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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파업은 연말연시에도 계속된다
지도부는 주저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투지도 만만찮다

12월 23일 파리교통공단 청사 앞에서 집회하는 파업 노동자들 ⓒ출처 레볼뤼씨옹 페르마낭뜨 (페이스북)

12월 5일 시작된 프랑스 노동자들의 연금 개악 반대 대파업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연말연시 연휴를 앞둔 12월 22일 파리교통공단(RATP)은 파업 때문에 열차 운행률이 40퍼센트대로 떨어졌고, 고속철도(TGV) 가동률도 50퍼센트 이하라고 밝혔다.

같은 날,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자신의 개악안에 따라 대통령 연금(월 2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을 포기하겠다며 연금 개악 강행 의지를 천명했지만, 저항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크롱은 연금 수령 연령 상향조정, 연금 지급액 산정 방식 개악으로 실수령액 삭감, 노동조건과 강도에 따른 연금 혜택 전면 철회 등 대대적 개악안을 발표해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23일 오전 파리의 주요 기차역이자 이용객 수가 유럽 전체에서 최상위 역인 리옹역을 점거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국내외로 운행하는 열차들이 모두 일시 중단됐다.

파리 지하철 16개 노선 중 단 2개만이 정상 운영됐다.

철도·시외버스·지하철 등 공공운수 부문을 중심으로 시작된 파업은 전력·중등학교·우편·보건의료·정유 등 다른 부문들로 확대됐다.(관련 기사: 본지 309호 ‘프랑스 파업 노동자들은 말한다 “마크롱 퇴진하라!”’)

쟁점도 연금 개악 철회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노동자 대중의 생활수준 개선, 국가 폭력 규탄, (긴축 강요하는) 마크롱 정부 퇴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12월 18일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산하 전력노조 피레네-오리앙탈 지부의 파업 조합원들은 요금 체납 가정에 전기 공급을 끊도록 설계된 신형 전기계량기의 작동을 중단시켰다. “그 누구도 가정에 전기 공급을 끊을 권리는 없다.”

이제껏 파업 시위를 진압하려 폭력을 휘두른 프랑스 경찰은 이번에도 파업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23일 오전 파리 도심에서 개악 중단, 연행자 석방, 경찰 폭력 규탄 등을 요구하던 노동자 수천 명이 경찰의 폭력 진압에 맞서 격렬한 가두 전투를 벌였다.

초점

현장 노동자들이 이런 전투성을 주도했다. 12월 19일 전국자율노조연맹(UNSA) 지도부가 철도공단을 만나 연말연시 동안 파업 “휴전”을 합의하고 산하 철도 노동자들에 파업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은 파업 돌입 이래 매주 집중 행동을 하고 투표로 파업 연장을 결정해 왔다. 그래서 그들은 이를 사실상 파업을 중단하겠다는 배신적 합의로 받아들였다.(본지가 지난 호 기사에서 전했듯, 주요 정치인들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휴전”을 요구했다.)

많은 조합원들이 지도부의 지침을 하루도 안 돼 거부했다. UNSA 소속 철도노조 파리 남동부·북서부, 릴, 보르도, 리옹, 툴루즈, 몽페리에, 루앙, 디종, 리모주, 샹베리, 브리타니, 아미앵, 스트라스부르 14개 지부가 파업 지속을 결의했다.

UNSA 소속 시외버스 노조의 9개 지부, 파리 지하철노조의 6개 노선 지부, 철도노조의 4개 역사 지부는 20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크리스마스 당일을 포함한 주간 파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26일, 28일 공동행동을 결의하고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휴전하면 지는 거다,” “[개악이 철회될 때까지] 계속 투쟁하자”가 이들의 구호다.

또 다른 주요 노조연맹인 노동총동맹과 민주노조연맹(CFDT) 지도부는 파업 지속을 결의했지만 다음 집중 행동을 1월 9일로 멀찍이 잡았다.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현장 조합원들의 열망에 노조의 공식 지침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급진좌파 언론 〈레볼뤼씨옹 페르마낭뜨〉는 CGT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취재해 보도했다. “1월 9일은 너무 멀다! …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을 15일 더 연장[해 연휴에도 파업을 유지]하기로 투표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마크롱 정부와 정부의 연금 개악안을 분쇄할 결의가 충만하다. 기층이 정한 일정대로 [파업을 지속]하려면 [파업을 통제할] 기층 조직을 건설하고 연대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랑스의 일부 지방 도시들에서는 서로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 모여 파업 행동을 조율하는 조정 기구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1년째 시위를 이어 온 노란 조끼 운동 시위대도 여기에 연대하고 있다.

파업 지지 여론도 상당하다. 보수 성향 여론조사 기업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이 기업의 CEO는 프랑스 전경련(MEDEF) 회장까지 지냈다)조차 프랑스인의 절반 이상(51퍼센트)이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진보·좌파계 지지층에서는 파업 지지 여론이 더 높다(좌파적 개혁주의 정당 ‘불굴의 프랑스’ 지지자의 90퍼센트, 중도좌파 정당 사회당 지지자의 66퍼센트).

노동자 투쟁이 반정부 정서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크롱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개악에 맞서 노동자들이 계속 싸워 승리한다면 프랑스 안팎의 많은 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이 파업의 주요 결정에 더 영향을 미치고 노조 지도부의 온건함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전투적 노동자·투사들의 네트워크가 하는 구실이 중요할 것이다. 이미 조금씩 등장한 그런 네트워크들이 지역과 부문을 넘어 확산되고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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