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환경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하지 않’고 ‘사람 존중’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사람 존중’과는 거리가 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를 허용하고 유전자 검사를 활성화하는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전자의 경우 사실상 원격의료를 위한 장치인데 그 안전성은 물론이고 효과도 입증된 바 없다. 후자의 경우 무분별한 검사로 의료비만 크게 오르는 반면 유전성 질환을 예방할 방법은 거의 없어 건강 불안만 가중시키는 조처다.(관련기사)

3월 28일에는 의료기기 업체와 바이오제약사를 위한 규제 완화 법률들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만 남겨 놓고 있다.

이 세 개 법안은 모두 청와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자한당 의원들이 함께 발의했다. 서로 부패를 폭로하며 죽일 듯이 싸우더니 기업을 위한 법안 제정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찰떡 궁합이다.

세 법의 공통점은 안전과 효과 검증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것이다. 일단 써 보고 평가하자는 식이다. ‘혁신의료기기법’은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검사를 완화하는 법이다. 기업이 스스로 만든 기준과 규격으로 허가를 받으니,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다. 5년 동안 환자들이 비용을 부담해 사용한 후 평가한다. 안전성 확인을 기업에 맡겼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떠오른다.

‘체외진단기기법’도 기기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을 면제해 환자에게 위험 부담을 떠넘긴다. 지난해 수액과 주사기에 이물질이 포함된 건수가 최다를 기록한 상황에서 대책 없이 규제를 더 푸는 것이다.

‘첨단재생의료법’은 줄기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대체 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제는 고가인데 비해 안전성과 효과는 거의 입증되지 않았다.

이처럼 일단 법을 만들고 점차 개악해 나가는 것은 흔한 수법이다. 제주 영리병원의 시작도 그랬다.

이 세 법에 의해 시장에 나오게 될 ‘첨단’ 의료기기, ‘혁신’ 의약품들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임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들의 돈으로 배를 불리고, 자사의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합법적으로 시험해 볼 수 있게 되니 꿩 먹고 알 먹고 식이다.

이번 세 개 법 제정은 이미 제정된 규제프리존법, 규제 샌드박스법과 논란의 와중에 있는 제주 영리병원, 곧 제정하려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과 한 묶음이다. ‘혁신 성장’, ‘일자리 창출’과 같은 허울 좋은 명분으로 기업들에게 규제 완화라는 특혜와 선물을 주는 것이다.

ILO협약 비준과 같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기본권 보장에는 인색하기 그지없고 도리어 기본권을 무력화시키는 조건을 갖다 붙이는 문재인은, 기업 이윤을 위해서는 안전과 생명도 팽개치고 팔 걷고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늘고 있다. 의료 영리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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