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영국 유대인 절반 정도를 포괄하는 정통파 유대교 연합의] 랍비장 에프라임 미르비스가 노동당이 유대인을 적대한다고 비난하며 사실상 보수당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제러미 코빈이 당 대표로 당선한 후 보수당과 노동당 내 블레어 지지자들[우파]은 유대인 혐오자라는 거짓 비방이 코빈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임을 금세 깨달았다.

사실 이런 거짓 비방은 에드 밀리밴드가 노동당 대표였던 2010~2015년에 이미 시작됐다. 다만 밀리밴드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노동당에 대한 공격이 두 층위로 벌어진 것이 독특했다. 노동당 비방꾼들은 밀리밴드가 조금이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에 우호적이거나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유대인 혐오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때로는 밀리밴드에게 유대인 혐오를 에둘러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코빈을 상대로는 이 공격이 전면적이었다. 이는 그만큼 코빈이 팔레스타인 항쟁을 오랫동안 일관되게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빈이 노동당 역사상 가장 좌파적인 당 대표이고 상당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추구하는 공약을 내세우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자가 지금 거짓 비방의 주된 이유다. 특히 노동당이 야심찬 선거 공약을 공개한 후 코빈이 유대인 혐오자라는 비방이 더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코빈이 유대인 혐오자라는 비방은 완전 헛소리다. 그런데 이 비방이 이토록 효과적인 이유는 뭘까? 내가 보기엔 이유가 두 가지다.

첫째, 노동당 우파의 구실이다. 이스라엘을 건국할 때만 해도 가장 강경한 시온주의자들[중동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정치 신조]은 노동당 좌파에 속했지만, 지금 그런 자들은 노동당 우파에 속한다. 더구나 이스라엘 지지에는 무력으로 서방의 중동 지배를 유지하려는 동기가 깔려 있다.([2003년 미국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하도록 이끈 전 노동당 총리] 토니 블레어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 비판이 곧] 유대인 혐오라는 비방이 권위를 얻은 것은 오직 노동당 우파가 코빈을 비방하고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퍼뜨린 덕분이다. 

탈당

최악의 비방꾼 몇몇은 자신들에게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마련해 준 노동당을 이제와서 버렸지만, 아직도 언론은 그런 자들의 허튼소리를 실어 주고 있다.

그러나 둘째로 이런 비방 캠페인은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에게 크게 유리해진 변화를 반영하는데, 이런 변화는 단지 영국만이 아니라 다른 유럽 사회에서도 나타났다.

시애틀에서 20년 전에 시작된 대규모 반자본주의 운동만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항쟁에 강력한 연대를 표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스라엘이 2006년에 레바논과 전쟁을 벌이고 2008~2009년과 2014년에 가자 지구를 군사적으로 공격했을 때 영국에서는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 이전 세대가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 격리·차별 체제]에 반대했다면 지금 청년층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한다는 얘기가 흔했다.

이스라엘 비판을 유대인 혐오라고 비난하는 것은 해묵은 이스라엘 옹호 논리다. 1983년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인 아리엘 샤론[훗날 이스라엘 총리가 된다]은 〈타임〉지를 고소하며 〈타임〉이 유대인 혐오적 “피의 비방”을 한다고 몰아붙였다. 샤론은 당시 〈타임〉이 1982년 9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 사브라·샤틸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벌어진 학살극*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암시한 것에 발끈했다.[그러나 몇 달 뒤 이스라엘의 자체 조사도 그가 학살에 책임 있음을 인정했다.]

노동당의 중앙집행위원회 앞. 노동당이 국제홀로코스트추모위원회(IHRA)의 문제적 ‘유대인 혐오’ 규정을 수용하는 것에 항의하는 행동이 벌어졌다 ⓒ출처 가이스몰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스라엘이 정체성 정치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 비판을 유대인 위협으로 호도하려고 영국 같은 나라들에 사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도록 부추겨 왔다. 이것이 코빈이 영국의 유대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해지는 진정한 배경이다.

유럽의회 등 공식 기구가 시온주의 반대를 반유대주의와 갈수록 동일시한 것이 이런 식의 정체성 정치에 힘을 실어 줬다.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열강인 프랑스·독일이 여기에 특히 적극적이다. 그 덕분에 국제홀로코스트추모위원회(IHRA)의, 지극히 의도가 수상쩍고 또 편파적인 ‘유대인 혐오’ 규정[“이스라엘의 존재를 문제삼는 것은 인종차별적 행동이다” 등]이 퍼진 것이다. 노동당이 현명치 못하게도 그 정의를 수용했지만 코빈에 대한 거짓 비방이 털끝만큼도 줄지 않은 것은 코빈 반대파의 무자비함을 보여 준다.

한편, 인종차별적 편견에 기초해 유대인을 증오하는 진짜 유대인 혐오가 자라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극우가 이를 정치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요즘 극우는 이스라엘을 무슬림에 맞선 요새라 여기고 지지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잡탕 이데올로기에 유대인 혐오는 여전히 남아 있고 무슬림 혐오와 병존한다. 그러나 코빈 비방자들은 이 같은 진정한 위협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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