대 운동, 강력한 여성 운동과 함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반자본주의 좌파가 성장할 기회가 있다. 이는 카탈루냐 자결권 지지부터 대중의 필요에 기반한 경제 건설 요구까지 기본 원칙을 옹호하고 굳건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는] 호소를 결합할 때 가능할 것이다.

지금부터 총선 전까지 몇 달 동안,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호소되고 있는 총파업, 3월 16~23일 극우에 맞선 국제공동행동 등 중요한 전투들이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