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가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 교육을 터무니없게도 성범죄 취급하며 형사 고발한 광주시교육청의 손을 들어 줬다. 11월 14일 교육부는 배이상헌 교사가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직위해제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교육부의 기각 사유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사유는 11월 28일 당사자에게 통보할 예정).

그 사유가 무엇이든, 이번 결정으로 교육부 장관 유은혜가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 교육 탄압에서 장휘국 교육감과 한통속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주요 국가기구가 보수적 성관념의 잣대로 교사 노동자를 공격하는 계급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소청심사위는 해당 교사가 제기한 광주시교육청의 직위해제 처분 절차 위반 문제를 전혀 묻지 않았다. 그야말로 요식절차였던 것이다. 교육청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고 교사에게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을 교육부는 완전히 무시했다. 대신 수업 내용에 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배이상헌 교사로서는 당혹스럽고 부당하기 짝이 없는 심사 과정이었다. 심지어 광주시교육청 정경희 장학사는 교육부 소청심사에 나와서, “[신고]학생들이 교사를 성도착증 환자 같다고 한다”며 진실이 검증되지도 않은 말을 하며 배이상헌 교사를 모욕하기까지 했다.

교육청 관료들은 ‘학생 보호’ 운운하지만, 교육의 진정한 걸림돌은 이들 관료들의 지독히 보수적인 성 관념과 권위주의임이 뚜렷이 드러났다. 광주시교육청의 성인식개선팀은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야동’ 취급해 왔다. 장휘국 교육감도 배이상헌 교사가 “더러운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의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이유로 성인지교육용 영화를 음란물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 성적 보수주의를 부추기며 청소년들에게 절실한 성교육을 가로막을 뿐이다. 

11월 15일 전교조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과 전국도덕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출처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한통속

단지 광주시교육청 같은 몇몇 교육청만이 아니라 교육부의 스쿨미투 대책 자체가 모순에 차 있다.

교육부의 스쿨미투 대책은 실질적 개선책이 없이 성범죄에 대한 공분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교사들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을 위험을 안고 있다. 올해 2월 발표한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은 성희롱 개념을 “학교 내 구성원 간에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객관적 실재나 맥락과 무관하게 개인이 ‘수치심이나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성희롱’으로 규정될 수 있게 한 것이다. 

광주시교육청이 “교육부 매뉴얼대로 했다”며 둘러댈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교육부 매뉴얼에 들어 있는 것이다.(물론 애초에 부당한 판단을 내린 주체는 교육청이므로 이런 면피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게다가 교육부는 교사가 법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공무원 복무규정”을 내세워 징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런 일들은 스쿨미투의 정당한 취지를 왜곡하며 교육당국이 부당한 조처를 내리고서도 손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해 준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성평등’을 얘기하며 실질적인 개혁은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유은혜도 마찬가지다. 스쿨미투 이후 “성평등 문화 확산”을 약속했지만 교육부의 대책은 생색내기나 다름없었다. 포괄적 성교육 시행 요구를 깡그리 무시해 왔고, 여성·성소수자 차별을 부추기는 학교 성교육표준안을 폐기하기는커녕 개정조차 하지 않았다. 학교 성교육표준안 개정을 약속했는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전반에 이런 배신과 위선이 가득차 있다. 유은혜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교육 적폐를 계승해 왔다. 전교조 규약시정명령 처분 취소를 한사코 회피해 왔고,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과 자사고 등의 특권학교를 보호하며 교육 불평등을 유지해 왔다.

조국 사태로 인한 대중의 불만을 달래고자 다시 교육 개혁 제스처를 취하지만 수시/정시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요구도 뻔뻔스레 외면하고 있다. 

국가기구의 부당한 탄압에 맞선 배이상헌 교사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성평등 교육과 교육 노동자의 조건과 권리가 걸린 싸움이다. 

성평등 교육을 방해하는 교육부의 결정이 나온 전날, 프랑스 최대 중등교원노조 SNES-FSU는 “성평등과 학문의 자유를 토대”로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모든 혐의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교육부의 직위해제 유지 결정이 나왔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배이상헌 교사를 지지하고 있다. 교육부 결정 바로 다음 날, 전교조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 많은 교사들이 참가해 배이상헌 교사 탄압의 부당성에 공감했다. 

전교조 지도부는 더는 회피하지 말고 조합원 방어에 나서야 한다.

대광여고 무혐의 교사 중징계 철회하라

배이상헌 교사의 소청 심사 당일, 교육부는 광주시교육청의 무분별한 ‘성비위’ 고발로 피해를 입은 광주 대광여고 교사 3명의 소청도 기각했다.

이들 교사는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받고도 교육청의 요구로 해임됐다(본지 관련 기사: 무고한 교사들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은 광주교육청과 대광여고 교장의 무분별한 ‘성비위’ 수사의뢰). 수사기관이 학생들을 조사하고 시민위원회를 두 차례나 열어 조사한 뒤 나온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교육부가 광주시교육청에 이어 가뿐히 무시한 것이다.

그러나 무혐의 교사 중징계는 억울한 교사를 두 번 죽이는 일이고, 관료적 책임 회피일 뿐이다. 광주시교육청과 대광여고는 터무니없는 해임 조처를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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