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시작된 ‘세월호 참사 (검찰) 특별수사단 설치’ 청와대 청원에 한 달 만에 24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5월 17일 청와대가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니”니 기다리라는 내용이다.

무책임한 답변이다. 현재 활동 중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는 강제력 있는 수사 권한이 없다. 그런 권한 없이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건 이미 박근혜 정권 때 입증된 바다. 

그래서 청와대 답변자로 나선 반부패비서관 박형철도 이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기 특조위는 1기 특조위와 마찬가지로 수사권, 기소권이 없는 한계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특조위 판단에 따라 고발 혹은 수사 의뢰가 있는 경우 검찰이 수사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를 ‘의뢰’할 권한 정도는 1기 특조위도 갖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2기 특조위의 수사 의뢰에 검찰이 잘 협조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으니만큼 검찰이 직접 수사하면 되는 일 아닌가? 애초에 특조위 설치 요구는 박근혜 검찰을 믿을 수 없어서 나온 것이니 말이다. 오히려 이럴 거면 정권을 왜 바꿨나 하는 말이 나올 만하다.

지금 감옥에 있는 박근혜는 물론이고 국정원, 기무사, 검찰 등 막강한 권력기관들이 모두 수사 대상이다. 세월호 책임자 처벌에 진척이 없었던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세월호 대표 적폐’ 황교안은 세를 되찾아 자유한국당 대표로 활개치고 있다. 수사권 없는 특조위가 이런 책임자들을 잘 조사할 수 있을까?

충분한 인력과 독립적인 체계를 가진 특별수사단 설치 요구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분개한 사람들과 유가족 모두 말 그대로 ‘끝장 수사’를 원한다.

그러나 정부 답변에서 중요한 건 ‘공감 흉내’가 아니라 실천적 결론이다. “아직 독립적인 수사체계와 수사인력을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검찰의 생리를 빠삭하게 알고 있을 박형철이 이런 답변을 내놓은 게 우습다. 문재인 청와대가 하필 세월호 수사 요구 답변을 공안검사 출신에 갑을오토텍의 사측 폭력을 변호한 인물에게 맡긴 것은 괘씸한 일이다.

변명

지난해 10월 13일 당시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예은 아빠’ 유경근 씨는 이렇게 말했다.

“특조위가 고발하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검찰인데 왜 우리는 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하는가? ... 이 요구는 검찰에 대한 요구가 아닙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청와대에 대한 요구입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지시하고 명령하라는 것입니다.”
즉, 27일 청와대의 답변은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 문재인의 무책임 문제다. 사실 애초에 2기 특조위가 권한 없는 기구가 된 것부터 문재인의 책임이다.
대통령 당선 직전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문재인은 정부가 직접 진상 규명 기구를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선 뒤에는 은근슬쩍 “국회를 믿는다”며 약속을 물렀다. 그러나 국회로 넘어간 2기 특조위법은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국민의당의 야합으로 누더기가 돼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반면, 그 사이 문재인이 부활시킨 해경에서는 고명석, 여인태 등 참사의 책임자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자한당 등의 책임을 별도로 묻는다 하더라도 문재인의 무책임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문재인은 대형 사고가 날 때나 매년 4월 16일마다 ‘세월호의 교훈’를 입에 올리지만, 정작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에 관해서 집권 후 한 일이 거의 없다.

바로 이 점이, 더 미루지 말고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진상을 밝히도록 청와대가 강력하게 지시하라는 요구가 나온 이유이자 이런 바람이 정당한 이유이다. 사람들은 재판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 선례를 만들고, 제도와 사회를 바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더는 없길 바라는 것이다. 문재인은 친자본주의 정부의 수장으로 바로 이 점을 부담스러워 한다.

무책임하게 세월호 진상 규명 요구를 외면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